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이냐, 수급균형이냐.’
지난 4분기 가파른 수요증가에 힘입어 올초까지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는 중대형(10.4인치 이상)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시장전망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주요 시장조사기관과 제조업계의 전망을 종합하면 올해 중대형 TFT LCD 시장은 전년대비 30% 가량 늘어난 약 8500만대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주 수요처인 PC시장 전망이 올해도 여전히 안갯속이지만, 컬러모니터용 브라운관(CDT) 대체수요와 TV용 등 신시장 개막으로 30%대의 고성장이 무난할 것이란 얘기. 여기에 하반기에는 PC 교체수요가 폭발하며 상승세를 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문제는 공급 사이드. LG필립스LCD·삼성전자·AUO·퀀타 등 한국과 대만 주요 업체들의 잇따른 5세대 라인 가동과 지속적인 확장투자로 공급량이 이번 1분기 중반부터 대폭 늘어나, 설사 수요가 꾸준히 증가한다 해도 공급과잉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대만 광학산업기술연구협회(PIDA)는 최근 이와 관련, 올해 세계 중대형 TFT LCD 공급량이 9500만대에 달해 수요(8500만대 예상)를 11% 가량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PIDA는 1분기 5.2% 공급과잉을 시작으로 2분기 27.9%, 3분기 14.3%, 4분기 6.2%의 초과공급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내 시장분석가들의 전망도 시점상의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공급과잉쪽에 무게가 실린다. 이들은 “기존 4세대 라인에 비해 2배 안팎의 생산성을 내는 5세대 설비구축 속도를 수요가 따라잡기는 힘들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내 TFT LCD 업체들의 전망은 다르다. 단순히 이론적 생산능력만 놓고 보면 분명히 공급과잉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이론과 실재는 다르다는 것.
즉, 5세대 라인은 4세대와는 개념이 달라 생산설비를 세트업한다 해서 당장 대량의 물량을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정상수율 확보 등 램프업까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생산기술에 관한한 세계 최고 수준인 삼성전자마저 지난해 9월 시험가동에 들어간 5세대 램프업 과정에서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은 것이 이를 증명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가동 5개월째를 맞은 5세대 라인의 기판 투입량이 월 2만5000장대에 불과하다.
LG·삼성·AUO 등 빅3를 제외하고는 대만 후발업체들의 5세대 가동이 올 3∼4분기에나 가능하다는 점과 이들 업체의 설비투자 규모가 월 3만장대로 소소하다는 점도 공급과잉설을 무색하게 하는 대목이다.
여기에 메이저업체들의 5세대 전략생산모델이 주로 17인치 이상의 대형 모니터용과 TV용에 타깃을 두고 있어 실제 공급량은 이론적 생산능력을 크게 밑돌 것이라는 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5세대 라인에서 15인치를 만들 때와 17인치를 만들 때는 생산성이 30% 가량 차이가 난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공급과잉설의 진원지는 대만으로, 이는 대만업체들의 생산시스템이 15인치 모니터용 중심으로 이뤄진 탓”이라며 “5세대 투자를 주도하는 메이저업체들이 대형 패널 중심으로 생산구조를 빠르게 전환해 오히려 현재와 같은 소폭의 공급부족 현상이 2분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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