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산업정보화에 역점을

 ◆최병규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bkchoi@bezier.kaist.ac.kr

 21세기 첫 대통령이 탄생했다. 일반 대중이 인터넷 온라인 공간을 통해 당선시킨 ‘IT대통령’이라고들 한다. 초고속통신망 보급률 54%, 전국민의 절반 이상이 손쉽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정보화 인프라를 바탕으로 21세기 첫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다. 정보화가 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해낼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는 새삼스러울 것이 없으며 정보화는 새 정부 핵심과제 중의 하나이어야 할 것이다. 이에 주요 경제 단체장과 기업체 최고경영자들도 ‘IT대통령에 큰 기대감(본지 12월 20일자)’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이제 냉정하게 새 정부의 정보화 정책이 어디에 중심을 두어야 하는지 살펴보아야 할 때다. 5년 전 김대중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외환위기 극복이었다면 노무현 정부가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고용위기 극복이 아닐까 싶다. 차기 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성장과 분배의 조화,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확대, 국민통합 등의 목표는 고용위기 극복이라는 과제를 풀지 않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

 글로벌 경제체제에서의 고용위기는 산업공동화 현상에서 기인한다. 이러한 현상은 구미 선진국은 물론 최근 일본이 몸살을 앓고 있는 주원인이며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이는 바로 수출 95%, GDP 40%, 고용기반 30%를 담당하며 국내 제조업을 뒷받침하고 있는 중소 제조업체들이 사면(四面)에서 엄청난 무게로 짓눌리고 있는 상황에서 잘 드러난다.

 첫번째 짓눌림은 모기업으로부터의 일방적인 납품가 삭감 요구다. 모기업은 자신의 가격경쟁력 유지를 위하여 부득이 납품업체에 고통의 일부를 전가시키는 방편으로 납품가 삭감이라는 고육지책을 사용한다.

 두번째는 생산자재 원가비용의 압박이다. 납품업체들은 제조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핵심부품을 국내외 독과점 대기업에 의존하고 있는데 자체적으로는 구매단가를 조정할 자유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세번째는 중국으로부터의 치열한 저임금 압박 및 고질적인 인력난, 네번째는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상징되는 전문 기술인력의 부족이다.

 이상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가 산업정보화다. 세계적 수준의 정보하드웨어 인프라를 제조산업의 정보화에 우선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인터넷을 통하여 가정에서 극장표를 예매할 수 있다고 해서 중국과 싸워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산업정보화가 우리 중소제조업이 처한 사면초가 극복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인가.

 우선 모기업의 납품가 삭감에 대응하기 위한 거래선 확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구매협상력 확보 및 신규 구매선 발굴 등을 통해 원자재 구매단가를 낮춰 나갈 수 있다. 그리고 정보화 기반의 제조혁신을 통해 작업의 능률화와 생산시스템의 효율화를 달성하고 아울러 인간 친화적인 정보화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일하기 좋은 직장, 앞선 디지털 문화가 있는 직장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물론 위에서 제시한 처방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국민적 공감대는 물론 산학연관의 진정한 협력과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 정부정책상 ‘산업정보화 촉진’과 ‘정보화산업 육성’간의 혼돈이 극복돼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정보화촉진이라는 이름으로 IT산업 육성에 편중해 디지털 디바이드의 심화를 야기해왔다. 정부의 대표적 산업정보화 사업인 산업자원부의 ‘중소기업 IT화 지원사업’의 내년 예산은 총정보화 예산 3조원의 1%에 달하는 300억원에 불과하다.

 산업정보화를 주도할 전문인력 양성의 경우에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2002년도 공과대학의 정보화 인력교육에 10억원 정도가 지원된 반면, 전산계열학과에는 수백억원이 지원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산업정보화의 활성화는 IT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산업정보화에 대한 투자로 윈-윈이 가능한 것이다.

 도도히 흐르는 정보화 혁명의 새로운 역사 속에서 새 정부는 산업정보화의 내실 있는 추진을 통하여 국민통합과 빈부격차 해소의 근간이 될 수 있는 고용안정을 달성해야 할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새 정부는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산업정보화 지원사업을 확대 발전시켜 고용위기 극복, 제조업 경쟁력 강화, IT산업 발전이라는 3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전기를 만들어 주기 바란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