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실적전망 투자자만 속탄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거래소·코스닥 주요 기업 작년 4분기 증권사별 예상치

 27일 국내 증시가 미 증시 급락·인터넷 대란 등의 영향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연초부터 계속된 ‘어닝 쇼크’가 투자자들의 심리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작년 11월 공정공시 제도 도입으로 기업들이 실적 전망치 제시를 부담스러워하면서 애널리스트들의 추정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은 예견됐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거래소와 코스닥시장 대표주들에 대한 전망치가 실제 기업 발표치와 크게 차이가 나 투자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27일 현재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 SK텔레콤, 다음커뮤니케이션, 옥션, 네오위즈 등 주요 기업들에 대한 증권사 추정치와 실제 발표치와의 차이를 살펴보면 거래소 블루칩은 예상치를 하회했고, 코스닥 대장주들은 기대치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6일 회사측 발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매출은 10조7200억원, 영업이익은 1조5100만원이다. 발표전 증권사별 추정치 평균인 매출 10조6400억원, 영업이익 1조8900억원과는 차이가 난다. 특히 삼성전자가 발표한 영업이익은 전분기(1조7656억원)보다 줄어들었으나 전문가들은 모두 증가로 예상해 충격이 컸다. 결국 삼성전자의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나흘간 하락했다.

 SK텔레콤은 영업이익과 순이익에서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를 크게 벗어났다. 회사측이 발표한 작년 4분기 매출액은 2조3660억원으로 시장 예상치 평균인 2조3059억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5820억원, 1640억원으로 시장 예상치 평균인 7576억원, 4352억원에 크게 못미쳤다. SK텔레콤의 주가는 설비투자 확대에 따른 충격까지 겹쳐 23일 33개월 만에 하한가까지 추락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에 반해 코스닥시장 대장주로 재부각되고 있는 코스닥 인터넷 기업들은 시장의 기대치를 초과 달성했다. 이들 기업도 거래소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매출보다는 이익의 차이가 컸다. 특히 옥션과 네오위즈의 경우 이익부문에서 예상치와 10억원 이상씩 차이를 보였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의 주가는 인터넷 대란 등 침체된 시장분위기 속에서도 그나마 양호하게 버티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렇듯 애널리스트 예상치와 회사측 발표치와 차이가 컸던 이유로는 △급변하는 경영 환경 △애널리스트 자질 △제한된 기업 정보 △지나친 기업 회계 처리의 유연성 등이 꼽혔다.

 애널리스트들은 그동안 분석보다는 정보에 대한 의존도가 커 공정공시 시행 이후 정보가 제한되자 예측력이 떨어졌고, 기업들이 공개 가능한 정보마저 차단한 데다 회계 처리를 돌발적으로 하면서 투명성을 떨어뜨렸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애널리스트들의 분석력 제고가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미국이 실적 예상 오차범위가 작은 것은 기업 내적 변수뿐만 아니라 환율, 금리 등 기업 외적 변수에 대한 분석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 미국은 현금흐름 가치평가 방식(DCF) 등 절대 가치 분석에 치중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주가수익비율(PER) 등 상대 가치 분석에 치중, 분석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기업들도 지나치게 기업 정보를 차단하는 등 시장의 투명성을 떨어뜨리는 모습은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증권사 기업분석 애널리스트는 “실적 발표치와 예상치와의 오차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급변하고 있는 경영환경의 영향이 큰 게 사실”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애널리스트와 기업들이 대처 능력을 높여야 투자자들이 신뢰하고 투자하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