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세계 경제위기 올까](중)높아지는 불확실성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2001년에 비해 8% 증가했다. 미국과 유럽 선진국이 4%에 채 못미치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수치는 중국의 잠재성을 세계인에게 다시한번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전자정보 부문은 한층 더 두드러졌다. 지난해 업계 매출은 1조4000억위안으로 중국이 세계 제3위의 전자정보기기 생산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기여했다. 98년 이후 연 25.2%라는 고성장이 이룩한 성과였다. 전자정보 제품 수출규모도 925억달러로 2001년에 비해 무려 42% 증가하면서 다른 산업을 압도했다.

 세계인들은 중국이 “세계경제에 드리운 암운을 거둬줄 수 있는 국가”라고 치켜세웠다. 자신감은 내부에도 충만했다.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은 “세계경제의 번영은 중국없이 불가능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장 주석이 입을 떼는 그 순간에도 일부에서는 “중국경제는 겉만 번지르르한, ‘빛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이들은 중국이 과잉생산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TV와 에어컨 등 일부 가전제품의 생산이 시장수요를 훨씬 넘어서고 있었다.

 수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원인은 저평가된 위안화 때문. 전문가들은 위안화가 이미 적정가치에 비해 15% 낮게 평가됐으며 정도가 심화될 경우 각국의 반발도 심해질 것이라고 충고했다. 실제 미국이 중국의 대미수출이 1000억달러를 돌파하자 중국측에 고정환율제를 완화해줄 것을 촉구했다. 다른 나라들도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적정선에 올려놓지 않으면 자국 통화를 저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GDP의 3%(337억달러)에 이르는 중국의 재정적자 규모가 이미 위험수위에 달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 지출을 무리하게 늘린 결과였다. 경제성장으로 기업의 수익성이 높아지면 부실채권이 줄어들게 된다는 중국정부의 논리가 깨져버렸다.

 올해도 만기가 도래한 정부의 빚을 갚고 세계경기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성장목표를 달성하려면 재정적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급증하는 재정적자가 금융구조조정을 지연시켜 중국에 위기를 몰고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이상 재정정책을 확대할 수 없는 상황에 다다른 것이다.

 여기에다 전통적 재정정책이 효과를 잃자 대안으로 도입했던 주택경기 자극책 역시 거품으로 이어지면서 은행들의 부담만 늘었다. 은행들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이곳저곳에서 금융시스템 붕괴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국가경제무역위원회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위원회는 “세계 도처에 불안과 불확실성이 늘어나 수출에 영향을 주는 등 경제적인 난관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경제가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좌우될 정도로 취약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중국정부가 공개적으로 시인한 셈이다.

 중국 경제성장의 또다른 위협은 사회 전체에 퍼져있는 부정부패라 할 수 있다. 견제장치조차 없는 게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공산당 아래 모든 기관이 운영되고 있는 만큼 당 내부 자정노력 외에는 대안이 없다. 빈부격차에 따른 사회갈등도 위험요인이다. 13억 인구 가운데 1일 1달러를 쓰지 못하는 절대빈곤층이 3000만명이나 존재하는 게 21세기 중국의 현실인 것이다.

 가히 중국경제는 시한폭탄에 비유될 만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뇌관도, 화약도 완벽히 갖춰져 있는 폭탄의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했는데 그 위력은 누구도 짐작할 수 없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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