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린터시장을 장악한 한국HP와 삼성전자가 최근 사무기업체들의 아성인 복사기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지 아니면 태풍의 눈이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사는 디지털복합기 바람을 타고 복사기시장을 급속히 잠식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복사기업계는 복사기는 프린터와 차별성이 강해 시기상조일 뿐 아니라 역부족일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HP와 삼성전자는 디지털복합기로 프린터와 복사기로 양분된 사무기시장을 통합하겠다는 전략으로 고급형 레이저방식 복합기로 복사기 수요층을 끌어들이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지난해 9월 복사기시장의 권토중래를 선언한 이래 고급형 제품을 내세워 50여개 삼성 OA기기 전문점과 IT영업팀의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지난 90년대 복사기시장에서 뼈아픈 철수 경험이 있는 삼성전자는 PC와 프린터 등 종합솔루션과 특판영업력을 활용, 복사기시장을 잠식해 연내 디지털복합기 선두업체로 부상하겠다는 목표다.
잉크젯 복합기사업에 치중해온 한국HP(대표 최준근)는 최근 분당 50장 출력 및 복사가 가능한 하이엔드급 복합기를 출시하는 등 복사기에 적합한 레이저 방식의 제품군을 늘려나가며 복사기 수요층 공략에 나섰다. 특히 한국HP는 제품 판매 외에도 임대사업을 시작하는 등 기업층 수요에 특화된 마케팅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이기봉 부사장은 “복사기 회사들과의 경쟁에서 한국HP는 네트워크와 PC에 관한 지식·노하우를 누구보다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무기기의 디지털화가 되는 현시점에서 승산이 크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에 대해 복사기업계는 제품과 영업망 우위를 내세워 수성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복사기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HP와 삼성전자가 프린터시장에서는 ‘감히 넘볼 수 없는 큰 형님들’이지만 복사기시장에서는 우리가 그 반대격”이라며 “복사기 회사들은 수십년간 사업을 지속하며 거미줄과 같은 영업망을 확보해왔기 때문에 프린터업계가 쉽게 넘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복사기업계는 레이저 프린터를 기반으로 한 복합기는 복사기에 비해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존 고객들을 붙잡는 대응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편 작년 디지털복합기시장은 2만3900여대로 전체 복사기시장에서 약 26%를 차지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은 프린터 옵션이 없이 복사기능만 있는 제품이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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