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와 모니터 사이의 신호를 디지털로 연결하는 규격인 디지털 비주얼 인터페이스(DVI:Digital Visual Interface)는 PC와 업무용 프로젝터, 상용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전광판 등 PC와 연결해 사용하는 기기에 주로 채용돼 왔다. 또 최근에는 디지털TV, 셋톱박스를 포함한 가전제품에도 채용되기 시작했다.
이 규격을 개발한 목적은 PC가 디지털 데이터를 생성하고 디지털 디스플레이도 디지털 데이터를 수신할 수 있는데 PC의 디지털 데이터를 아날로그로 변환했다가 다시 이를 디지털로 변환해서 디스플레이로 전송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칠 필요 없이 디지털에서 디지털로 직접 전송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지난 1999년 DVI 규격이 처음 발표됐을 때 가전업계도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특히 콘텐츠 제공업체들은 DVI 규격에 고대역폭 디지털 콘텐츠 보호(HDCP:High-bandwidth Digital Content Protection)기능과 비디오를 압축시키지 않아도 전송할 수 있는 기능이 활용가치가 높다고 보고 이에 관심을 기울였다. 콘텐츠 제공업체들은 이 기술을 사용하면 콘텐츠 해적행위를 확실히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콘텐츠 제공업체들의 요청에 따라 서비스제공업체와 가전업체들은 미국전기전자공학회(IEEE)1394와 아날로그 커넥터를 포함한 여러 가지 다른 인터페이스 대신 DVI를 채용하기 시작하고 있다.
DVI 인터페이스를 가장 먼저 채용하는 가전제품은 디지털TV로서 이는 셋톱박스,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 재생기, 오디오·비디오 기기 등 여러 가지 가정 오락기기의 중심체가 돼가고 있기 때문에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TV에 대한 DVI 인터페이스의 채용이 늘어남에 따라 앞으로 몇 년 동안 DVD 재생기, 셋톱박스 등에도 널리 채용될 것으로 보인다.
DV I사양은 실리콘이미지(Silicon Image)사가 개발한 그래픽 데이터를 케이블을 통해 디스플레이로 전송할 수 있도록 연속 비트 스트림(serial bit stream)으로 변환하는 인터페이스로서 이를 바탕으로 지난 1999년 4월 디지털 디스플레이 워킹그룹(DDWG:Digital Display Working Group)이 DVI 1.0 규격을 발표했다. DDWG는 휴렛패커드(HP), IBM, 인텔, 실리콘이미지, 컴팩, NEC, 후지쯔 등을 주축으로 구성한 컨소시엄이다.
이후 콘텐츠업계 단체인 미국영화협회(MPAA:Motion Picture Association of America)가 케이블 TV 및 위성방송 업체들로 하여금 HDCP기능이 있는 DVI 규격을 채택할 것을 종용했고 방송업체들은 다시 셋톱박스업체와 수상기업체들에 이들 제품에 DV I인터페이스를 채용할 것을 요구하게 됐다. 이에 따라 지난 2001년 여름 많은 콘텐츠 제작업체와 콘텐츠 서비스업체들이 DVI 인터페이스를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그 대표적인 업체는 케이블랩스(CableLabs), 디렉TV, 디시네트워크(DISH Network), 폭스엔터테인먼트그룹, 위성 방송 및 통신협회(Satellite Broadcasting & Communications Association), 소니픽처스, 월트디즈니, 톰슨멀티미디어, 워너브러더스 등이다. 콘텐츠업체들이 DVI 규격을 채택하게 된 동기는 그들이 당시 비디오 전송의 주요 인터페이스로 사용됐던 IEEE1394 규격에 내장된 5C 암호화 기술에 만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DVI 1.0과 큰 차이는 없지만 가전제품에는 여기에 HDCP 암호기능을 추가해 채용했는데 때로는 이를 DVI-HDTV라고 부르기도 했다. 또 그 후 브로드컴(Broadcom), 제네시스마이크로칩(Genesis Microchip),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등이 DVI의 기능을 강화해 오디오 전송도 가능케 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실리콘이미지, 히타치, 마쓰시타, 소니, 도시바, 톰슨, 필립스 등이 가전제품을 위한 새로운 인터페이스 규격인 고선명 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HDMI:High Definition Multimedia Interface) 워킹그룹을 구성하고 두 달 후 HDMI 0.9 규격을 발표했다. 이 규격은 고선명 비디오와 다중채널 오디오를 단일 디지털 인터페이스로 통합할 수 있게 해준다. HDMI가 DVI와 다른 점은 크기가 더 작고 HDCP 암호기능이 내장됐으며 다중채널 오디오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DVI-HDTV 규격이 DVI 인터페이스를 가전제품에 채용하게 한 반면 HDMI 규격은 DVI를 오디오 및 비디오 가전제품에 채용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았다. HDMI의 가장 큰 매력은 디지털 오디오와 비디오를 모두 지원함으로써 유선으로 연결하지 않고서도 가정 오락기기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DVI의 가전제품에 대한 채용이 이제 시작단계에 있는 점을 감안할 때 HDMI의 채용은 내년 상반기에 가야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또 HDMI의 채용은 가정 오락기기 시스템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현재는 가정 오락 시스템에 오디오, 비디오, 디지털, 아날로그 제품이 혼재돼 있다. 가령 CD 재생기는 디지털 콘텐츠를 생성하지만 스피커를 통해 이를 들으려면 아날로그로 전환해야 한다. 또 DVD 재생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기존의 IEEE1394와 DVI 인터페이스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이들 두 인터페이스 규격은 용도가 서로 구분되지만 비슷한 점도 많아서 일부 전문가들은 상호 보완적이라고 보는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경쟁 규격으로 보고 있다. DVI는 압축되지 않은 디지털 비디오를 단일 방향으로 전송하는 반면 IEEE1394는 압축된 신호를 네트워킹환경이나 다양한 기기로 전송하는 데 적합하다. 그러나 이들 규격은 모두 디지 털 비디오 신호를 전송하고 디지털TV나 셋톱박스에 채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경쟁 규격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콘텐츠 제공업체의 입장에서 보면 DVI가 이상적인 인터페이스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신호를 단일 방향으로 전송하고 콘텐츠의 불법복사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가전업체들에는 IEEE1394 규격이 더 매력적이다. IEEE1394는 네트워킹 기능이 있어서 디지털TV뿐 아니라 셋톱박스, 비디오 녹화기, DVD 녹화기 등 각종 가전제품에 채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 두 인터페이스 규격은 앞으로 몇 년 동안 공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리=이규태기자 ktlee@etnews.co.kr>
<자료문의=문덕대 마인드브랜치아시아퍼시픽 대표 dougm@mindbra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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