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우리 사회에는 인터넷의 발달에 따른 여러가지 문제점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이 정보화 시대를 발전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 될 수 있는 반면에 그에 따른 부작용 및 폐해 또한 만만치 않음을 실감하고 있다.
근거없는 헛소문이나 비방성 글, 악의적인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 다른 사람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는 물론 인터넷 자살사이트, 사이버머니 사기, 인터넷 채팅사이트를 통한 성(性)매매 만연 등.
실제로 한국여성단체협의회(회장 은방희 http://www.iwomen.co.kr)가 최근 세이클럽( http://www.sayclub.com)·하늘사랑( http://www.skylove.com)·오마이러브( http://www.ohmylove.co.kr)·카페24( http://www.cafe24.com)·클럽엔조이( http://www.clubenjoy.co.kr) 등 5개 채팅사이트의 일대일 대화를 모니터링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사이트에서 목격되는 성 매매 실태는 가히 충격적이다. 무차별적으로 날아드는 음란한 글과 동영상 역시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소속 13명의 인터넷지킴이 요원들이 일주일간 수신한 총 701개의 쪽지 중 487개(69.5%)가 성 매매를 위한 대가성 만남을 요구하거나 음란 메시지와 동영상 등을 포함하고 있었다.
협의회 김문을 부장은 “미성년 ID로 접속해 수신한 183개 쪽지 가운데 88%에 이르는 161개가 음란성 메시지였다”며 “성에 대한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이 음란한 대화를 주고받는 채팅사이트를 계속 접하게 되면 성적 자극에 대한 저항력이 약화되고 나아가 왜곡된 성 지식이 은연중에 정착돼 왜곡된 성 정체감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표1 참조
또 한국정보문화센터(소장 손연기 http://www.icc.or.kr)가 서울·경기지역 10개 중·고교 재학생 347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 사용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부작용 실태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조사대상의 31.2%인 1086명이 과다한 인터넷 사용으로 학교성적이 떨어졌다고 응답했고, 필요 이상의 인터넷 이용으로 수업시간중에 잠을 잤다고 응답한 청소년도 854명(24.6%)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청소년 대부분이 인터넷을 정보검색 및 공유, 학습매체보다는 오락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 및 오락(1588명, 45.7%)과 동호회(860명, 24.8%) 활동이 인터넷 이용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전 국민의 절반이 넘는 2400만명에 이르는 인터넷 사용자, 전체 가구 중 53%가 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하는 우리나라는 양적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의 IT 환경을 갖췄음에도 질적 수준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아니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술과 시장은 발전했지만 정작 필요한 IT문화가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즉 기술과 시장에 관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지만 정작 필요한 IT문화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기술과 시장의 네트워크에서 문화의 네트워크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21세기 국가간 무한경쟁체제에 처한 우리로서는 IT문화라는 휼륭한 수출 상품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수출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컴퓨터(LCD모니터 포함), 가전 등 IT관련 품목이 수출 신장세를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IT와 상품 수출 사례는 많지만 IT문화를 수출한 사례를 찾아 볼 수 없다.
다행히 최근들어 정보통신부가 글로벌 eKOREA 건설을 위한 정보화촉진계획의 일환으로 ‘eKOREA VISION 2006’을 발표하고 동북아 IT 문화교류를 활성화하고 나아가 글로벌 정보화 선진국으로서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관련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IT문화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IT문화가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해 나가자는 것이다.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를 제대로 활용해 네티즌 스스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생산자적 행위자로 변하지 않는 한 지식 및 정보의 생산과 이를 통한 진정한 IT문화 선진 강국은 요원하다는 말이다.
IT와 상품수출 사례는 많지만 IT문화를 수출한 사례를 찾아 볼 수 없지만 세계적으로 한국만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을 수 있는 분야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선진화된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국적인 신IT문화를 만들어 세계로 수출하는 것은 더 늦출 수 없는 과제임이 분명하다.
손연기 한국정보문화센터 소장은 “21세기 국가경쟁력은 눈에 보이는(visible) 무언가가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invisible) 것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며 “IT 선진국인 우리나라의 경쟁력도 궁극적으로는 IT문화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은 미래를 약속하지 않는다. 미래는 단지 우리가 그 기술을 통해 만들어갈 뿐이다. 그런 점에서 이제 바꾸어야 한다. 기술중심에서 문화중심으로, 아날로그 사고에서 공유 중심의 디지털 사고로 모든 것을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만 살아갈 수 있다.
그래야 최강의 네트워크를 가진 디지털 대국으로서 국내의 시장과 기술을 보전하고 이에 동반한 IT문화를 전 세계에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
◆기고-전종수 한국정보문화센터 정보생활진흥단장(zebra@icc.or.kr)
90년대 후반들어 우리는 IT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국가 정보화 인프라 구축과 IT산업·기술 육성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와 지원계획들을 마련, 실천에 옮긴 결과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1000만시대를 열었고(2002.10), 인터넷이용 인구가 약 2500만명(2002.6)을 넘어 전인구의 58% 정도가 인터넷을 이용하는 정보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조차 우리의 경우를 성공사례로 연구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러한 통계수치는 단순히 사회적 정보화 지표의 증가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실생활 에서 새로운 형태의 사이버문화를 체험하고 과거의 일방향적인 커뮤니케이션의 패러다임을 양방향적 커뮤니케이션으로 변화시켜 실제 문화체험 과정속에 있다는 것을 계량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사회 구석구석에 디지털문화가 급속히 파급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이미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혁명의 파도가 학문뿐만 아니라 상거래, 놀이, 문화공간 속으로 깊숙이 자리잡아 심리학이 인지과학으로, 사회학이 정보사회학으로, 경제학도 사이버경제학이 생겨나고 경영학에 e비즈니스과목이, 법학에 사이버법학이, 비디오게임과 PC게임이 온라인게임과 접목을 시도하고 있으며 방송과 통신의 중간 영역서비스들의 출현과 디지털영화의 제작환경이 일반화된 지 오래다.
그러나 우리는 매일 디지털기기를 조작하고 이용하면서도 언제부터인가 디지털의 편익 속에 심취해 항상 폐해가 상존할 수 있다는 다양한 경고의 메시지를 애써 외면하며 생활하고 있다.
인터넷의 과다사용으로 일어나는 각종 중독적 증상(채팅중독, 사이버섹스중독, 인터넷중독, 인터넷게임중독 등)과 사이버범죄로 통칭되는 사이버테러, 사이버사기, 바이러스유포, 해킹뿐만 아니라 인터넷상에 음란물유포 및 프라이버시침해, 스팸메일, 사이버스토킹 등은 일부 몰지각한 계층이 일으키고 있는 사이버일탈행위 정도로 치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 같다.
실제로는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 친척 등 가까운 사람들이 맞닥뜨릴 수 있는 일상사가 된지도 오래되었는 데 말이다.
이웃 일본에서 2002년 여름 한 대형출판사에 게임을 플레이중인 사람의 뇌파와 치매에 걸린 사람의 뇌파가 비슷하다는 연구결과를 담은 ‘게임 뇌의 공포’라는 서적이 발매돼 게이머와 그 부모들을 경악시킨 사건은 그 진실성 여부를 떠나 디지털문화의 속성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와 디지털 문명에 대한 새로운 각도의 문화적 접근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사건의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여서 온라인게임에 대한 청소년들의 중독현상과 아이템거래와 같은 불법적인 행위를 거론하면서도 이를 예방하기 위한 방책은 현행 법적·제도적 개선과 중독방지를 위한 간단한 예방책 정도의 일반론을 내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디지털문화는 전반적인 디지털현상에 대한 다양한 학문적 실증적 접근방법과 해결책 모색을 요구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동안 우리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이룩한 정보화 인프라도 이용자들의 한순간의 판단 착오와 잘못된 행동에 의해 사회시스템이 붕괴되거나 사회문화의 왜곡으로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디지털문화에 대한 투자는 우리가 속한 가족, 나아가 사회·국가를 건강하게 하고 새로운 삶의 공간인 사이버공간의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밑거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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