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2002-대선 후보 경제·과학분야 TV토론]"벤처지원 제도 개선" 한목소리

사진; 이회창, 노무현, 권영길(왼쪽부터) 등 3당 대선후보가 10일 저녁 문화방송에서 열린 TV합동토론회 시작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한나라당 이회창, 민주당 노무현,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등이 참가하는 두번째 TV합동토론이 10일 밤 8시부터 2시간 동안 문화방송(MBC) 스튜디오에서 열렸다. 경제 및 과학분야를 주제로 한 이번 TV합동토론은 고려대 염재호 교수가 사회를 맡아 1차 토론때와 마찬가지로 미리 준비한 질문을 각 후보에게 던지는 방식과 한 후보가 두 후보를 상대로 질의·응답하는 방식, 그리고 두 후보간 1대1로 질의·응답하는 방식 등 3가지 형태로 진행됐다.

 이날 토론에서는 △전체 경제정책 기조 △미래 경제성장의 원동력 △이공계 기피현상 △대기업 및 벤처기업 정책 △지방경제 활성화 문제 등이 주요 쟁점으로 논의됐다.

 ◇이공계 기피현상=합동토론이 시작되자마자 이공계 기피현상 해소와 과학기술자 사기진작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이 후보는 “과학기술에 중점을 두고 국가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며 “이공계 기피현상을 막기 위해 젊은이들에게 이공계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초일류 공과대학을 세우고 이공계 학생 2인당 1명에게 장학금 지원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노 후보는 “공공분야에서 먼저 이공계를 우대하고 연구소 근무자에 대한 처우개선도 필요하다”며 공공분야의 이공계 출신 채용비율을 30% 이상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또 과학기술을 우대하고 국가 발전전략으로 삼는 정책을 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권 후보는 “대덕의 과학기술자들에게 프로젝트를 주고 일정기간에 내지 않으면 월급을 안 준다”는 현실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대학원에서부터 현업과 연결되는 교육을 실시하고 평생 연구환경과 휴식년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벤처지원과 육성=현 정부의 벤처정책에 대해 이 후보는 김대중 정권의 가장 실패한 정책 가운데 하나로 평가한데 반해 노 후보는 ‘벤처’와 ‘벤처사기’는 분명히 구분해야 하며, 따라서 그동안의 벤처정책이 완전히 실패한 것만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평가의 근거로 이 후보는 벤처지원육성법으로 벤처기업을 지정하고 육성한다고 했으나 무늬만 벤처인 기업들이 권력에 유착돼 지정되는 바람에 투기가 조장됐다고 주장했으며 노 후보는 벤처기업이 GDP의 3%를 차지하고 매출성장률이 대기업의 20배 이상이라는 점을 제시했다. 또 벤처육성과 지원을 위해 이 후보는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진정한 벤처를 선정하고 자본과 기술분야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노 후보는 직접적인 지원이 아닌 간접적인 지원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권 후보는 전통적인 굴뚝산업과 기초과학에 대한 기반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투기적인 벤처기업 육성이 문제인 만큼 전체적인 국가 산업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정책 기조=모두발언을 통해 이 후보는 “경제정책이 잘못돼 애꿎은 국민이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며 무너진 경제를 바로세우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노 후보는 “중국 경제의 급성장은 우리에게 위기이자 곧 기회”라며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는 시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경제 성장전략과 관련, 이 후보는 “10년내 국내총생산(GDP)이 2만5000달러가 될 수 있다”며 21세기 경제력의 성장엔진으로 과학기술과 교육을 통한 인적자원의 양성을 꼽았다. 따라서 현재 GDP의 3%에 불과한 과학기술투자를 7%까지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이 후보는 중국의 성장을 기초과학에 집중투자하고 인재를 길러낸 결과로 평가했다. 이에 대해 노 후보는 “이 후보의 성장전략이 너무 협소하다”고 평가하며 과거 월남특수나 중동특수처럼 동북아 특수를 열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또 시장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재벌개혁이 꼭 필요하며 여성인력을 대거 노동시장에 취업토록 함으로써 공급 측면에서도 성장요인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권 후보는 “두 후보 모두 숫자놀음하고 있다”며 분배를 통해 사람 중심의 성장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경제 활성화와 재벌 정책=서울에 과도하게 집중된 경제력 분산을 위해 노 후보는 지방대학이 지방산업과 경제를 이끌어갈 수 있는 지식센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방대학을 집중 육성하고 산·학·연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도 지방에 권역별 초일류 대학과 전략산업을 만들고 지방분권법을 통해 지방행정기관에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권 후보는 지방활성화를 위해서는 지방분권화부터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벌 정책과 관련, 노무현 후보는 “재벌개혁을 하지 않으면 다시 IMF가 올 수 있다”고 전제하며 그럼에도 이 후보가 출자총액제한제도, 집단소송제, 대기업 계열분리 등을 반대하고 있음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재벌개혁에 관해 확고한 원칙이 있다”며 나쁜 것은 철저히 규제하되 기업경쟁력은 키워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번 경제·과학분야 TV토론은 벤처지원 정책, 이공계 기피현상 등 IT 및 과학기술 분야의 핵심 이슈들이 유력 대선후보들의 입을 통해 직접 거론됐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자리로 평가된다. 실제로 최근 어려운 경제상황과 경제 대통령을 선호하는 국민적 관심 등을 고려하면 이날 합동토론의 결과는 대선 중반대세의 흐름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편 사회·문화·여성·언론 분야의 제3차 TV합동토론은 대선투표 3일 전인 오는 16일 SBS 주관으로 열리며 12일 오후 11시에는 전체 대선 후보자 7명 가운데 이회창, 노무현, 권영길 후보를 제외한 다른 군소후보들의 합동토론이 개최될 예정이다.

<대선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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