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올해 반도체 시장은 회복세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시장조사업체들과 업계에서는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와 2001년에 워낙 극심한 부진을 겪었고 과잉재고도 어느정도 해소된 상황이어서 더 이상 시장이 악화될 수는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 VLSI의 애널리스트인 리스토 푸하카는 “반도체 및 장비업계의 회복 징후는 2003년 상반기부터 눈에 띌 것”이라며 “전반적인 경기가 이미 회복세를 보여 반도체시장도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새해에는 이동통신부문이 업계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며 “PC부문도 부진하겠으나 소폭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회복을 점치게 해준다.
IC인사이츠가 지난해 11월 45개 주요 반도체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2003년 투자 전망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업계의 전체 자본 지출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15% 증가한 324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반도체업계의 자본 지출액은 전년대비 37% 감소한 282억달러에 그쳤던 것으로 추산됐다.
이와 관련 IC인사이츠측은 전망치 발표 당시 “현재 시점에서 반도체업계의 예산을 분석하면 2003년 자본투자가 지난해보다 약 5% 늘어난 297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으나 “업체 예산은 실제 규모보다 10% 정도 낮게 책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증가폭은 15%에 이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요 시장조사 업체들이 보고 있는 새해 반도체 시장의 성장폭은 서로 큰 폭의 편차를 보이고 있다. 표참조 이는 2년연속 부진을 겪고 있는 반도체 시장에 예기치 못했던 각종 돌발변수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12월에 전망치를 내놓은 VLSI리서치는 새해 반도체업계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20% 늘어날 것이라는 가장 긍정적인 전망치를 내놓았다. 이 회사는 전망치 발표와 함께 반도체 업계가 바닥을 찍었다고 설명했다. 또 앞서 지난해 11월 반도체산업협회(SIA)도 19.8%의 고성장을 예상하고 전세계 반도체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01년 29%에서 지난해 37%로 늘어난 아태지역을 성장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이에 비해 아이서플라이는 지난해 12월 새해 시장 증가율을 11.8%로 내다봤다. 이는 종전의 성장률 15%보다 낮춘 것이다. 또 가트너데이터퀘스트는 지난해 11월 12.1%의 낮은 성장률을 전망했었다. 이와 관련 이 회사의 애널리스트인 리처드 고든은 “휴대폰 세대 대체수요가 성장요인이 되겠지만 유선통신을 포함한 전자설비 분야는 2004년까지 활기를 되찾기 힘들 전망”이라며 “이는 2003년 반도체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세계 반도체무역통계(WSTS), IC인사이츠, 인스탯/MDR 등도 지난해 10월 각각 16.6%, 15%, 18.1%의 서로 다른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았다.
반도체 시장의 회복은 곧바로 반도체 장비 업계의 회복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VLSI리서치는 반도체 시장 전망치를 발표하면서 장비업계도 새해 9%의 매출증가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도 지난해 11월 장비 시장이 올해와 2004년에 각각 15% 성장한 218억달러와 21% 성장한 263억달러에 달하고 2005년에는 4% 성장한 275억달러에 달해 2001년 규모에 근접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도체 시장의 회복은 주로 통신분야가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모리스 창 회장은 지난해 11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통신분야의 호조를 들어 올해 2분기까지 연속 매출증가가 기대되지만 컴퓨터 분야는 부진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세계 2위의 파운드리 업체인 UMC의 CEO인 피터 창도 같은 달 “무선통신 분야는 지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PC분야는 악화되고 있다”고 견해를 보였었다.
또 칩세트 업체인 비아테크놀로지스의 사장인 첸 웬치는 지난해 11월 투자가 모임에서 “수익개선 수단은 가격과 비용 두가지뿐”이라며 “저수익 시대로 접어듦에 따라 (부품)공급자들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혀 PC업계가 계속 어려움을 겪을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컴퓨터
‘64비트 컴퓨팅 시대가 도래한다.’
올 한해 세계 컴퓨터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운용체계(OS)를 비롯해 마이크로프로세서(CPU), 데이터베이스 등 컴퓨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각 핵심분야에서 64비트 제품이 잇달아 쏟아져 나온다는 것. 바야흐로 세계 컴퓨팅 환경이 32비트에서 64비트로 한단계 ‘업그레이드’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OS분야에서 ‘윈도’를 앞세워 세계 데스크톱 PC시장의 90% 이상, 그리고 서버시장에서도 주요 OS업체로 활약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64비트 윈도인 ‘닷넷서버2003’을 3∼4월경 데뷔시키며 서버시장에서 또 한번 용틀임에 나선다.
또 컴퓨터의 두뇌에 해당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에서도 세계 1, 2위 업체인 인텔과 AMD가 각각 ‘아이테니엄2’와 ‘옵테론’이라는 64비트 제품을 선보이며 64비트 프로세서 시장서 대회전을 예고하고 있다.
그리고 기업용 소프트웨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제품중 하나인 데이터베이스 시장에서도 메이저 3사인 오라클·IBM·MS 등이 각각 64비트 제품을 발표하며 한판 승부를 벌인다. 세계적 시장조사기관 IDC도 작년말 발표한 ‘2003년 세계 IT시장 10대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비록 속도가 느리지만 64비트 컴퓨팅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것이 2003년 컴퓨터 시장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다”고 강조했다.
세력 확산에 가속도를 보이고 있는 리눅스 진영의 활약도 주목거리다. 올해는 특히 리눅스 진영의 숙원중 하나인 데스크톱 시장에서의 안착여부가 본격적으로 시험받는 해라서 더욱 관심이 되고 있다. 레드햇을 비롯해 리눅스 솔루션 업체들이 작년말부터 데스크톱시장의 리눅스 안착을 위해 보다 사용하기 쉬운 제품을 속속 발표했는데 올해는 특히 세계적 서버업체인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처음으로 리눅스용 데스크톱 시장에 진출해 시선을 받고 있다.
IDC는 “맹렬한 기세로 성장하던 리눅스가 마침내 유닉스 시장 점유율을 넘어서며 올해 유닉스를 삼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어 리눅스 진영의 사기를 한껏 높여주고 있다.
10여년 만의 마이너스 성장에 이어 작년에 소폭이나마 성장세로 돌아선 세계 PC시장은 확실히 작년보다는 나은 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IDC는 “작년에 성장기반을 확립한 세계 PC시장이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올 1분기에 서서히 시작, 2분기쯤 되면 회복에 있어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IDC의 시나리오대로라면 올 한해 세계 PC 판매량은 작년보다 8.3% 늘어날 전망이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도 IDC와 비슷한 수준의 성장을 예측하고 있다. 가트너는 “올 세계 PC시장이 작년보다 7% 정도 성장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최근 내놓으며 “하지만 앞으로는 지난 90년대 후반 같은 두자릿수 성장은 더이상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IDC와 가트너의 시나리오 가운데 가장 큰 변수는 물론 세계 경기회복 여부다. 세계은행은 올 세계 경제 성장률에 대해 작년(1.7%)보다 0.8%포인트 높은 2.5%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별 성장에 있어서는 미국이 2.6%, 그리고 일본과 유럽이 각각 1.8%와 3.4%, 동아시아와 태평양지역은 6.1%로 예측했다.
HP-컴팩 합병과 같은 또 다른 메이저 합병이 올 한해에도 터져나올 지도 비상한 관심거리다. 세계 IT시장의 공급과잉으로 인해 작년에도 소프트웨어·서비스·스토리지 분야에서 업체간 인수·합병설이 주식시장에 퍼지면서 관련업체들의 주가를 요동치게 만들었다. 만일 올해도 작년과 같은 어려움이 계속되면 HP-컴팩과 같은 또다른 빅뱅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외에도 그리드컴퓨팅·웹서비스 표준 움직임 가속화와 모바일 기술의 급진전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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