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IT산업 `밝은 면` 찾기

◆박광선 논설위원 kspark@etnews.co.kr

　기분 내키는 대로 말하면 현재 우리 IT산업은 ‘엉망’이다. IT 업체들의 매출부진과 수익성 악화는 끝없이 이어지고 있고 수출도 부진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해외시장 개척도 어렵고 IT관련 투자도 얼어 붙은지 오래다.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도 위축될 대로 위축되어 있고, IT전문 인력의 취업난도 보통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IT산업의 어려움이 우리들에게 그대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우리 IT산업의 오랜 특징은 위기일수록 힘을 내는 체질이다. 지난 98년 IMF 때에도 그랬고 2000년 이후 전반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IT분야는 그야말로 폭발장세를 보였다. 2002년 월드컵을 전후해서는 기대 이상의 집중력을 보여 국제사회의 각광을 받을 수 있던 것이 우리 IT산업이다.

　그러나 이라크전쟁 발발과 북핵문제로 우리의 IT산업은 더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큰 일이다. 제발 우리의 IT산업에도 밝은 면이 있고 개선되는 부분이 드러나고 있음을 확인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이번 이라크전쟁으로 IT경기가 크게 위축할 것이라고 걱정했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다. 과거의 경기침체 영향에 비하면 이번이 훨씬 나은 편이라는 분석이다. 산업은행이 21개 업종을 대상으로 2분기 경기전망을 조사한 결과 IT산업이 포함된 전기·전자업종의 2분기 경기실사지수(BIS)는 118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BIS가 100이상이면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많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100미만이면 그 반대의 의미가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춰 보면 향후 우리 IT산업의 전망은 상당히 밝다고 해도 될 만하다.

　정통부가 최근 IT BIS를 조사한 결과도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최근 940개 IT기업을 대상으로 BIS를 조사한 결과 지난 2월 70인 BIS가 3월과 4월에 각각 75, 81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BIS가 100이하로 전반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악화세가 완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위안이 되고 있다.

　IT수출이 기대 이상 선전을 보이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 만하다. 지난 2월 한달 동안 반도체를 포함한 국내 IT산업의 수출이 작년 같은달에 비해 21.5% 증가한 38억달러, 수입은 26억5000만달러로 11억5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이 전반적으로 침체국면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흑자를 기록한 것은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수출이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수출이 침체했던 품목 가운데 호조로 바뀐 품목도 많아졌다. 휴대폰 등 무선통신기를 비롯해 LCD, 노트북PC 등의 수출이 활기를 띠고 있다. 한동안 어려움을 겪어오던 반도체도 수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품목은 그동안 시장개척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우리가 마음먹기에 따라서 수출을 늘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가올 4월은 기업의 자금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공급은 부족한 ‘잔인한 달’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문제는 기업들의 투자심리 위축이다. 하지만 정부가 자금을 풀고, 기업들이 적정수준 이상의 투자를 촉진한다면 안정성장의 궤도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믿어진다.

　구조적 난제가 겹쳐 있는 우리 IT산업의 현재 상황은 딱하기 그지 없다. 그렇다고 비관만 하고 있어서 될 일이 아니다. 어려운 현안이 걸려있는 것을 자포자기식으로 혹평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와 기업은 지금부터라도 IT산업의 긍정적인 면을 찾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