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선통신 통합]`꿈의 통신` 유비쿼터스 노둣돌

 KT인포텍에 근무하는 이상녕씨(32)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PC방을 곧잘 찾았다. 집이나 회사 밖에 있을 때 급하게 e메일을 확인해봐야 할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엔 통 가질 않는다.

 개인휴대단말기(PDA)폰으로 메일을 받고 보낼 수 있어서다. PDA폰으로 동영상도 보고, 게임도 하며 인터넷 전화도 한다. 그가 이용하는 건 ‘네스팟’이라는 KT의 유무선 통합서비스다.

 이씨는 “회사원이다보니 출장이나 외출시 편리하고 요금도 ADSL 가격에 1만원만 추가해 부담이 없다”면서 “다만 액세스포인트(AP) 설치지역이 많지 않아 이용가능한 곳이 적은 게 흠”이라고 말했다.

 유무선 통합이 새해 국내 통신서비스업계의 핫이슈로 다가왔다. 1, 2년전부터 나오기 시작한 유무선통합 서비스는 올해들어 통신사업자들이 시장개척에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꽃을 피우고 있다.

 올해가 사실상의 유무선 통합 원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IT기술은 궁극적으로 ‘유비쿼터스’를 지향한다. 언제 어디에서나 어떤 단말기로든 정보서비스를 받는 세상이다. ‘유비쿼터스’ 세상이 아직은 멀었으나 그 시작과 끝에 통신이 있을 것이라고 통신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최근 나오는 유무선 통합서비스가 초기 ‘유비쿼터스’의 원형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빼놓지 않았다.

 사실 유무선 통합은 자연스런 귀결이다.

 유선과 무선 통신은 각각 벨과 마르코니의 실험을 시작으로 100여년간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 그러다가 컴퓨터와 통신이 결합한 정보통신 혁명이 일어났고 이후 정보통신 기술이 크게 발달하면서 유선과 무선의 길은 같은 곳을 향하기 시작했다. 선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차이만 있을 뿐 정보통신이라는 밑바탕은 동일했다. 사실 통신 이용자는 유선이냐 무선이냐를 따질 필요가 없다. 통신만 잘되면 그만이다. 유선과 무선은 서로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무엇보다 데이터 처리에 한계가 있었던 무선통신 기술이 유선에 못지 않게 발전한 게 결정적이다. 안정성이 높은 유선과 이동성이 강한 무선이 합쳐지는 새로운 정보통신 혁명이 발발했다.

 그 혁명의 시발점이 바로 코리아다.

 불과 몇년 사이 초고속인터넷(유선)과 CDMA(무선) 분야의 최강국이 된 한국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둘을 합치려고 시도한다. KT와 SK텔레콤과 같은 메이저 통신업체들이 각각 포화에 이른 유선과 무선 서비스 시장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무선으로도 초고속 인터넷을 보는 유무선 통합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발굴해 내놓고 있다. 이를 준비하는 다른 나라도 비상한 관심을 내비쳤다.

 하지만 첫 시도인 만큼 진통도 크다. 통신망은 여전히 유선과 무선이라는 전통적인 영역구분에 따라 구축됐다. 기존에 깔린 유선망과 무선망을 새로운 환경에 맞게 운용하는 방향을 찾아야 하며 새로운 통합망 설계도 논의돼야 한다.

 법과 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전통적인 사업영역을 정해놓은 역무구분은 벌써 현실과 맞지 않으며 통신망 개방이나 통합 서비스 인정과 같은 물적 토대 구축 역시 늦어지고 있다.

 실제 비즈니스로 들어가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사업자들에 유무선 통합은 바로 영역파괴다. 달리 말하면 남의 밥그릇을 뺏을 수도 있지만 자기 밥그릇을 빼앗길 수도 있는 정글의 법칙이 적용된다.

 특히 힘이 약한 후발 사업자들은 두렵기만 하다. 선발 사업자들은 하루라도 빨리 유무선 통합시대 도래를 앞당기려 하지만 후발 사업자들은 될 수 있으면 천천히 왔으면 한다.

 정책 당국은 유무선 통합 서비스를 활성화해 통신시장에 활력을 준다는 것과 선후발 사업자간 유효경쟁의 틀을 만든다는 상충된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했다.

 이러한 난관에도 불구, 유무선 통합은 이미 대세가 됐다.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업자들은 살아남기 힘들게 됐다.

 유무선 통합은 사업자뿐만 아니라 관련 콘텐츠, 시스템 업체 등 후방사업자들에도 새로운 기회를 준다. 특히 국내 장비업체들은 외국 장비업체들을 꺾고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 장비업계는 AP, 무선랜 장비 등 신규시장 창출과 기존 망 설비의 교체수요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간 한정된 사용자를 상대하면서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은 콘텐츠 업체들도 수요 확대를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됐다.

 유무선 통합의 수혜자는 누구보다도 사용자다. 더이상 무거운 노트북을 들고 전화선을 찾아다닐 필요없이 무선랜으로 야외에서도 손쉽게 초고속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휴대폰과 PDA폰, 스마트폰만 갖고 다녀도 된다.

 KT의 윤종록 마케팅기획본부장은 “유무선 통합 서비스는 무선의 커버리지 한계와 비싼 요금, 유선의 고정성을 상호보완하는 ‘윈윈 서비스’”라면서 “유선과 무선에서 최고 수준에 오른 우리나라야 말로 유무선 통합 서비스를 이끌 수 있으며 이를 잘 활용하면 정보통신 강국 건설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