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메모리반도체 육성을 위한 국책사업 ‘시스템IC 2010’의 2단계 사업 추진을 앞두고 각계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프로젝트의 근간인 사업추진 방향성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 이에 따라 과학기술부·산업자원부·한국반도체연구조합 등이 공동으로 지난 25일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에서 심포지엄을 마련했다.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 국가적으로 시스템IC 연구개발(R&D)사업의 중장기 방향을 되짚어보자는 취지였다.
◇목표가 없다=그러나 이날 모인 100여명의 산·학·연 관계자들은 여전히 추진주체가 ‘방향타’를 잡지 못한 것 같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1단계 5차연도에 걸친 사업에 대한 투명한 평가를 거치지 않은데다 2단계 사업이 스타 상용제품을 개발할 것인지, 핵심기술을 확보할 것인지, 인력을 양성할 것인지 목표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패널로 나온 서울대 채수익 교수는 “시스템반도체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매년 4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되지만 집중 분야를 찾지 못해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면서 “국책사업인 만큼 산업계가 공히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등 인프라를 강화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논문·특허출원수가 아닌 새로운 평가시스템을 도입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SoC다=참석자들은 시스템시장이 융합(컨버전스)화함에 따라 시스템IC도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총망라하는 시스템온칩(SoC)로 변모하는 만큼 ‘시스템IC 2010’ 프로젝트를 종합적인 솔루션 개발 쪽으로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SoC는 특히 진입장벽과 개발비용이 막대한 만큼 대기업·중소기업·대학 등이 함께 발전하기 위해서는 상용제품보다는 반도체 설계자산(IP)과 기술인력, 총체적 인프라 강화에 역량을 우선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조병학 상무는 “SoC는 전략적 지향점을 분명히 하고 사람과 기술을 통해 10여년 이상을 준비해야 비로소 결과물이 나온다”면서 “핵심 IP 개발과 대기업·중소기업·대학간의 수평적 분업모델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기수 코아로직 사장도 “SoC로 살 길은 중소기업들이 다양한 IP를 개발해 대기업과 연계하는 모델을 만들도록 협력모델을 갖추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코어가 중요하다=전문가들은 마이크로프로세서(MPU)와 디지털신호처리기(DSP) 등 SoC의 기반이 되는 핵심코어 확보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선우명우 아주대 교수는 “언제까지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나 퀄컴의 칩을 사용할 수는 없다”면서 “내장형(임베디드) 시장이 빠르게 확산되는 만큼 자체 기술로 MPU와 DSP를 개발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또 “국책사업에 참석했던 대학원생과 엔지니어들이 이탈하지 않고 산업계에 기술을 환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시스템업체가 주요 프로젝트에 꼭 배치되도록 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한편 주최측은 4월 초 이같은 심포지엄을 한차례 더 마련해 합의점을 도출, 2단계 사업계획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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