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보고서를 제출해도 정부지원금을 타낼 수 있다?’
실제로 이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음이 한 기업의 제보에 의해 드러났다. 정부의 ‘중소기업IT화 지원사업’ 대상 기업으로 선정된 중소제조 기업 A사는 전사적자원관리(ERP) 공급 전문 B사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ERP솔루션을 도입하지 않아도 지원금 2000만원을 타낼 수 있다며 정부제출용 거짓 보고서 작성을 제의받은 것이다. A사는 지난해 B사와 함께 1억여원을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IT화 사업을 정부에 신청해 구축대상 지원기업으로 선정됐으나 ERP 도입에 대한 효율성에 의문을 갖고 지금까지 구축을 보류해왔다.
A사측에 따르면 B사는 지난해 두차례 그리고 최근 한차례 거짓 보고서 작성을 부탁해왔다. B사의 영업담당자는 거짓보고서를 내도 2000만원을 받을 수 있고, A사도 기술투자에 따른 세금공제·공공사업 입찰시 가산점 부여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와는 별도로 완료보고서에 서명하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준다면 서버와 일부 업무 프로그램을 무료로 공급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물론 A사는 처음부터 이를 단호하게 거절했다.
A사측은 “ERP의 효용성이 검증되지 않아 도입을 미루던 차에 B사의 제안이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있어 검토할 필요성도 못느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이런 편법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을까.
이에 대해 A사측은 B사로부터 “해당기관의 완료점검이 형식적이며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검수받을 서버에 ERP를 탑재한 뒤 임의의 데이터를 만들어 입력하면 가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지적사항이 나오지 않는다”고 친절한(?) 설명을 들었다.
현재 ‘중소기업IT화 지원사업’에 대한 검수는 ERP구축 후 한달 동안 운영자료를 입력한 뒤 출력물을 모두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물론 이 때 서버에는 실데이터를 입력해야 한다. 바로 이 과정에서 편법이 가능하다는 것. 검수작업을 관리하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의 한 관계자도 “한달 동안의 데이터가 실제 데이터가 아닌 임의의 가공 데이터로 거짓으로 입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또 “보완책으로 철저한 사후관리를 실시하려 하지만 인력부족으로 2000여개가 넘는 대상기업을 관리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한 전문가는 이같은 폅법 가능성은 감독기관의 관리소흘과 단순한 구축사례만을 늘려 이를 영업자료로 활용하려는 ERP업체들의 비윤리적 기업정신이 빚어낸 것이라고 진단하고, 인력과 경비가 부족하다는 핑계가 통할 경우 그 가능성은 조만간 현실로 드러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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