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장비업계 올해도 불황 면하기 어려워

 국내외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투자심리 위축으로 반도체장비업종 불황이 올해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연초 공격적인 설비투자에 나서겠다고 밝혀온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최근 불확실하다는 경기전망을 이유로 자본지출 삭감을 추진하면서 관련 장비시장이 또 다시 한파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장비업종의 불황은 2001년 이후 3년째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만 소자업체 가운데 국내 반도체장비의 주요 수요처로 자리잡은 파워칩세미컨덕터는 당초 5억달러의 올해 설비투자 예정금액을 최근 1억달러 정도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국내산 검사장비의 수요처 중 하나인 대만의 프로모스테크놀로지는 최소 2억달러에서 최대 3억달러를 연내에 투자하기로 했던 당초 계획을 변경해 1억달러로 수정, 발표했다.

 이밖에도 국내 장비업체들의 주력 수출대상국인 대만에서만 메모리 제조업체 윈본드일렉트로닉스를 비롯해 TSMC·UMC 등 수탁생산(파운드리)업계의 수위업체들이 잇따라 투자계획을 축소했다.

 특히 세계 1위 파운드리업체 TSMC의 경우 지난해 28억달러이던 투자계획을 16억5000만달러로 줄여 집행한 데 이어 올해에는 설비투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크게 감소한 10억∼12억달러로 예상하고 있어 국산 장비의 수출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올해 초 세계 소자업체들을 대상으로 투자 예정금액을 조사, 이를 토대로 반도체 설비투자가 늘 것이라고 단정했던 시장조사 전문기관들조차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지난해에 비해 반도체 설비투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던 우리나라의 상황도 낙관할 수 없는 상태다. 지난 1월 경영설명회에서 온양의 시스템LSI 설비투자에 8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혀온 삼성전자가 경기 불확실성을 이유로 연내 이를 집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대단위 설비투자를 계획했던 하이닉스반도체가 시장환경 악화로 조기집행을 망설이고 있고 투자금액도 당초 예상치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여 반도체장비업종의 경기상황은 전혀 개선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조 단위가 투자되는 삼성전자의 300㎜ 라인에서 국내 장비업체들이 챙길 수 있는 몫은 거의 없어 장비업계의 채산성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세계 반도체장비 경기가 나락으로 치달으면서 장비업계의 대대적인 합병과 파산 가능성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세미코리서치는 반도체업계의 설비투자 축소와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반도체장비업계가 조만간 대대적인 인수합병과 파산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반도체장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장비업체들이 주로 삼성전자와 대만의 반도체업체들을 대상으로 매출을 올려왔지만 300㎜ 장비의 시장대처가 늦어 삼성전자를 공략하기가 어려워졌고 대만 업체들의 투자축소로 수출도 낙관할 수 없는 상태여서 올해에도 수요부진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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