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를 잡아라.’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한국 네트워크 시장을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인프라를 갖춘 한국에서의 승부가 세계 네트워크 콘솔시장의 주도권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회사의 ‘코리아 전략’은 그동안 북미와 일본에서 전개된 양상과 사뭇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소니가 그동안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온 ‘콘솔방’ 사업을 네트워크 콘솔사업에 맞춰 본격화하기로 한 것이나 MS가 당초 올 하반기로 예정된 ‘X박스 라이브(X박스 네트워크 사업)’서비스를 기습적으로 앞당기기로 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우선 네트워크 콘솔사업의 포문을 연 소니는 북미방식의 PS2 네트워크 서비스를 한국시장에 적용할 방침이다. PS2는 네트워크 기능이 내장된 X박스와 달리 네트워크 게임을 위한 어댑터나 하드디스크를 장착해야 하는 등 별도의 비용이 요구된다. 하지만 북미방식 네트워크 서비스는 네트워크 어뎁터(40달러 가량)만 구입하는 방식으로 ‘BB 유닛(하드디스크 등 포함)’을 구입해야 하는 일본방식보다 가격경쟁력에서 다소 앞선다. 국내에서 PS2를 20만대 이상 보급한 소니로서는 기존 유저의 네트워크 시장 연착륙이 관건인 만큼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 급선무로 보고 있다.
그러나 소니는 북미방식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타이틀 출시에 따라 일본방식도 점진적으로 도입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리니지’와 같은 롤플레잉 게임을 선호하는 한국 유저에 맞춰 MMORPG(Multi Massive Online Role Playing Game)류의 게임을 출시하려면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하드디스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에서 PS2 네트워크 서비스는 북미식과 일본식이 혼재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소니의 또 다른 코리아 카드는 전세계에서 아직 한번도 시도되지 않은 ‘콘솔방’ 사업을 네트워크 콘솔사업 개시에 맞춰 전개한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온라인게임이 PC방을 통해 급성장한 것에 착안한 셈이다.
여기에 베타테스트를 최대한 빨리 끝내고 상반기중으로 정식 서비스에 돌입, 시장선점 효과를 극대화한다든지 서버를 국내에 두는 것도 MS와 차별화된 ‘코리아 전략’이다.
이에 맞서는 MS도 한국적 상황을 최대한 고려해 전략을 수립중이다. 우선 시장선점을 노리는 소니에 서비스 시기를 앞당겨 맞불을 놓는 것은 한국 유저를 눈뜨고 뺏기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조기에 네트워크 서비스를 개시함으로써 네트워크 성능이나 가격에서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X박스의 인지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네트워크 시장에서 소니의 독주를 견제하면서 X박스 판매율도 높이는 ‘두마리 토끼 잡기’ 전략인 셈이다.
다만 베타서비스(시범서비스)를 조기에 시작하되 X박스 보급률(현재 1만7000대)이 저조한 것을 감안, 베타서비스 기간을 다소 길게 가져갈 방침이다. 네트워크 콘솔 서비스는 아직 기술적으로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라 충분한 베타서비스를 통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정식서비스는 X박스가 10만대 이상 팔린 올 하반기께 단행할 계획이다.
또한 소니가 네트워크 서비스를 위한 서버를 한국에 두는 것과 관련, MS도 당초 미국에 두기로 한 전략을 수정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중이다. 특히 MS는 이미 KT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상태라 최근 이런 논의가 급진전되고 있는 양상이다. 만약 이런 논의가 성사된다면 MS가 ‘X박스 라이브’ 서버를 미국이 아닌 현지에 두는 첫 사례가 된다.
이외에도 두 회사는 네트워크 서비스 사업자체를 온라인게임 운영 노하우가 풍부한 국내 온라인게임업체에 아웃소싱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한국 온라인게임에서 적용됐던 휴대폰결제, ARS결제 등을 처음으로 콘솔 네트워크 서비스 과금방식으로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빅2’의 고민은 한국식 콘솔 네트워크 서비스를 어떻게 구현하느냐 하는 것이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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