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키3미디어` 파산보호 신청 배경과 파장

 키3미디어의 파산보호 신청은 세계 정보기술(IT)업계에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서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미 자금난으로 파산보호 신청을 검토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만큼 IT업계에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3미디어가 전시회 주관업체로서 IT산업의 ‘풍향계’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업계 종사자들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이번 파산보호 신청으로 세계 최대 규모 IT전시회인 컴덱스를 비롯해 ‘넷월드·인터롭’ 등 키3미디어가 주관해온 전시회들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상대적으로 종합 전시회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어 IT전시사업 환경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파산보호 신청 배경=키3미디어의 몰락은 IT업계 부진과 함께 어느 정도 예상이 돼왔다. IT경기 침체로 인해 이 회사의 핵심 전시회인 컴덱스 참가업체 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이후 세계 IT업계는 최악의 불황을 겪었고 특히 2001년에는 컴덱스 직전에 테러가 터지면서 전시회의 위축을 부채질했다. 지난해 4월 시카고 컴덱스 관람객 수는 2만5000명에 그쳐 테러 직후였던 7만명과 비교해 60% 이상 격감했다. 지난해 11월 라스베이거스 컴덱스의 경우도 출품업체가 전년에 비해 40% 줄었고 관람객 수는 2001년의 12만5000명보다 15∼20% 감소했다. 지난 79년 시작돼 IT업계에서는 드물게 20여년의 역사를 갖는 전시회치고는 매우 초라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시회 퇴조는 세계적인 추세였다. ‘인터넷월드’의 경우 참가업체 수가 한창 때에 비해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일부 전시회는 업체참가율이 워낙 저조해 문을 닫는 경우도 흔했다.

 세계 최대 IT전시회 컴덱스의 경우는 키3미디어의 전략부재가 한몫을 했다. IT는 PC를 넘어 일상생활 전반으로 파고드는데 키3미디어측은 컴덱스의 포커스를 PC에만 맞춰놓았던 것이다.

 하지만 키3미디어의 프레데릭 로젠 최고경영자(CEO)는 “전시회를 통한 대면 마케팅이 결코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컴덱스의 미래를 낙관해왔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그의 지적은 옳지만 전부 옳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키3미디어측은 뒤늦게 이러한 상황을 깨닫고 전시회 전문화 추세를 반영하는 한편 국가별로 1회만 컴덱스를 개최키로 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발등에 불’은 이미 떨어지고 난 다음이었다.

 ◇컴덱스는 어떻게 될까=전시회의 인기도 시들해진데다 키3미디어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컴덱스의 미래는 매우 불투명해졌다. 그러나 컴덱스 브랜드가 갖는 상징성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키3미디어가 놓인 난국타개의 동력이 여기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금전적으로 볼 때도 컴덱스의 이점은 상당해 라스베이거스 컴덱스의 경우 키3미디어에 7000만달러가 훨씬 넘는 수익을 안겨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키3미디어측은 파산보호 신청에도 불구하고 예정된 라스베이거스 컴덱스는 물론 앞으로 예정된 행사가 취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물론 넷월드+인터롭, 자바원 샌프란시스코, 세이볼드 세미나를 예정대로 열릴 것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하지만 업체들은 컴덱스에 대한 기대를 상당 부분 접고 있다. 부도위기에 몰린 상태에서 열렸던 라스베이거스 컴덱스가 업체들의 요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도 이러한 움직임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년 열리는 세계 최대 전시회 일정에 맞춰 신제품을 발표할 계획을 세웠던 IT업체들의 마케팅 활동도 변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T전시사업의 미래=업계 전문가들은 이제 컴덱스의 재기보다는 IT업체들이 복합 전시회에 집중하게 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많은 IT전시회가 중단됐다. 전시회 평균 관람객 비율은 19% 정도 격감했으며 점유율과 참가업체수도 10%대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ICES)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어 대비된다. 컴덱스와 달리 ICES는 홈엔터테인먼트 등을 찾는 발길이 이어지면서 큰 타격을 받지 않고 오히려 참가업체가 늘어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CES 조직위원회측은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의 업체와 관람객이 찾았다”며 “경기불황을 감안할 때 상당한 수준”이라고 고무된 모습을 보였다.

 ICES는 컴덱스와 다른 길을 걸었다. ICES의 경우 IT가 가전제품과 결합하는(converged) 정보가전이 새로운 분야로 각광받고 있어 IT불황을 비켜갈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주최측인 가전산업협회(CEA)가 세계 IT 및 가전분야 1000여개 회사를 회원사로 거느리고 있어 이들이 ICES에 출품하기 때문에 경기변동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역적으로 뿌리를 내렸거나 IT업계의 흐름을 따르는 전시회가 살아남을 것”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점에서 독일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IT전시회 ‘세빗(CeBit)’이 향후 전시산업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빗 주최측이 3월 독일 행사와 함께 오는 6월로 예정된 미국 전시회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한층 더 그렇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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