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피해 보상 규정` 개정 추진에..
전자상거래업계가 재정경제부에서 개정을 추진중인 ‘소비자 피해 보상규정’과 관련해 비상이 걸렸다.
재경부는 소비자 피해 보상규정에 대해 소비자 보호 강화 방향으로 개정을 추진중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인터넷 쇼핑몰 등 전자상거래업체는 보상기준의 형평성과 시장침체 등을 이유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 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공정위 등 유관부처도 이미 시행중인 다른 법률이나 지침과 상충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의사를 내비쳐 주목된다.
◇재경부, ‘보상규정 강화 필요하다’=재경부는 기존 소비자 피해 보상규정이 미약하다고 보고 개정을 추진중이다. 재경부는 특히 최근 인터넷 쇼핑몰과 관련한 피해가 잇따르면서 쇼핑몰업종에 대한 보상규정을 대대적으로 정비키로 했다.
이에 따라 품절로 인한 물품 미인도와 관련해 기존에는 별다른 보상규정이 없었지만 개정안에서는 결제한 지 48시간이 경과한 이후 고지했을 때 1만원 상당의 사이버머니를 보상토록 강화했다. 또 상품이 계약된 인도시기보다 지연됐을 때도 5000원 상당의 사이버머니를 보상하도록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배송과정에서 훼손되거나 다른 물품이 인도된 경우 혹은 착오로 인한 사이트 가격표시 오기와 관련해서도 자동 계약해제는 물론 판매가격의 10% 상당의 사이버머니를 지급토록 규정하고 있다.
재경부는 이미 이같은 개정(안)을 확정하고 관련부처와 협회·시민단체 등을 대상으로 의견수렴중이다. 재경부 소비자정책과는 “이달 한 달 동안 유관부처와 시민단체 의견을 취합해 늦어도 다음달에는 최종안을 확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쇼핑몰업체, ‘아직은 시기상조다’=이에 대해 인터넷 쇼핑몰업체는 시장침체, 소비자의 악용 가능성, 보상기준의 산출근거 불명확 등을 이유로 강력 반발하고 있다.
쇼핑몰업체는 종합몰을 제외한 대다수의 쇼핑몰이 중소업체와 소호몰이고 손익분기점도 못 맞추는 상황에서 경제적 보상 위주의 처벌은 추가비용이 발생해 경영난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 오프라인과 비교해 유독 온라인의 보상규정을 강화하는 점도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피해 보상금액의 산출기준이 모호하며 소비자가 이를 악용할 경우 업계는 물론 선의의 소비자도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쇼핑몰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경부의 개정안은 지난 설 연휴에 한시적으로 운영한 ‘피해 보상 가이드라인’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라며 “이는 시장 상황이나 업계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 주도의 일방적인 안”이라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유관부처, ‘다른 법률과 상충된다’=산자부·정통부·공정위 등 다른 유관부처에서도 이번 개정안에 대해 난색을 표시하는 상황이다. 이미 인터넷 쇼핑몰 이용 표준약관이 시행중이며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소비자 보호지침, 민법 등에 근거한 표준약관 등과 상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자칫 잘못하면 전자상거래 산업이나 시장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조심스런 입장이다.
공정위 측은 “인터넷 쇼핑몰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공감하지만 이미 관련 법령이나 지침이 있는 상황에서 이를 무시하고 이에 상충되는 보상규정을 마련한다면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검토 의견안을 재경부에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재경부의 ‘소비자 피해 보상규정’은 개정 전부터 산업계는 물론 유관부처의 반대라는 돌출변수에 부딪치면서 적지 않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