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과 문화관광부가 공동 주최하는 이달의 우수게임 2월 수상작으로 PC게임 ‘실바니아 패밀리’와 GP32용 게임 ‘은행나무 소녀 밀’이 선정됐다. T3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실바니아 패밀리’는 아동용 게임으로서는 보기 드문 세심한 그래픽을 선보였으며 아티클시작의 ‘은행나무 소녀 밀’은 탄탄한 시나리오와 서정적인 그래픽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달에 출품된 작품 수는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던 지난달과 같은 총 18편에 달했으며 교육용 게임 부문에는 아쉽게도 수상작을 내지 못했다.
◇T3엔터테인먼트 - 실바니아 패밀리
게임개발업체 T3엔터테인먼트(대표 김기영)는 국내 유력한 아동용 PC게임 전문 개발사로 통한다. 요리시뮬레이션 게임 ‘천하일품요리왕’과 인기 연재만화를 소재로 한 액션롤플레잉 게임 ‘짱’을 비롯, 액션게임 ‘날아라 슈퍼보드 외전2’, 아케이드게임 ‘고래밥-라두와 친구들’ ‘보보2:수정의 비밀’ 등 다양한 장르의 아동용 PC게임을 개발해 오면서 쌓은 노하우 덕분이다. 특히 ‘천하일품요리왕’은 게임에서는 매우 생소한 요리라는 소재를 선택, 시뮬레이션 장르에 접목해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김기영 T3엔터테인먼트 사장도 “회사를 설립한 지 벌써 5년째에 들어간다”며 “중견 PC게임개발업체로 불러달라”고 주문한다. 반쯤은 농담조로 건넨 말이지만 김 사장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차 있다. 이달의 우수게임에 선정된 것도 2001년 10월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2월 이달의 우수게임으로 선정된 ‘실바니아 패밀리’는 T3엔터테인먼트가 그동안 아동용 PC게임개발을 통해 쌓은 저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아동용 PC게임으로 보기 드물게 제대로 된 그래픽을 구현하고 있는 데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재미있는 게임진행이 돋보인다.
아동용 게임으로서 욕심 부릴 수 있는 한 최대의 그래픽을 보여주자는 게 개발진의 첫번째 목표이기도 했다. 개발자들은 고전 일본 캐릭터를 3D 그래픽으로 화려하게 덧칠하고 카툰 랜더링 기법으로 세심하게 마무리해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마치 애니메이션와 같은 각 캐릭터의 부드러운 움직임도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3D캐릭터와 조화를 이루는 동화풍의 2D 배경 화면도 일품이다. 개발진이 가장 손이 많이 간 부분 중 하나라고 지적했을 정도로 색감이 풍부하다.
아이들의 자립심을 키워주는 각종 에피소드도 아동용 PC게임으로서 손색이 없다. 눈 덮인 마을에서 수정얼음 가져오기, 숲 속에 버려진 쓰레기 줍기, 어두운 동굴에 등불 가져다 주기, 섬에서 약초 구해오기, 시계 부품 조립하기, 전설의 책 찾기, 씨앗 구해오기 등 총 7단계 스테이지는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다리·점프대·구름 등 게임에 등장하는 부수물과 캐릭터가 상호작용하도록 설계된 게임 진행도 재미를 더한다.
김기영 사장은 “나름대로 정성을 쏟은 작품이기 때문에 이달의 우수게임 수상의 기쁨도 남다릅니다. 그동안 함께 수고해 준 직원들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현재 진행중인 각종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도 큰 힘이 됩니다”며 감격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올해 T3엔터테인먼트는 다양한 플랫폼에 진출하는 것. T3엔터테인먼트는 이미 모바일게임 ‘짱’ ‘YMCA야구단’ ‘천하일품요리왕’ 등을 개발했으며 ‘범퍼카’ ‘맬맨’ 등의 온라인게임 서비스도 준비중이다. 중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올해는 T3엔터테인먼트가 아동용 PC게임 전문개발사에서 그야말로 종합플랫폼 게임개발사로 변신하는 분수령의 해가 될 것이라는 게 김 사장의 설명이다. 그 변신의 성공 여부는 이미 ‘Truly, Try and Trust’의 약자를 딴 회사이름 T3처럼 ‘신념을 가지고 진심으로 노력하는가’ 여부에 달려있지 않을까.
◇아티클시작(3월초 트리버즈소프트로 개명 예정) - 은행나무소녀 밀
이달 업소용·모바일·PDA 부문 우수게임상을 GP32용 액션 아케이드 게임 ‘은행나무 소녀 밀’을 개발한 신생게임업체인 아티클시작(대표 최대웅)이 거머줘 주위를 놀라게 했다. 아티클시작은 회사가 설립된 지 이제 막 8개월째 접어드는 완전 신생게임업체로 직원 수는 6명에 불과하다. 그런 데다 이번에 상을 수상한 작품은 국산 휴대형 게임기 GP32용으로 개발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뜻밖이다. GP32용 게임타이틀로는 유일하게 경쟁, 모바일게임 분야의 쟁쟁한 게임개발업체들이 내놓은 8개의 모바일게임들을 제쳤기 때문이다.
비록 작은 회사에서 개발된 작품이지만 ‘은행나무 소녀 밀’은 GP32 스펙 한계를 벗어난 그래픽에 독특한 게임 전개로 심사위원들에게서 후한 점수를 얻었다.
우선 스토리를 보자. 매우 독특하다. 황새가 아기를 가져다주고 거대한 은행나무가 세계의 중심이 되는 팬터지 세계에서 펼쳐지는 귀여운 소녀 ‘밀’의 모험담을 그리고 있다. 생식기관을 거세한 인간 대신 황새가 아기를 가져다준다는 설정 때문에 서정적인 그래픽과 친환경적인 설정에도 불구,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18세 이용가 판정을 받았다.
아케이드 게임이지만 롤플레잉 요소를 대거 흡수, 이야기 전개 비중이 큰 점도 매력으로 꼽히고 있다. 게임을 즐기는 데 게임 세계관과 스토리를 이해하는 게 중요할 정도로 시나리오 비중이 크다. 멀티 스토리, 멀티 엔팅이 선보이며 다양한 서브이벤트가 등장한다.
이 게임은 GP32용으로 만들어졌다. 회사 아티클시작의 탄생도 GP32와 연관이 깊다. 최대웅 아티클시작 사장은 국산 최초의 게임기 GP32가 기능성은 우수한데 좋은 타이틀이 없어 고전하는 것이 안타까워 회사 창업을 결심했다고 전한다.
물론 게임타이틀이 완성되기까지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회사는 설립됐지만 자본금 5000만원도 안되는 작은 회사에서 선뜻 일하겠다는 사람이 없었고 대작 롤플레잉 게임을 개발하다 결국 프로젝트를 접는 아픔도 겪었다. PC게임 개발에 익숙한 개발자들이 GP32용 사양에 맞는 게임을 개발하는 것 자체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아직 회사 사무실은 낡은 아파트방을 빌려 쓰고 있는 형편이다. 그래서인지 좋은 일이 있을 때 인고의 세월을 같이 견딘 동료직원들이 늘 고마움의 대상이 된다. 최 사장은 “직원들은 지금 생각해 봐도 ‘도대체 무엇을 믿고 회사에 들어왔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려운 시절 힘이 되어 준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게임개발기간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길어지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밤을 지샜고 과로로 쓰러지기도 했습니다”고 설명하면서 수상의 영광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아티클시작은 아직은 초미니 회사지만 해외 진출을 생각할 정도로 꿈이 작지 않다.
“3월초 회사이름을 트리버즈소프트로 바꿀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한글과 영어의 조합인 지금의 이름은 해외 바이어들이 기억하고 부르기가 쉽지 않아서요.” 최 사장의 설명이다.
새로 바뀔 회사명인 트리버즈는 ‘나무의 새순’이라는 뜻. 문뜩 동화 ‘잭과 콩나무’가 떠오른다. 하늘까지 치솟는 잭의 콩나무도 실은 콩알 ‘한 알’에서 시작되지 않던가. 이제 막 새순이 돋아난 신생업체 아티클시작의 선전을 기대한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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