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 중동 수출 위기 러시아서 보전한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이라크 전쟁으로 가전업계 중동수출이 차질을 빚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러시아 및 CIS 수출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업계는 러시아 시장이 앞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중동에서 발생한 매출 감소분의 실적을 이 지역에서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러시아가 최근 가전업계의 집중공략 대상으로 다시 떠오른 이유는 세계적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거의 ‘나홀로 호황’ 가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호황의 일등공신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세계 최대 산유국들이 모여있는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의 대내외적인 위험요소다. 전쟁 당사국인 이라크와 쿠웨이트,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이면서도 유혈종족 분쟁을 겪고 있는 나이지리아 등의 원유생산이 원활치 않은 까닭이다.

 이라크전 발발 직후 하락세를 보였던 유가가 다시 급등하기 시작했고 굴지의 산유국인 러시아 경제는 일인당국민소득(GDP) 증가세가 지난 1월 16.2%를 기록하며 어느 때보다도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동시장 수출 차질분 이상으로 러시아 시장에 기대를 거는 형국이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 CIS총괄부문은 러시아 경제가 활기를 띰에 따라 올해 러시아지역 매출규모가 지난해보다 20% 가량 성장한 1조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은 이미 이 지역에서 ‘국민브랜드’로서 컬러TV·모니터·VCR·전자레인지· DVD플레이어 등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백색가전 분야에서 32개 현지법인 중 최초로 매출 1억달러를 돌파한 만큼 현지 매출의 지속적 확대를 자신하고 있다. 삼성관계자는 “러시아를 중점 공략하되 경제권의 연쇄적 파급력이 있는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대상의 대대적인 마케팅 판촉활동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전자(대표 구자홍) 역시 CIS지역의 경기호황을 반영, 이 지역 마케팅을 크게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LG는 전사적으로 지난해 말 작성한 매출목표를 당초보다 30% 가량 상향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해외마케팅 안명규 부사장은 “러시아는 현재 소비자들의 구매심리가 높은 상태이며, LG전자가 이 지역에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어 매출 급성장을 낙관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올해 특히 러시아지역을 대상으로 한 PDP TV 시장개척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LG는 지난해 공항 등 산업용 시장공략에 이어 올해는 일반 소비자 대상 영업을 확대키로 했다. 이를 위해 대형 가전유통점에 제품을 대대적으로 디스플레이하면서 고객접점을 크게 늘려나갈 예정이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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