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업 戰況 `실시간 대응`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게 말미로 준 48시간이 20일 오전 10시(한국시각)로 끝난다. ‘미 전시내각체제 긴급전환’ ‘영국의회 대 이라크 무력사용 허용’ 등 전쟁을 기정사실화하는 소식들이 외신을 타고 속속 들어오자 우리 정부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도 전쟁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준비에 숨가쁜 하루를 보냈다.

 특히 새 정부는 이번 전쟁이 대외환경 변화에 대한 대처능력을 평가받을 수 있는 첫 시험대라는 점에서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와 산업정책을 총괄하는 산자부는 19일 내내 자원·무역·산업 부서를 중심으로 상황별 시나리오 마련에 몰두했다.

 산자부는 미·이라크전쟁 상황실을 마련해 놓고 전쟁이 시작되면 곧바로 24시간 근무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미 에너지·자원 실무부서는 원유도입선 확보를 위해 전시체제에 들어간 상태며 무역과 산업 부서도 개전 즉시 상황에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또 인터넷·전화·팩스 등 관련 기관 및 기업들과의 연락체계를 최종 점검하는 한편 산업별 업종단체·협회와도 비상연락망을 마련하는 등 실시간 대응체제 구축에 하루를 보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무역협회·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은 이날 비상연락망을 점검하는 한편 정보수집에 촉각을 세웠다. 전경련은 내부적으로 상황실을 마련하고 관련정보를 수집, 회원 기업들이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동시에 사이버 전경련인 eFKI를 통해 실시간으로 관련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도 이날 긴박한 모습을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 1월부터 비상대책반을 가동해 현지상황을 계속 점검해온 삼성전자는 최근 주재원 가족들을 안전지역으로 대피하도록 이미 조치를 취해놓고 외신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가족들은 이미 대피시켰지만 주재원은 가능한 한 최후순간까지 현지를 지킬 것”이라며 “우선 중동지역의 위험상태를 4단계로 나눠 단계별로 대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LG전자도 본사 글로벌 HR그룹에서 현지와 업무연락을 하며 현지상황 및 앞으로 미칠 영향을 분석하느라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LG전자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현지에 중아지역 총괄 신문범 상무를 본부장으로 하는 지휘본부를 마련, 운영중이며 현재 중동지역 주재원 가족들은 귀국 또는 안전지역으로 대피시켰다.

 국내 최대 전자유통상가인 용산전자상가와 테크노마트는 전날보다 고객의 발길이 뜸한 편이었다. 이들 유통업체는 전쟁이 발발하면 국내 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서로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평소보다 긴장된 하루를 보냈다.

 용산전자상가의 한 상인은 “그동안 경기가 워낙 안 좋았기 때문에 전쟁이 시작된다고 해서 상황이 더욱 급격히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위하면서도 “하지만 최소한 상가 경기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빨리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했다.

 TV홈쇼핑과 인터넷쇼핑몰 등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별다른 영향이 있겠느냐”면서도 “전쟁이 시작되는 20일 오전부터 하루이틀 동안은 홈쇼핑 시청률이 약간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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