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스마트(smart) 세계다. 스마트폰, 스마트무기, 스마트포테이토, 스마트홈, 스마트카, 스마트더스트….
컴퓨터와 네트워크에 의한 가상 공간을 나타내는 말이 사이버라면 스마트는 인공지능 기술 등을 ‘수혈’ 받아 차세대 기술과 제품을 나타내는 상징어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영국의 한 연구팀은 스마트 포테이토(감자)를 개발했다. 이 감자는 물이 부족하면 잎이 ‘반짝’하고 빛을 내면서 “물 주세요”하는 신호를 보낸다. 감자가 목이 마르다고 물을 달라는 것이다. 전쟁터에서는 디지털화의 바람을 타고 스마트 무기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스마트 폭탄과 스마트 지뢰가 대표적이다.
꼭 필요한 곳에서만 터지는 스마트 폭탄은 사람과 건물을 골라서 파괴하고 죽이는 ‘똑똑한 무기’다. 스마트 지뢰는 종래의 밟아야 터지는 지뢰와 달리 적의 탱크 등이 접근하는 것을 감지해 적당한 거리에서 자동으로 공중폭파하는 ‘묘기’를 보여준다.
가정에서는 스마트 홈이 미래의 가정을 대변하고 있다. 전화로 보일러를 켜는 건 스마트홈이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 ‘깜짝쇼’. 스마트 홈은 마치 집 자체가 하나의 컴퓨터 같다. 컴퓨터가 집 내·외부를 통제하고 집 주인은 외출해서도 인터넷이나 이동전화를 사용해 마치 집안 내부에 있는 것처럼 가정의 모든 전자제품들을 통제할 수 있다.
똑똑한 자동차인 스마트 카는 사고가 나면 저절로 구급차를 불러 준다. 또 주차한 곳을 잊어버렸거나 열쇠를 차 안에 두고 내렸을 때도 암호만 대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차 안에서는 팩스나 전자우편 전송도 가능하다. 궁극적으로는 운전사 없는 무인차로까지 발전할 전망이다.
스마트폰은 전통적인 이동전화에 PDA 등이 갖고 있는 통신과 컴퓨터 기능을 접목한 것이다. 세계적 이동전화 업체들이 초기 제품을 내놓으면서 시장성숙을 위해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 기기 중 뭐니뭐니 해도 압권은 역시 ‘똑똑한 먼지’인 스마트더스트(smart dust)다. 세계적 시장조사기관인 IDC는 미래 9대 핵심 기술로 이를 선정했다. 이에 따라 아직 개념도 생소한 스마트 더스트를 상용화하기 위해 세계적 연구소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가장 앞서고 있는 곳은 버클리대학 연구소다. 이 연구소에 따르면 스마트더스트는 센서와 통신 장치 그리고 컴퓨터 능력 등을 실리콘 모트(mote) 안에 집어 넣은 것이다. 그리고 모트는 마치 먼지처럼 가벼워 공중에 떠다닐 수 있고, 떠다니면서 필요한 정보를 수집할 수도 있다. 이처럼 스마트더스트는 여러 개의 모트로 구성된 시스템인데 이 시스템을 돌아가게 하는 각각의 요소가 바로 모트이며, 모트는 스마트 센서라고도 불린다. 각 모트는 아주 많은 미세전기전자시스템(MEMS: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s)으로 구성돼 있으며 서로 연결된 MEMS는 아주 간단한 컴퓨터 기능을 갖기도 한다. 현재 각 모트의 길이는 5㎜ 정도라고 스마트더스트 개발자 중 한 명인 크리스 피스터 박사는 말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스마트더스트를 ‘더스트 버그’라고도 부르는데 기상 관측에서 스파이 행위까지 여러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최근에 개발된 모트는 자체 배터리 외에 태양열을 이용한 충전도 가능하며 모트 안에 들어가는 MEMS는 집적회로(IC)를 만들 때처럼 포토리소그래픽 기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대량 생산을 할 수도 있다. 가장 최근에 진행 중인 연구는 모트와 모트간 통신이다.
지난달말에는 하이테크 거인 회사 인텔과 UC버클리대가 공동으로 모트 시제품을 개발, 선보여 화제를 모았었다. 당시 버클리대 교수이자 인텔 이사 데이비드 쿨러는 “전세계에서 100개의 그룹이 공개소스 모트를 타이니OS(TinyOS)와 타이니DB(TinyDB) 등과 함께 시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4년전에 스마트더스트 개념을 제안한 바 있는 미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청(DARPA)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더스트에 대해 “고성능 센서 네트워크”라며 “수천의 초소형 무선 센서가 비행기 등을 통해 전장에 살포돼, 적에게 들키지 않고 적군의 이동 상황 등을 감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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