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이라크 전쟁`]개전 일주일 종합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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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진일퇴냐, 파죽지세냐’

 미·영 연합군의 바그다드 입성이 점점 가시화되면서 초기 전투가 전쟁의 기간을 가늠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임은 분명하다. 특히 이라크의 저항이 예상밖으로 강해지는 것도 미국의 주목거리다. 우리 정부와 IT업체들도 개전 1주일째를 맞아 혹시라도 장기전으로 치닫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을 표시하면서 유가·환율 등 거시경제 동향에 촉각을 세우면서 IT업체에 미칠 여파를 다각도로 분석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정부=초단기전에 대한 기대를 접고 서서히 중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개전 초기 유가가 떨어지고 국내외 각종 경제지표가 호전되면서 시나라오별로 마련된 비상대책이 ‘대비책’으로 남게 되기를 바랐으나 전세가 장기전 양상으로 반전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1단계 대책(차량강제 10부제, 에너지 과다사용업소 야간영업 제한) 시행을 검토하고 있다. 또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석유배급제’ ‘제한송전’ 등도 준비중이다.

 또 개전초 급증했던 수출차질이 1주일이 지나면서 다소 증가폭이 줄어들고 있으나 물류비 상승 등으로 인한 수출여건 악화가 지속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정부는 물류업계에 비용인상 자제를 요청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펼칠 계획이다.

 정부는 이라크전 이후에 대비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이번 전쟁 상황에 상관없이 다음달 중순께 김진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참가하는 한국경제알리기 설명회를 개최, 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심리 위축에 대비할 방침이다.

 ◇업계=휴대폰·가전·반도체 등 중동에 전자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국내 IT업체들도 전쟁발발 1주일을 맞아 바쁘게 움직이는 한편 장기화 가능성에 본격 대비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중아총괄본부의 비상대책반은 계속 유지하면서 사업부별 물류흐름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거래선 및 대형 바이어와의 정보교환도 꾸준히 진행키로 했다. 이 회사는 특히 PDP TV, 휴대폰, 모니터, 냉장고 등의 경우 말레이시아, 스페인, 헝가리, 영국, 슬로바키아 등지의 현지공장 물류흐름을 신속하게 하고 본사에서의 수출은 축소할 것도 검토중이다.

 또 수출지역도 러시아나 북유럽, 베네수엘라, 중남미 등으로 확대한다는 방침 아래 브랜드가치 제고 및 고부가제품 확대 등 차별화전략을 구사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LG전자는 중동지역 판매가 전쟁 이전에 비해 축소되는 가운데 사업부별로 물동량을 매일 체크하는 한편 현지 거래선과의 지속적인 정보공유 체계를 확보하고 있다. 이를 통해 종전 후 소비심리가 회복될 경우 원활한 제품공급을 위해 현지 판매상황 등을 예의주시한다는 계획이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당초 전쟁이 단기전에 끝날 경우 중동 호황기와 비슷한 수준의 특수를 예상, 생산물량 확대를 계획했으나 장기화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상황을 좀더 지켜보자는 쪽으로 선회했다. 휴맥스 등 셋톱박스 업체들은 개전 직후 TV시청 수요에 따라 매출이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전쟁 1주일이 지난 현재 예상과 달리 급격한 상승이나 하강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셋톱박스 업체들은 전쟁이 장기화되더라도 이같은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보며 가시적 대비책은 수립하지 않고 있다. 이는 중동의 주요 셋톱박스 수출지역이 이라크보다는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등에 집중돼 주변 지역으로 확전되지 않는 이상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는 것도 한 이유로 보인다.

 전쟁 발발 당일 10%의 매출하락률을 보였던 국내 홈쇼핑 업체들도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판매 및 시청률도 평소 수준으로 돌아와 직접적인 전쟁 영향권에서는 벗어났다고 판단하고 있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D램 제조업체들은 중동 수출비중이 작아 그동안 전쟁 상황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않았지만 전쟁이 한달 이상 지속될 경우 유가인상으로 인한 물류비 상승이 제조원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대책을 준비중이다.

 ◇외국 반응=이라크전이 단기전으로 끝날 것이라는 미국의 장담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외신과 주요 군사전문가 사이에서도 개전 1주일을 맞아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시리아의 관영언론인 티슈린은 이라크전이 미국의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보도하면서 “이라크 국민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그들의 땅과 주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호주의 로버트 힐 국방장관도 이라크전의 장기화 가능성을 인정했다.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와 헤리티지재단 등도 이라크측이 남부지역을 포기하고 바그다드 시가전을 통한 전쟁 장기화를 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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