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선율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앨범이 발매돼 마니아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각각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이병우와 가즈히토 야마시타가 연주 앨범을 발매한 것이다.
이병우는 기타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음악을 자신의 고유 색깔로 연주하는 멀티 기타 플레이어라는 점에서 단연 한국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11세부터 기타를 시작한 그는 84년 ‘어떤날’을 결성하면서 기타 연주는 물론 작사, 작곡, 편곡, 앨범 프로듀싱에까지 두각을 보였고, ‘세 친구’ ‘스물 넷’ ‘마리이야기’ ‘쓰리’의 영화음악을 담당한 바 있다.
그런 그가 최근 다섯번째 기타 연주 앨범 ‘흡수’를 발표했다. 95년 ‘야간비행’ 발표 후 8년만이다. 6일과 7일에는 LG아트센터에서 ‘이병우 기타 콘서트’도 마련한다.
‘흡수’는 이제까지 이병우의 음악 코드였던 서정적이고 회화적인 느낌과 달리, 훨씬 역동적이고 고도의 테크닉이 담겨 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이던 ‘맑은 정서’와 이 안에 내재돼 있던 추상적인 면이 현대적인 기법으로 표현된 것. 록·발라드·블루스·재즈를 클래식의 색채로 ‘이병우식 음악’으로 구현했다. 인상주의적 터치에서부터 표현주의적 터치에까지 멀티 기타 플레이어의 진면목들이 보인다.
음악의 완성도에서도 그렇지만, 이 앨범은 이병우의 인생 전체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어린시절에 대한 추억과 향수, 동경, 고통과 좌절 등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의 경험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앨범은 이제까지 순수 창작 연주곡만으로 구성된 클래식 기타 솔로 앨범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기념비적 음반이 되기에 충분하다.
가즈히토 야마시타의 ‘비틀스 명곡집 CD’도 ‘흡수’에 필적할 만한 작품이다.
가즈히토 야마시타는 현란한 연주가 일품인 기타리스트. 매혹적인 기교와 풍부한 표현력은 전세계 비평가와 언론으로부터 ‘세계 최고의 비르투오조 기타리스트’라는 호평을 얻고 있다. 더구나 기타라는 악기로는 연주가 불가능해 보이는 작품을 편곡해 연주함으로써 기타 연주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고 있다는 평가다.
72년 11세의 나이에 규슈 기타 콩쿠르에서 우승한 가즈히토 야마시타는 16세에는 스페인 라이레즈, 이탈리아의 알레산드리아, 파리 라디오 프랑스 콩쿠르를 석권하는 등 실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지금은 기타를 위한 새로운 레퍼토리의 발굴에도 적극적이며, 각국 작곡가들과 공동작업을 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주요 오케스트라와의 공연을 포함해서 유럽·아메리카·아시아 각지의 공연을 통해 국제적인 명성도 쌓고 있다.
이번에 그가 내놓은 ‘비틀스 명곡집 CD’는 ‘Hey Jude’ ‘Yesterday’ ‘Let it be’ ‘Michelle’ 등 비틀스의 명곡 36곡을 편곡해 연주한 앨범이다. 비틀스의 친숙한 멜로디가 가즈히토의 깔끔한 기타 선율에 실려 상큼하게 다가온다. 클래식 기타 애호가뿐만 아니라, 비틀스를 사랑하는 이에게도 추천할 만하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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