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포럼]韓·中간의 게임산업 경쟁력

◆유형오 게임브릿지 대표 gb1@gamebridge.co.kr

 얼마전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부문 진대제 사장이 대한상의 주최의 조찬간담회에서 한국과 중국간 IT분야의 기술격차가 불과 3년 안팎에 불과, 오는 2006년이면 일부 영역에서 역전현상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을 다녀온 지 얼마되지 않아 접하게 된 사실이어서인지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게임분야에서 한중간 산업수준 격차는 얼마나 될까. 중국인터넷정보센터(CNNIC)·IDC 등 중국 안팎에서 나온 각종 데이터를 취합해보면 2002년 현재 중국의 온라인 게임시장은 1억∼1억3000만달러(한화 약 1200억∼1560억원) 정도로 시장규모와 성장속도는 한국의 3년 전(2000년말) 수준을 보이고 있다.

 올해 중국시장은 작년보다 118% 가량 증가한 2억4000만달러(한화 약 2880억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06년에는 이보다 거의 5배 가량인 10억달러대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을 정도니 시장 규모면에서 한국과 중국이 역전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할 수 있다.

 중국시장은 현재 한국산 온라인 게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중국 현지업체들의 전체 매출의 75% 정도가 한국게임을 통해 발생한 것이라고 하니 중국시장에서 한국게임이 확실한 이니셔티브를 잡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중국 온라인 게임업계는 한국·대만·일본산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하면서 내용적인 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발전을 했다. 동시접속자 수십만명을 거뜬히 수용할 정도의 서비스 운영능력을 가진 회사가 등장하는 등 운영과 마케팅 측면에서는 한국업체에 손색이 없는 인프라와 노하우를 구축해가고 있다.

 온라인 게임사업이 활기를 띠는 이유는 중국 역시 IT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고 재투자를 위한 수익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있어서 온라인 게임은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의 게임회사들이 비록 경쟁력있는 온라인 게임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변수가 많은 방대한 시장에서 단독으로 마케팅을 전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뢰와 실력이 있는 중국 현지 파트너를 찾아 역할분담을 해야 한다. 이것은 기술이든 마케팅이든, 비즈니스 모델이든 우리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일정부분 중국에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과 중국간 게임산업에 있어서의 차이는 조만간 기획 및 핵심 개발부문에서의 차이로 압축될 것이다.

 현재 대만계나 동남아계를 제외하고 경쟁력 있는 게임을 제공할 수 있는 순수 중국게임회사는 10개가 채 안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은 비록 해킹이나 사설 서버와 같은 위협이 존재하지만 패키지 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법복제로부터 안전한 사업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중국의 토종 온라인게임 개발회사들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전세계 화교자본과 다국적기업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중국정부는 올해부터 사전등급제를 강화하고 유료서비스에 들어갈 수 있는 외국산 게임의 비율을 급속히 낮추기로 하는 등 외국게임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반면 게임개발을 소프트웨어 사업으로 인정하고 투자지원 및 세제혜택을 주기로 하는 등 토종 개발사를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자극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한국·대만을 비롯한 외국의 게임회사들이 로열티로 중국내에서 수익을 가져가는 것을 최소화하고 합작법인 설립이나 공동개발 등을 유도하겠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즉, 중국은 온라인게임 개발에 대한 핵심기술을 조기에 흡수하는 데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현대화와 개방정책을 상징하는 상하이 푸둥지역의 최첨단 마천루들은 대부분 다국적 기업들이 수십년후 중국에 반환하는 조건을 수용해 건설한 것이라고 한다. 비록 당장은 빼앗기는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진출한 업체들의 자본과 기술, 영업 노하우가 중국에 고스란히 흡수되고 말 것이라고 판단하는 중국인들의 전략적인 사고는 과거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 같다.

 한국의 온라인 게임회사들이 중국시장에 쇄도하는 속도만큼이나 중국의 온라인 게임산업 경쟁력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수치상의 역전은 허용하더라도 산업과 비즈니스상의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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