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중 육성할 전략산업으로 시스템온칩(SoC)을 선정, 기존 육성안을 대폭 수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포스트D램시대’를 겨냥해 SoC에 대한 재평가를 내린 것이란 점에서 일견 환영받을 만하다.
특히 일선 산업체 출신인 진대제 정통부 장관이 SoC 산업육성책의 새 청사진을 마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힘으로써 업계는 교착상태에 빠진 SoC산업을 활성화시키는 물꼬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는 분위기다.
그만큼 SoC산업이 쳬계적인 육성전략과 전술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되는 분야라는 데 산·학·연뿐만 아니라 정부당국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SoC는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기 때문에 진 장관이 시사한 투자대비효과(ROI) 기준의 ‘선택과 집중형’ SoC 육성전략이 다소 무리가 따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통부의 구상=진 장관이 업계와의 간담회에서 밝힌 수정 SoC 육성전략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바로 ‘선택과 집중’이다. SoC는 반도체·소프트웨어·시스템 등을 아우르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만큼 될성부른 떡잎에 거름을 확실하게 주자는 것.
삼성전자 역시 SoC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몇년째 자금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으나 아직도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것처럼 제대로 된 SoC를 만들어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수반돼야 한다는 게 진 장관의 생각으로 보인다.
정통부는 특히 SoC를 위한 선결과제로 △광범위한 핵심 IP(반도체 설계자산) 및 나노미터급 초미세회로공정기술 확보 △시스템업체보다 앞서가는 시스템 표준기술 개발 △소프트웨어 기술개발 등이 요구되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체계에서는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국내 SoC 육성전략은 산발적인 투자보다는 집중할 수 있는 영역에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가해지고 산·학·연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대적인 투자와 연구개발(R&D)을 추진하는 쪽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없나=진 장관의 이같은 발언이 정부의 정책으로 확정된다면 그동안 2억∼3억원씩 나뉘어 진행되고 있는 SoC 관련 수십여 국책사업이 몇몇 대형 과제 위주로 재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제는 평가기준. 현재 대다수 SoC 국책과제는 당장 효과분석(ROI)을 하기 어려운 차세대 원천기술 확보와 인력양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평가기준을 만들기 어렵다. 산업계가 우려하는 바도 바로 이것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업계 관계자는 “산·학·연이 함께해 포스트D램시대에 대비할 대표적인 기술과 제품 개발을 한다는 것은 분명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특정 기술분야나 업체에 대한 특혜시비를 낳을 수도 있고 고른 기초기술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우를 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부처간 효율성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다. 현재 SoC 정책은 정통부와 산자부, 과기부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SoC산업 육성책에 대한 궤도수정을 위해선 유관부처간의 의견조율이 선행돼야 한다.
최근 65㎚급 차세대 미세회로공정을 확보하기 위해 3개 부처가 머리를 맞댔으나 결국 불발로 끝난 것처럼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자금부터 모으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대안은 무엇인가=SoC산업은 우리 IT경제의 미래를 책임질 성장엔진임에는 틀림없지만 아직은 뿌리를 확실히 내리지 못한 ‘발아기’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방향이 바뀐다면 현실적인 산업의 단계를 십분 감안한 전략과 전술이 수립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즉 장기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를 가하되 결코 인프라 부문에 대한 육성이 간과돼선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관련 인프라를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 인력양성과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디지털TV용 SoC 등 대표할 스타 제품을 발굴하는 것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자칫 ‘두마리 토끼를 쫓는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으나 두가지 방향을 조화롭게 절충한다면 충분히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형준 시스템IC 2010사업단장은 “새 정부가 SoC 육성방안을 원천기술 확보와 인력양성이 가능한 쪽으로 갈지, 상용화기술 확보로 갈지는 모르겠으나 분명한 것은 범부처 차원에서 보다 총괄적인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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