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온 IT경기가 대책없이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측면에서 우리에게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무엇보다 최근 IT경기 부진이 앞으로 마이너스 성장기조를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다.
유가와 환율, 북한핵사태, 미 이라크 전쟁 가능성 등 어느 때보다 불안한 대내외 여건으로 적어도 올해 상반기중으로 뚜렷한 경기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그래도 IT경기는 그렇게 나빠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1월 한달 동안 실물경기를 보면 올 1분기 동안 사상 유례없는 최악의 사태를 맞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동안 전반적인 경기불황속에서도 상대적으로 확고한 산업 펀더멘털을 자랑했던 반도체, 휴대폰, 정보가전 등의 실태를 보면 그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반도체의 경우 주력제품인 DDR 256메가 메모리 가격이 현물가를 기준으로 제조원가인 5∼6달러에도 미치지 않는 4달러대로 폭락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메모리 생산량의 70% 이상을 DDR로 전환한 업체들은 적자전환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앞으로 이 제품의 가격이 계속적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래저래 어려움을 더해주고 있다.
그동안 내수를 주도해 온 휴대폰사업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사업자들의 영업정지 기간이었던 지난 1월 한달 동안 123만대의 휴대폰이 판매됐으나 영업정지 기간이 끝난 2월들어 부진세를 면치못하며 판매수량이 100만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 역시 지난 1월 최악의 매출을 보인 후 2월에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에 작년 동월 대비 20∼30% 정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1분기중에 소비위축에 따른 매출부진을 해소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숫자상의 경기지표만으로 경기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다소 무리한 감이 없지 않지만 실제 시장에서 IT경기가 지나치게 ’냉각’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특별한 대내외 요인의 전환이 없는 한 IT경기의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특히 수출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내수까지 위축되는 양상이어서 이를 역전시킬 만한 상황변화가 없는 한 결국은 경기위축 심화현상이 추세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부터라도 수출과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반도체, 휴대폰, 정보가전 등의 경기부진 원인을 찾아내고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민관합동의 대응책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당국은 요즘 정권교체기를 앞두고 일손을 놓은 상태다. IT산업을 활성화할 종합대책 마련에 소홀한 셈이다. 정부가 바뀐다거나 대외여건이 좋고 아니고는 별개 문제이다. 정부의 문제인식과 대책마련을 촉구한다.
정부는 우선 단기적인 경기대책 마련은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더욱 많은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기업도 경기진작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휴대폰업체들과 가전업체들은 1월 이후 내수시장이 부진세를 면치 못하자 온갖 마케팅 전략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구매심리 자극에 나서고 있다. 기업들은 이 외에도 일류상품 개발 등 소비를 부추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여러가지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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