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소프트웨어기업협회(NASSCOM) 자료에 따르면 미 포천지가 정한 500대 기업 중 현재 230여개 기업이 소프트웨어를 인도에서 아웃소싱하고 있다. 작년에는 184개였던 점을 감안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모토로라, 텍사스인스트루먼츠, 오라클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IT기업들은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방갈로르를 비롯해 뭄바이, 델리, 하이데라바드 등에 자사 전용 소프트웨어 발전센터를 잇따라 개설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IT대국, 인도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인도의 이런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우수하고 풍부한 IT인력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미국 실리콘밸리가 한창 호황이던 때 실리콘밸리 기술인력의 3분의 1이 인도 출신이었다. 2000년 들어서는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인도의 고급 IT인력을 유치하려는 붐이 일었으며 지금도 인도 인력하면 고급 IT인력으로 통한다.
인도 IT인력은 양적인 측면에서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우선 양적인 면에서 인도 IT인력은 지난 85년 6800명에서 2000년 12월 41만명으로 증가했다. 지금도 7만개가 넘는 IT교육기관을 통해 새로운 인력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질적인 측면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최연철 선임연구원은 올 8월 발표한 ‘인도의 IT인력 동향 및 정책’이란 보고서에서 “인도 IT인력이 10억이 넘는 인구 중에서 선별되는 데다 역사적·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뛰어난 영어실력을 갖추고 있는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영어구사 능력이 뛰어나다고해서 세계 IT 관련업체들이 앞다퉈 인도 인력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지는 않는다. 최 연구원은 “2000년 배출된 41만명의 IT인력 중 14만명 이상의 인력이 IT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등 고급 기술자다”고 덧붙였다.
그럼 인도 IT인력이 갖는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2000년 말 41만명으로 급증한 인도 IT인력 중 특히 14만명 이상이 SW와 서비스 수출 부문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인도 IT인력의 경력은 평균 5.5년이다. 그러나 평균 연령은 25.3세로 IT전문가의 80% 이상이 35세 이하다. 인도가 앞으로도 IT인력 부분에 있어 높은 발전가능성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이들 대부분이 시스템 개발,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머, 시스템 분석가 등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도의 IT인력이 단시일 안에 양적인 팽창에만 집중한 결과 질적 수준은 낮다고 지적하고 있으나 인도 정부와 민간기관들은 다양하고 꾸준한 인력양성책으로 이같은 우려를 잠재우고 있다. 인도 IT인력 양성의 특징은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정책을 통해 양질의 우수 인력을 배출한다는 데 있다. 인도에서는 국가 주도의 공과대학을 비롯한 정규교육기관과 민간 주도의 사설 IT교육기관이 IT인력 양성의 두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우선 정규교육기관을 살펴보면 이의 대표적인 곳으로 인도가 자랑하는 6개 인도공과대학(IIT:India Institute of Information Technology)과 1개의 인도과학기술대학(IISc:India Institute of Science)이 있다. 표1참조
이외에도 43개의 지역공과대학(Regional Engineering Colleage)에서 공학관련 전문인력이 배출되고 있으며 약 860개의 4년제 대학들을 통해 공학 및 이학학사 등이 배출되고 있다. 이외에도 기타 교육기관까지 포함하면 IT관련 정규교육기관은 2860개에 달하고 있다.
이 같은 정규교육기관뿐 아니라 민간 IT학원도 고급 IT인력 배출에 한몫 단단히하고 있다. NIIT나 앱테크(Aptech) 같은 비정규 교육기관은 선진 커리큘럼 운영으로 국내 IT인력을 수급할 뿐만 아니라 해외수출 인력을 중심으로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IT현장 기술과 접목된 커리큘럼과 교재를 해외에 수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표2참조
NASSCOM에 따르면 2000년말 기준으로 인도의 사설 IT교육기관은 모두 7만개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전문적인 네트워크를 가진 교육기관도 있고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기관도 있다. NASSCOM은 이 중 5000여개 기관이 질높은 교육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인도는 IT산업에서 사설 IT교육기관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인도 정부는 IT행동계획에서 이들 사설기관을 ‘인적자원개발(HRD)산업’이라 칭하고 이 분야의 전략적 육성을 통해 전세계적인 교육산업체로 키운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
■인도 정부의 정책
우수 IT인력 양성을 위해 인도정부는 두팔 걷고 나서고 있다. 장기적 인력양성 사업과 함께 인도정부는 2008년까지 최소 200만명 이상의 인력을 배출한다는 계획 아래 다양한 인력육성책을 마련, 구체화하고 있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91년부터 97년까지 진행된 프로젝트 임팩트다. 프로젝트 임팩트는 전자 컴퓨터 산업에 있어 경쟁력과 기술력을 갖춘 통합 인력양성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다.
인도 정부는 인도의 모든 주에 인도정보기술대학(IIIT) 교육기관을 설립했으며 IT인력 양성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인더스트리레드펀드(Industry Led Fund)도 마련했다. 임팩트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 96년 1500명 이상의 졸업생이 배출됐으며 취업률 또한 91년 첫해 30%에서 현재까지 95%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교수자의 재교육을 위해 마련된 ‘3T(Train the Teachers)’ 프로그램도 유명하다. 3T는 전문대 엔지니어링 교수, 박사, 대학원생,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국가 차원의 훈련과정을 제공할 계획이다. 3T 프로그램은 IT관련 기업과 교육기관 전문가로 된 국가조직인 IT교육조직위원회에서 구성한 것으로, 위원회는 2005년까지 IT의 지속적인 발전방향과 교육과목 구성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인도 정부는 21세기 경쟁력은 지식노동자라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스마트 스쿨’이라는 개념의 교육기관 설립을 추진중이다. 이는 IT산업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훈련을 시킨다는 취지와 맞닿아 있다. 스마트스쿨의 학생들은 팀워크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술과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이외에도 인도 정부는 박사급 인력 공급 확대, 43개 지방 전문대의 수준을 IIT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인프라 투자, 교육기관간 네트워크 형성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인도정부의 IT인력 양성책은 미국·이스라엘 등 해외 선진국과 비교해 손색없는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컴퓨터 및 인터넷 보급률 등 IT인프라 측면은 여전히 개선돼야 할 부분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인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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