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놀이공원에서 열리고 있는 댄스뮤지컬 ‘쇼 !오베론’을 보면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춤과 음악의 세계에 깊이 빠지게 된다. 셰익스피어 원작 ‘한 여름밤의 꿈’을 각색했다는 점도 재미있지만 그동안 별개로 생각했던 클래식, 힙합, 재즈 등이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데 감동한다.
이쯤되면 클래식과 힙합의 공간적 거리는 얼마나 될까라는 궁금증에 빠지게 마련. 두 장르는 너무나 달라 서로 지구상의 끝단쯤에 위치할 것처럼 보이지만 각각의 장르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을 보면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단순한 춤과 음악으로 넘겨버리지 말고 문화로 즐기자는 것이다.’
클래식과 힙합에는 수많은 마니아들이 있지만 아이마켓코리아의 김진광 차장이나 동부DIS의 김수현씨도 전문가 못지 않은 내공을 갖춘 프로급에 속한다.
김진광. 강원도 출신 38세, 전자공학을 전공한 단정한 회사원의 차림. 김 차장은 아무리 봐도 음악과는 어울리지 않을 듯한 요소를 고루 갖췄다. 회사 내에서도 김 차장의 음악에 대한 사랑을 알게 된 동료들이 제일 먼저 내뱉는 말이 “정말이요”고 그 다음에 따라오는 말이 “그렇게 안봤는데 의외네” 또는 “이미지와 달리 고상한 취미도 가졌군” 등이다.
그가 처음 음악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고교 3학년 때 워크맨이 막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너도 나도 ‘음악감상’을 취미로 내세우던 무렵이다. 친구가 듣던 ‘숲속의 대장간’을 우연히 듣고선 ‘세상에는 이런 소리도 있구나’라는 감탄과 함께 ‘소리’에 대한 관심이 시작됐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음악의 장르나 특정 뮤지션보다는 DVD오디오나 SACD(Super Audio CD) 등 새로운 포맷이 들려주는 소리에 대한 관심이 더 크다. 진공관 앰프니 스피커니 하는 소리와 관련된 장비들은 시간과 용돈을 쪼개어 스스로 만들었고, 그의 CD컬렉션도 고음질의 해외 원판이 주를 이루고 있다.
김 차장은 요즘 주변 동료들에게 매일 다양한 음악파일을 보내며 ‘클래식 전도사’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는 덕분에 직원들과도 쉽게 친해져 업무협조도 받기 쉬워졌다며 “처음부터 남이 추천하는 뮤지션이나 특정계열의 음악을 정해 놓고 듣기보다는 편집음반 등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 깨닫고 나서 각자의 취향에 맞는 음악이나 뮤지션을 하나씩 찾아 듣는 것이 좋다”고 귀띔해 준다. 한마디로 자신의 음악기호를 찾아나서라는 조언이다.
동부DIS의 김수현씨(28)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학창시절에 인기 좋았겠군’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훤칠한 키에 빼어난 몸매 덕분이기도 하지만 ‘즐거움’을 물씬 풍기는 분위기 때문이다. 힙합 등 웬 만한 음악장르를 소화해내고, 스노보드·라이노·휠맨 등 대부분의 레포츠를 터득한 자신감이 묻어나 상대방으로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는 지금은 네트워크 엔지니어지만 한때는 가수로 불리웠다. 고교 시절부터 힙합을 즐겨듣고 춤추는 것을 좋아해서 지난 97년 그룹 ‘척’을 결성해 음반을 발표했다. 활발한 활동을 못했지만 최종 성적으로 방송차트 10위권에도 들었던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학창시절 MIDI음악이 하고 싶어 비싼 장비를 사기 위해 힘든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던 것부터 연습실에서 밤을 지새웠던 것도 당시의 소중했던 경험이다.
그는 지금도 시간만 되면 힙합클럽에 음악과 춤을 즐기러 가기도 하고 연습실에서 별도로 연습도 한다. 최근에는 주변의 권유로 사내동호회나 댄스강좌도 계획하고 있으며, 몇명의 친구와 워너비(WannaBe)라는 팀도 새로 만들었다. 앞으로 멀티공연 등에 참가할 계획이다.
나스, 어셔, 워렌지 등의 아티스트를 좋아한다는 그는 ‘힙합음악이나 춤은 학문이 아니라 문화라는 점’을 강조한다. 특별히 배우기 전에 많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다. 항상 관심을 갖고 주변에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의 음악과 춤을 좋아하는 사람을 가까이 두려고 해보는 것도 그가 소개하는 하나의 비법이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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