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화협회(MPA)가 지난달 17일부터 국내에서 가동한 DVD 불법복제 방지 캠페인이 효과는 없으면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만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MPA한국지부에 따르면 MPA가 아태지역 DVD 불법복제 방지를 위한 캠페인의 일환으로 국내에 설치한 신고센터 핫라인의 신고 실적이 한달이 지나도록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지부의 박병도 전무는 “일부 복제물에 대한 신고는 있었지만 대규모 DVD 불법복제를 양산하는 시설에 대한 신고는 아직 들어오지 않고 있다”며 “캠페인을 함께 시작한 다른 국가들의 상황과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MPA의 캠페인은 전용 신고 핫라인 전화를 두고 DVD 불법복제를 양산하는 시설이나 공장을 신고하는 제보자에게 일정 금액을 보상하는 프로그램으로 지난달 17일부터 한국을 비롯한 인도, 태국 등 8개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MPA는 지난달 발표 당시 8개국의 DVD 불법복제율이 높아 강력한 제재를 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이 같은 결과에 따라 적어도 한국에서의 캠페인은 사실상 의미를 상실한 것으로 파악된다. MPA 관계자도 “국내 상황을 볼 때 대규모 DVD 불법복제를 위한 시설은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핫라인은 유지하겠지만 실제 신고는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역별 상황을 파악하지도 않은 채 한국을 나머지 아태지역 7개국과 함께 DVD 불법복제국으로 규정한 MPA의 정책에 대해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DVD 제작업체인 M사 관계자는 “DVD를 대량 복사하려면 고가의 프레싱 장비가 필요한데 수지타산도 안맞는 상황에서 누가 이런 고가장비를 들여와 불법복제를 위해 활용하겠느냐”며 “현실이 이런데도 마치 우리나라가 DVD 불법복제국인 것처럼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은 상당히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요즘 한국영화 콘텐츠가 다른 아태지역에서 광범위하게 불법복제되고 있어 오히려 우리나라가 피해자”라며 “DVD 불법복제 공장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에 퍼져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도 한국을 캠페인 대상국으로 포함시킨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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