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2002년 세계 하이테크분야 10대 순익 기업’을 자체 조사해 보도하며 한 옆에 이들 기업의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을 게재했다. 그리고 세계 초우량 알짜기업들의 영업이익률 폭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을 실었다. 표참조
이들조차 디플레이션 진행에 따라 수익력 면에서 노란신호가 켜졌다는 말이다. 따라서 새로운 ‘밥그릇’을 찾아야한다. 연간 판매 대수가 1억대를 넘는 이른바 ‘억대 제품’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 21세기 하이테크 패권이 걸려있다.
세계 연간 출하대수가 1억대를 넘는 TV, 휴대폰, PC 등 ‘3대 억대 제품’의 역사는 세계 하이테크 흐름 그 자체이기도 하다. 가장 먼저 억대 고지에 오른 TV분야에서 일본은 눈부셨다. 일본 전기전자업체들은 이를 바탕으로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했다. 하지만 97년과 99년 차례로 억대 고지를 밟은 휴대폰·PC에서 미국·유럽세에 뒤처지며 변방으로 밀려났다. 현 10대 순익 기업은 휴대폰·PC와 그 파생분야에 일찍부터 투자해 지금 과실을 향유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휴대폰, PC시장도 성숙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중국이 새 소비시장으로 떠오르고는 있지만 부족한 감이 있다. 결국 새 ‘억대 제품’이 등장할 시점이다. 앞서 보고 먼저 자리를 차지하는 기업이 몇년 후 순익 랭킹 10에 이름을 새길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엄청난 현금을 써가며 가정용 게임기 시장에 진입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소니의 PS2가 5000만대(누적)를 돌파했고 닌텐도의 게임큐브는 내년 3월까지 1600만대, MS의 X박스는 올 6월까지 900만∼1100만대 팔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게임기의 기능도 발전해 인터넷 접속이나 DVD 시청이 가능케되는 등 억대제품으로 발전할 여지는 충분하다.
TFT LCD나 플라즈마 디스플레이로 재무장한 TV(액정TV·PDP TV)도 ‘억대 제품’ 후보다. 소니, 히타치, 샤프 등 일본 기업들은 다시 한번 TV에 기대를 걸고 있다. 삼성전자 등 우리나라 메이커들도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며 일본과의 일전을 벼르고 있다.
휴대폰과 휴대형 게임기를 하나로 한 하드웨어도 후보군에 끼어든다. 닌텐도가 거의 독점하고 있는 휴대형 게임기 시장에 노키아 등 휴대폰메이커가 기웃거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노키아는 휴대폰 겸용 게임기 ‘N게이지’를 올해 안에 내놓으며 휴대형 게임기 시장에 뛰어들 예정이다. 닌텐도는 휴대형 게임기인 겜보이 제품군의 올 판매 목표를 2000만대로 하고 있다.
홈서버를 거론하기도 한다. 홈서버 ‘한 집에 한 대’시대가 올 것인지, 온다면 어떤 형태일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하지만 세계 유수 IT업체들이 홈서버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 역시 사실이다. 또한 컴퓨터의 제3의 물결로 일컬어지는 ‘유비쿼터스’시대가 도래해 새로운 유비쿼터스 단말기가 등장하리란 예측도 심심찮게 들어볼 수 있다.
모건스탠리의 야마모트 애널리스트는 “지금까지 (억대 제품인) PC·휴대폰을 장악한 기업들이 하이테크 산업을 주도해 왔다”며 향후 새롭게 등장할 억대 제품 분야가 새 전장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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