[IT단상]우리에게도 `아톰`이 있었다면

◆최정애 이컴앤드시스템 해외마케팅 사장 jbnt@choi.com

 

 사업상 일본인을 만나다 보면 느끼는 일이지만 일본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만화를 아주 좋아한다. 어쩌다 일본 손님에게 어릴 적 즐겨보던 만화 이야기를 꺼내면 사무적인 태도가 금방 아이처럼 변하곤 한다. 지난 7일은 세계 제일의 만화대국 일본에서 아주 각별한 날이었다. 많은 일본인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던 ‘우주소년 아톰’이 탄생한 생일이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2003년 4월 7일’은 일본의 만화가 데즈카 오사무가 원작만화에서 설정해 놓은 탄생일이다. 지금 일본열도는 ‘아톰 열풍’으로 뜨겁게 달아올라 각종 행사가 성황리에 열리고 있는 소식이 들려온다.

 한국인의 눈으로는 한낱 만화 따위에 국가적 관심을 쏟는 이웃 일본의 현상을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 어릴 적 필자의 기억에도 조그마한 체구로 우주를 누비면서 거대한 악당들을 물리치는 아톰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일본인에게 아톰은 2차대전의 상처로 무기력해진 전후 어린이에게 과학기술의 열정을 불어넣었고 과학기술대국 일본의 기틀을 만들어준 국민적 영웅으로 받들고 있다. 아톰의 등장 이후 일본은 많은 유능한 과학자들이 생겨났고 세계 로봇산업은 일본이 주도하기 시작했다. 지금 사람처럼 걸어다니는 로봇이나 청소하는 로봇은 대부분 일본에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이 모든 것이 한 명의 만화가가 창조해낸 캐릭터 ‘아톰’이 해낸 일이다.

 로봇왕국 일본의 정신적 토양을 제공한 아톰을 보면서 한국의 어린이에게 과학의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줄 상징적 캐릭터가 있었으면 하고 생각한다. 어릴 적 아톰을 우리나라 만화인줄 착각했던 필자의 경험을 우리 아이들도 반복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일개 만화가의 상상력을 국가적 에너지로 승화시킨 일본의 경험을 우리도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만화계는 아직 데즈카 오사무 같은 걸출한 인물을 배출하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어린이의 만화적 상상력을 존중하고 북돋우는 일을 기성세대가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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