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한 중세 거리가 보존돼 있고 고작 해야 저축은행 한곳이 최대 고용업체인 독일의 한 지방 소도시 슈베비슈 할(Schwaebisch Hall). 이곳은 언뜻 보기에도 독일의 다른 도시보다 앞선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어느 모로 보나 첨단과는 거리가 먼 이 도시가 비용절감과 보안강화, 그리고 단일 회사에 대한 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해 시청 내 모든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마이크로소프트(MS) 제품에서 무료 운용체계인 리눅스 기반 공개소스 애플리케이션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발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도이치텔레콤이나 세븐일레븐 같은 민간 기업들뿐만 아니라 독일·프랑스·미국 등 여러 나라 정부기관이 인터넷과 데이터베이스 서버에서 공개소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등 공개소스 소프트웨어 사용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서 이루어져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슈베비슈 할의 전산망을 MS 소프트웨어에서 공개소스 소프트웨어로 전환시키는 계약을 따낸 업체는 독일의 유력 리눅스 업체인 수세(SuSE)다. 이 회사는 “이번 성과가 공개소스 소프트웨어 사용 확대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반색했다.
윈도의 그래픽적 인터페이스에 익숙한 평범한 컴퓨터 사용자들에게 수세는 친화적인 리눅스 데스크톱 제품을 제공해 잘 알려져 있다. 이 회사 선임 세일즈 엔지니어인 스테판 베르덴은 “공개소스 소프트웨어가 미래의 플랫폼이라는 주장을 슈베비슈 할이 최초로 몸소 실천해 보였다”고 시의 결정을 추켜세웠다. 이론적으로 리눅스 같은 공개소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소스코드를 더욱 투명하고 안전하게 개선할 수 있다. 반면 MS는 자사의 윈도 소스코드를 영업비밀로 유지, 독점적 이익을 챙기고 있는 형편이다.
슈베비슈 할 시는 리눅스를 사용할 400여 직원들에게 직장 컴퓨터에 설치될 공개소스 소프트웨어를 마음대로 복사, 각자의 집에 있는 컴퓨터에 설치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공개소스 운용체계 중 가장 인기 있는 리눅스는 지난 91년 핀란드의 리누스 토발즈 프로그래머에 의해 개발됐다. 하지만 내용이 복잡하고 설치가 어려울 뿐 아니라 소비자 지향적인 기존 프로그램이나 게임과 호환되지 않아 지난 수년간 일부 마니아를 중심으로 제한적으로만 사용돼 왔다.
그런데 이번에 슈베비슈 할 시는 세금수납, 사업면허 발행, 시립도서관 도서대출 상황 등을 기록해온 데스크톱 컴퓨터 300대와 서버 15대를 뉘른베르크 소재 수세, 독일 IBM과 연말까지 전부 공개소스 소프트웨어로 전환토록 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허만 조제프 펠그림 슈베비슈 할 시장은 “정확한 액수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공개소스 소프트웨어 완전 채택으로 비용을 상당히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공무원들이 공개소스 소프트웨어 사용으로 예산 절약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데스크톱 PC 1대에 설치될 공개소스 소프트웨어 가격은 MS 제품보다 매우 저렴한 88달러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슈베비슈 할 시는 자체 모든 PC에 공개소스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경우 12만달러 정도를 절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공개소스 소프트웨어로의 전환은 세수가 줄고 있는 작은 도시로서는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라고 전했다.
기술시장 조사회사 포레스터의 선임 조사원 찰스 홈스는 “공개소스가 비용 절감에 기여하기 때문에 생존력이 매우 강할 것”이라며 “지금은 공개소스를 지지할 것인가 아니면 지지하지 않을 것인가 하는 철학적 문제보다는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많이 절약할 수 있을까를 고려하는 실익을 따져야 하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오픈 소스의 확산에 대해 MS의 독일지사에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공개소소가 재교육과 업데이트 소프트웨어와 같은 추가 제품 구입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는 MS 소프트웨어보다 더 비싸질 수도 있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한편 인구가 100만여명에 달하는 스페인 에스트레마두라를 관리하는 지방 정부도 슈베비슈 할과 마찬가지로 정부 컴퓨터와 가정 컴퓨터을 MS 소프트웨어에서 공개소스 소프트웨어로 전환하기 위해 리눅스 소프트웨어를 배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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