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전 임박 이라크戰]세계 IT산업계에 득인가 실인가

 미국이 이라크에 대한 공격의사를 분명히 한 가운데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는 전쟁 발발에 대한 이해득실을 분석하느라 바쁜 모습을 보이고 있다. IT업계에서는 전쟁이 속전속결될 경우 그동안의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억압됐던 수요가 폭발, IT시장이 상승기류를 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3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IT경기는 물론 세계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서 업계는 미국을 비롯한 연합군과 이라크간 엄청난 전력격차를 감안할 때 단기전으로 끝날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 지난 17일(현지시각) 부시 미국 대통령의 최후통첩 이후 세계 주가는 상승세를 타고 있고 상승하던 유가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선전포고 이전에 비하면 180도 달라진 것이다. 전쟁을 앞두고 세계 각국 주가는 계속해서 빠졌다. 부시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스페인 총리가 대서양 아조레스군도에서 만나 “세계를 위한 진실의 순간”이라며 어깨를 겯는 순간에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일본·런던 등의 증시는 폭락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전쟁이 현실화되자 뉴욕증시 다우존스 블루칩들과 나스닥의 하이테크주들은 오름세로 반전됐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위기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단기전에 대한 기대 속에서 양상은 한층 더 낙관적인 쪽으로 가고 있다.

 미국 증권가에서 주식거래량이 늘고 있고 투자은행들로부터도 희망적 신호가 나오고 있다. 각국 주가가 서서히 상승세를 탈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국제유가도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나아가 미국이 전략비축유(SPR)를 방출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유가는 더 떨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전으로만 가지 않으면 유가하락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IT업체들은 주판알을 튀기느라 부산하다.

 최근 몇년간 전세계적인 규모의 경기침체로 부진을 이어가던 IT부문은 전쟁이 주는 불확실성에 따른 투자위축이 겹치면서 거의 맥을 놓은 상태였다. IT업계 종사자들은 “수익이 하락하고, 소비자 신뢰도도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은 하락세를 부채질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전쟁으로 일반 기업이 신기술에 대한 구매를 늦추고 자본투자 계획도 포기하면서 경기침체 상태는 1년 이상 갈 것으로 예상됐다. 컨설팅업체 골드만삭스는 일반 기업들의 IT제품 구매가 지난해보다 불과 1%밖에 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고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는 이라크 전쟁 이후 시장회복은 물론 일자리, 수주, 이익급증에 대한 기대도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쟁이 또 다른 테러공격을 불러오고 미국의 시장안정성을 상실케 할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여기에다 미국의 연방재정 적자가 증대하고 있어 하이테크 분야 벤처들의 자금에 숨통을 죄일 것으로 관측됐다.

 또 전쟁이 현실화되자 IT투자 증가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불투명성이 제거되면서 각 분야에서 소비가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 전쟁을 단기간에 완벽하게 이길 경우 지난 91년 걸프전에서처럼 IT수요가 급증하면서 투자가 늘고 주가가 급등할 것으로 보인다.

 전쟁이후 지난 2년간 IT투자 위축으로 장비 투자를 미뤄놓은 기업들이 본격적인 구매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컴퓨터 등 하드웨어 부문에서 수요가 제 궤도에 올라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여기에다 미 국토안보부가 테러에 대한 능력을 배양하면서 엄청난 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이 특수 또한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안보부는 향후 10년에 걸쳐 2조7000억달러의 예산을 책정해 놓았는데 이는 이번 이라크전쟁 소요 예상비용 2조달러를 훨씬 넘어서는 액수다.

 이밖에 지난 2001년 9·11 테러 때와 마찬가지로 기업들이 출장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원격 영상회의 시스템의 판매가 증가, 보안부문과 함께 이 부문이 IT경기 상승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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