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피아]로마인이야기(11):몰락의 시작

 △로마인이야기 11:몰락의 시작/시오노 나나미 지음/한길사 펴냄

 

 로마인이야기 시리즈는 시오노 나나미의 일생일대 거작으로 설명을 붙이기가 진부할 정도로 유명한 시리즈다. 일년에 한 번 정도 나오고 있는 이 시리즈는 2006년 16권을 마지막으로 기획돼 있다고 한다. 장장 15년에 걸친 거대 프로젝트를 위해 30년 이상의 세월을 오직 로마인과 로마사에만 몰두해 서양문명의 토대인 그리스와 로마의 고대사를 발로, 생활로(심지어 로마에서 이탈리아인과 결혼) 그려낸 이 역사서 아닌 역사서는 그의 노력과 놀라운 필력으로 독자들을 몰입시킨다. 영웅위주의 보수적 사관이라든지, 지나치게 감성적이라든지 하는 진부한 비판들은 그 내용의 완성도에 이르면 위압돼 버리는 것이 사실이다.

 로마인이야기 시리즈의 백미는 초기 로마제국의 발전사와 포에니 전쟁, 특별히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 황제에 이르는 초기 발전사에 관한 이야기다. 특별히 이 부분에서 저자는 아마도 저자의 영원한 마음의 연인일 것 같은 카이사르와 카이사르를 탄생시킬 수밖에 없었던 ‘위대한’ 로마 제국의 완벽한 사회시스템과 아우구스투스에 이르러 더더욱 완벽해지는 로마에 관한 어쩌면 아주 지루할 수 있는 역사이야기를 추리소설보다 더한 긴장감으로 독자들을 몰입시킨다.

 최근에 나온 이 시리즈의 11권 몰락의 시작은 9권 ‘현제의 세기’에서 그려낸 네르바, 트라야누스, 하드리아누스, 안토니우스 피우스의 황금기로부터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오현제의 시대에서 로마의 몰락이 시작되는 과정을 그려낸다. 비록 초기작들에 비해 긴장감은 떨어지지만 저자는 변하지 않는 통찰력과 필력 그리고 독특한 역사 해석으로 로마제국의 황금기 못지 않게 로마제국의 몰락이 어떻게 시작되는지를 예리하게 그려내고 있다. 비록 모든 사람이 필자의 견해에 동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책의 완성도에 핑계거리를 찾기 어려운 것도 또한 사실이다. 이 책은 후세에 좋은 평판을 얻었던 ‘명상록’의 저자 철인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비록 시오노에게서는 점수를 따지 못하지만), 콤모두스, 셉티미우스 세베루스 황제에 이르기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아마도 11권에서 저자에 대한 애정을 재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강력한 권력을 부여받은 지도자의 존재 이유는 언젠가 찾아올 비에 대비해 사람들이 쓸 수 있는 우산을 미리 준비하는 데 있다”고 말하면서 어떻게 가장 황금기에 몰락의 전조가 시작되는지를 잘 그려내고 있다. 평화와 번영기의 절정에서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절대 시스템’의 몰락에서 최근 강대국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은 필자의 지나친 편견일까.

 번영기 못지 않게 몰락기의 시작을 그려내는 나나미의 다음 저작들을 기대하며 특별히 10권에서 시리즈의 읽기를 그만두리라 마음먹은 오래된 ‘로마인이야기’ 팬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연세대 김영용 교수 y2k@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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