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 `성능 논쟁` 가열

 선·후발 공급망관리(SCM)업체간에 기능성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최근 전사적자원관리(ERP) 기반 SCM을 내세워 시장공략에 나선 SAP와 오라클이 ‘비즈니스 플로의 통합기능’을 강조하며 SCM 선발주자인 i2테크놀로지를 압박하기 시작한 것이 발단. 이에 대해 i2테크놀로지는 단순히 ERP를 확장한 SCM 솔루션으로는 생산현장에서 발생하는 업무 플로를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맞대응하고 나섰다.

 오라클은 기존 애플리케이션과 SCM의 통합성을 강조하고 있다. 오라클의 프랭크 프레스티노 SCM 총괄부사장은 “사용자들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워드 프로그램이 보유한 수많은 기능 중에서 보통 2, 3개 기능을 이용하는데 머물듯 SCM에서도 생산·구매·주문·배송 등 주요 기능에 집중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며 “ERP를 기반으로 핵심 SCM 기능을 소화함으로써 전사 차원의 업무 프로세스를 통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i2테크놀로지 SCM 솔루션의 경우 생산 기획 기능이 우수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중요한 것은 전사적인 협업을 구현하기 위한 솔루션의 통합”이라고 강조했다.

 i2테크놀로지는 전문 솔루션으로서 성능의 우수성을 역설하고 있다. i2테크놀로지코리아의 박성칠 대표는 “SCM은 결코 ERP의 연장과 확장을 통해 구현되지 않으며 SAP와 오라클이 주장하는 통합도 트랜잭션(transaction)의 문제일 뿐 생산기획(planning)을 포괄하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박 사장은 “SCM 구현을 위한 핵심요소는 생산기획의 최적화인데 오라클과 SAP처럼 기업 데이터·프로세스·시스템의 트랜잭션을 통합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SAP의 ERP 고객들조차 SAP의 SCM솔루션(제품명 마이SAP APO)보다 i2테크놀로지의 제품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선·후발 SCM업체간의 기능성 논쟁은 시장으로 옮겨져 우열을 가늠키 힘든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 SAP코리아가 삼성전자에 ERP를 구축한 경험을 발판으로 삼아 삼성코닝정밀유리 등에 대한 SCM 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i2테크놀로지코리아가 삼성전자를 SCM 고객으로 확보한데 이어 삼성코닝정밀유리 수주전에 나서는 등 역공을 펼치고 있다.

 또한 SAP코리아가 현대자동차의 미국 앨라배마 공장 ERP프로젝트를 수주하고 SCM으로 확장을 노리는 와중에 i2테크놀로지코리아가 현대자동차 본사의 SCM 프로젝트를 따내는 등 경쟁이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한국오라클도 본사가 강력한 데이터베이스 시장지배력을 발판으로 하는 애플리케이션 통합기능의 비교우위를 내세워 어메리텍·알코아·에이피씨 등을 SCM 고객으로 확보한데 이어 국내 중견·중소기업을 중심으로 SCM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2년여 전에 SAP ERP를 SCM으로 확장하려했던 삼보컴퓨터가 최근 i2테크놀로지의 SCM으로 프로젝트를 재검토하는가 하면 SAP와 오라클이 ERP 분야의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발판으로 삼아 i2테크놀로지의 영역을 잠식하고 있다”며 “앞으로 선·후발 SCM업체간의 기능성 논쟁을 출발점으로 하는 시장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