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음반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한다며 곳곳에서 묘안 찾기가 한창이다. 그 중 하나가 중·장년층 공략이다.
중·장년층은 음반을 구매할 수 있는 실질적인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시장규모를 키우려면 이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적극적인 마케팅 정책이 펼쳐져야 한다는 얘기다. 10대 위주로 시장이 편향된 것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이기도 하다.
마침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하는 앨범과 라이브 DVD가 출시돼 주목을 끈다. 더구나 지금까지 나온 앨범은 ‘못이룬 사랑’을 그리워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룬 데 비해, 이들은 희망과 열정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친구’의 김민기, ‘행복의 나라로’의 한대수, ‘아름다운 사람’의 서유석, ‘아침이슬’의 양희은, ‘타박네’의 양병집….
저항문화로 대변되던 70년대, 포크뮤직은 젊은이들의 자유와 갈망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었던 매개체다. 80년대 대학가의 운동권 가요로서 저항의식을 표출했던 음악 역시 포크음악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두드러진 운동권 가요라면 노찾사의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 ‘5월이 오면’ ‘광야에서’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스타맥스가 발매한 ‘2002 명품 프렌즈’ 라이브 DVD는 지난해 10월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2002 프렌즈 명품 콘서트’를 DVD로 제작한 것으로 한국 포크음악사를 기린 것이기도 하다. 여타의 콘서트와는 기본적으로 다르다. 편곡에서부터 전문 세션맨들로 구성된 빅밴드의 파트별 철저한 연습과 리허설은 마치 탄탄한 시나리오와 콘티에 맞춰 드라마 한편을 완성하는 작업과도 같이 꼼꼼히 준비됐다. 오랜만에 같이 한 자리지만,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팀처럼 세련된 연주와 완벽한 하모니를 보여줘 청중들의 환호를 자아냈다는 후문도 들린다.
송창식·사월과유월·남궁옥분·김세환·이정선·서유석·김도향의 라이브 무대가 담겨있으며 스페셜 피처로 히든 앵글, 콘서트 스케치, 애드 리브 송, 뮤직비디오 등이 제공된다.
한국BMG뮤직이 내놓은 ‘스무살의 음악편지’도 중·장년층에 감회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특히 ‘노짱과 함께 하는 스무살의 노래 모음집’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 이 앨범은 대통령 당선자의 캐릭터로 표지로 내세운 것이 이색적이다.
앨범 수록곡은 두가지 원칙에 의해 선곡됐다.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대중적인 음악, 그러면서도 새로운 세대의 희망과 열정을 담은 내용이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 때문에 강산에·윤도현밴드·임재범·노찾사·들국화·이문세의 노래가 주를 이뤘다. 넓은 계층과 연령대에서 꾸준히 애청되는 곡들, 앨범이 절판돼 구매가 쉽지 않은, 격동의 시절에 누구나 한번쯤 불러봤을 법한 노래가 담겨 있다.
10대 편향의 음악문화에서 오는 세대간의 단절이나 특정 세대의 소외를 극복하겠다는 기획의도답게 이 앨범은 기성세대가 젊은 시절에 즐겼던 음악과 현세대가 즐기는 음악의 접점을 찾았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공감하며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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