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랜이 통신시장 판도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유럽에서는 무선랜과 3G시장을 상호 위협적인 대체제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유선통신사업자들은 무선랜을 앞세워 유무선통합사업을 추진하면서 아울러 이동통신시장 잠식을 꾀하고 있다. 가디언지는 우선 유무선통합서비스로 무선랜시장이 유럽에서 부상하고 있는 이유를 다음과 같은 요인에서 찾고 있다.
우선 노트북PC가 데스크톱PC를 대체하는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네트워크의 이동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는 점을 들고 있다. 물론 노트북PC에는 무선랜 기능을 탑재한 윈도와 맥 운용체계가 내장돼 있다. 다음으로는 3G 서비스 실시가 늦춰지고 있고 이에 따른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또 영국처럼 무선랜 운영에 관한 주파수 규제가 완화되고 있다는 점도 거론된다. 이에 따라 무선랜 핫스폿 사용요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같은 환경변화를 주장하고 있는 측은 유선사업자들이다. 그만큼 새로운 시장 개척과 무선랜사업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의미다. 영국에서는 BT가 주도하는 입장이다. BT는 일단 주요 도시의 호텔·커피숍·고속도로터미널 등에 핫스폿을 조성하고 확대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요금은 시간당 6파운드와 한달에 85파운드 하는 두 가지로 운영하고 있다. 속도는 3G에 비해 3배나 빠르고 요금은 절반 수준이다.
BT의 경쟁사인 T모바일 역시 스타벅스에 공중 핫스폿을 조성,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달부터는 영국 전역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유료화도 진행할 계획이다. 메가빔 역시 런던의 패딩톤역에 핫스폿을 조성,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프랑스의 FT도 지난달 무선랜서비스 실시계획을 전격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동통신사들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거나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커피숍이나 공항 등의 핫스폿 지역을 벗어나더라도 이동하면서 네트워크에 접속하기를 바란다는 게 이동사업자들의 주장이다. 또 무선랜의 경우 노트북PC를 부팅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무선랜의 짧은 커버리지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같은 불편을 감수하면서 무선랜을 사용하길 원치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입장을 반영, 허치슨3G사는 3G서비스에 비중을 두면서 무선랜사업에 대해서는 두고 보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보다폰사도 무선랜이 기존의 데이터서비스와 대체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공식적인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3G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무선랜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한 탓이다. 다이닌사의 경우도 무선랜이 위협적이기는 하지만 PC의 모든 애플리케이션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거나 각종 멀티미디어서비스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들어 준비에 소극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선사업자 중 mmO2 같은 사업자는 아일랜드에 이미 핫스폿 네트워크를 구축한 데 이어 독일 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사업자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전략적인 지역에 무선랜 핫스폿을 구축하는 등 사업준비에 만전을 기하면서도 보다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의 SK텔레콤과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사업자도 존재한다.
결국 유럽의 통신사업자들은 무선랜이 3G의 강력한 경쟁자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유선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무선은 주춤하면서도 준비작업을 서두르고 있는 형국이다.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인 인텔과 AMD 역시 이같은 시장을 겨냥해 무선랜용 칩 생산에 나서고 있다. 바야흐로 적어도 유럽에서는 유무선통합서비스의 중심축으로 무선랜이 부상하고 있으며 통신사업자들의 몰림현상도 가시화되고 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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