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장관에기 듣는다]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

 “문화예술은 물론 체육·관광 등 모든 분야에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이 필요한 정책을 찾아내고 공감대를 이뤄 이를 추진하기 위한 방안을 만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정부는 이를 지원하고 막힌 것이 있으면 뚫어주는 등의 역할을 해야합니다. 이러한 기능에 대한 민간이양 문제는 재론할 필요없는 상식입니다.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이창동 신임 문화관광부 장관은 소설가로서 영화감독으로서 문화예술계에 직접 몸을 담아온 인물이다. 이 장관은 그만큼이나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 문화정책 기능에 대한 민간이양 의지도 강하게 내비췄다.

 또한 격식을 싫어한다. 실제로 이 장관이 문화부에 입성한 이후 청바지를 입고 출근하거나 격식을 차리지 않은 행동을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이 장관은 그동안 자유분방했던 삶의 방식과 장관이 된 이후의 삶의 방식이 크게 달라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한다.

 ―참여정부는 물론 장관도 문화산업과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민간참여 확대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문화정책기능의 민간이양을 위한 방향 및 구상내용이 있으면 말해달라

 ▲민간참여 확대와 관련해서는 이미 간부회의에서 이야기했다. 앞으로 더 많은 의견을 나누면서 구체화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한 방향은 문화·예술·체육·관광 등 모든 분야는 궁극적으로 민간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기구를 구성하고 또 이를 어떻게 추진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은 더 연구해 봐야한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개인적인 신념이나 참여정부의 의지라기보다는 그렇게 가야하는 당연한 것이다.

 우리 정부도 그동안 이를 지향해오기는 했지만 아직 시스템이나 제도가 부족해 분명한 원칙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 방향과 원칙은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장에서 그 일을 준비하도록 해 나가도록 하고 조만간 설치할 행정문화개혁위원회에도 방안을 요구할 것이다.

 ―취임 초기에 문화부 직원들이 문화예술인과 동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장관 자신도 현장의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는데 그동안 문화예술인들과의 만남은 가져왔는가.

 ▲문화계 인사들은 더러 만나본 분들도 있지만 나 자신이 문화예술계에 몸을 담아왔기 때문에 정부가 무엇을 해줬으면 하는지에 대해서는 귀가 따갑게 들어왔고 주장도 해왔다. 현재로서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부분과 다를 바 없다고 본다. 따라서 지금은 업무 파악을 위해 내부 사람을 만나는데 시간을 집중해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시간을 내서 문화계 인사들과 대화하고 많은 얘기를 들을 계획이다.

 참여연대를 비롯해 문화계 사회단체들이 많다. 이들 단체는 큰 방향에서는 동의해도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이 상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장에서 스스로의 문제와 공적인 가치를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상당히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들의 의견을 수용해 나갈 계획이다.

 ―조만간 신설될 예정인 정책보좌관 제도에 대한 생각과 이의 활용 방안을 말해달라.  

 ▲정책보좌관제는 아직 확정된 제도는 아니다. 이의 도입 취지를 밝히자면 청와대에 있던 각부처 담당보좌관을 없애는 대신에 이를 각부처에 두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지침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 입장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문화부도 그 기능이 매우 중요한 것은 틀림없다. 특히 문화정책 기능의 민간이양을 위해서는 민·관 사이의 고리역할을 해줄 뭔가가 필요하다. 문화부는 업무영역이 너무 광범위해 현재 조직체제로는 감당하기 벅찬 실정이다. 예를 들어 음반산업이나 게임산업 등은 엄청 빠른 속도록 변화하고 있으나 담당공무원은 한명씩밖에 없어 많은 애로사항이 불거지고 있다. 앞으로 도입할 정책보좌관은 이런 관점에서 민관 연결고리 역할을 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 장관은 그러나 최근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문화산업 지원 육성정책과 관련해서는 영화감독 출신의 장관이 왔다고 문화산업이 홀대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오히려 “앞으로 문화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쳐 나갈 계획”이라며 문화산업 업계에 일고 있는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했다. 이 장관은 취임하자 마자 갖은 기자회견을 통해 지나친 경제논리에 의해 문화를 산업으로만 보는 인식이 팽배해져 있다며 문화가 산업논리에 밀려 약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명한 바 있었다.  

 ―문화산업에 대한 시각을 말해달라.

 ▲전에 얘기했던 것은 문화산업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에 대한 문제다. 문화를 산업적으로만 보아서 어떤 것은 돈이 되고 어떤 것은 돈이 안된다는 식으로 구분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문화는 경제와 산업은 물론 우리 삶의 전 영역에 걸쳐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문화산업에 대해서는 기존의 정책기조를 그대로 이어나갈 계획이다.  

 ―장관은 영화계 출신으로 스크린쿼터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스크린쿼터 개방 문제에 대해 영화감독이 아닌 장관으로서 공식 입장을 밝혀달라.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어젠더(DDA) 협상과정에서 이달말까지 여러가지 개방 양허안을 제출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은 시청각물은 개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문화산업 전체를 위해서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김성재 전 장관이 방송정책을 문화부로 가져와야 한다는 말을 해 논란이 인 적이 있다. 이에 대한 장관의 생각은.

 ▲김성재 전 장관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잘 몰라 뭐라고 할 말이 없다. 다만 방송정책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말하자면 방송의 공공성에 대한 정책기능은 방송위원회의 고유 권한이라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면서 방송산업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방송산업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 하는 장기적인 정책을 비롯해 방송위원회의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은 정부에서 맡는 것이 맞다고 본다. 김 장관도 이러한 관점에서 말한 것인데 주변에서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 것 같다.

 이 장관은 인사문제와 관련해서는 상당히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 장관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 업무를 파악하고 다면평가제를 비롯한 다양한 과정을 거쳐 합리적이고 공정한 인사가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문화부 내부에서도 효율성이 떨어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개혁해 나가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차관 임명 이후의 후속 인사 시기와 방법을 말해달라.

 ▲인사 문제는 간부회의 석상에서 발표한 바 있다. 일괄인사는 가능한 늦추겠다고 말했다. 내부 조직과 업무를 잘 알지 못하는 데 인사할 수 없다. 추가 인사는 업무를 어느정도 파악한 이후에 하겠다. 기획관리실장 등 인사요인이 발생한 인사에 대해서는 신속히 처리하겠다. 인사과정에서는 최대한 합리성과 객관성·공정성을 갖고자 하는 것이 방침이다. 다면평가제도 유용한 자료로 활용할 계획으로 실시했다. 시기는 이같은 과정을 모두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다소 늦어질 것 같다.

 ―최근 국립박물관장 인선 문제 때문에 말들이 많다. 문화부 장관으로서 국립박물관장 적임자는 어떤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보나.

 ▲최근 불거진 문제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립박물관장직을 1급 개방형직에서 차관급으로 승진한 것은 국립박물관의 권위와 위상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지 개방형 공모의 취지가 바뀐 것은 아니다. 다만 차관급이라 임명권자가 대통령으로 바뀐 것이 달라진 부분이다. 문화부에서는 당초 개방형 공모 취지대로 선정해서 대통령에게 추천하려는 것이다. 유홍준 교수의 경우는 오해에서 비롯된 구설수에 올라 그동안 쌓아온 명예와 자존심이 크게 훼손됐고 이에 자존심 찾는 차원에서 후보에서 빼달라고 요구해서 후보에서 제외했다. 국립박물관장은 최소한 20명 이상의 심사위원단을 구성해 검증할 예정이다. 요건에 대해서는 특별하게 의견을 밝힐 것이 없다.

 ―문화부 내부에서 개혁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장관실에 앉아 있으면 굉장히 많은 보고를 받는다. 하루가 지나면 책상이 서류로 가득찰 정도다. 업무파악 차원에서 꼼꼼히 챙기고는 있지만 많은 부분에서 이를 궂이 장관이 결재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보고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결제 구조를 바꿔야 한다.

 이 장관은 이어 장관에 취임한 이후 지난 2주 동안 언론접촉이 전혀 없어 그동안 무슨 일을 해왔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는 말에 “문화부가 워낙 광범위한 분야를 담당하다보니 파악해야할 업무가 너무 많았다”며 “그동안은 여러가지 보고를 받고 토론을 벌이는 등 업무파악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개인적으로는 지금끼지의 삶의 방식과 앞으로의 삶의 방식 사이에 많은 괴리감을 느끼고 있다”며 “영화감독을 해오다 장관직을 수행해야 하는 위치가 되다보니 여러가지 면에서 어려움을 느끼고는 있으나 가능하면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54년 대구 출생 △경북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졸업 △81∼87년 고교 국어교사 △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93년 영화 ‘그 섬에 가고싶다’ 각본 및 조감독으로 영화계 입문 △96년 이스트필름 공동설립 △97년 영화 ‘초록물고기’로 영화감독 데뷔 △98년 스크린쿼터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 정책대변인 △2002년 스크린쿼터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 정책위원장 △2002년 영화 ‘오아시스’로 베니스영화제 감독상 수상 △주요 저서 ‘녹천에는 똥이 많다’ ‘전리’ ‘꿈꾸는 짐승’ 등 △주요 영화작품 ‘초록물고기’ ‘박하사탕’ ‘오아시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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