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는 미래 국가경쟁력이다](8)부상하는 모바일 콘텐츠

‘이동전화 가입자수 3232만명. 무선인터넷이 가능한 이동전화 보급대수 2884만대.’

 지난 10월 정보통신부가 발표한 국내 이동통신 인프라 현황이다. 이는 국내 모바일 환경이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있음을 말해주는 동시에 바로 모바일 미디어를 매개로 한 모바일콘텐츠가 향후 우리의 문화콘텐츠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콘텐츠 가운데 하나로 급부상하기 위한 엄청난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지표다.

 하지만 이는 곧 세계 문화콘텐츠 시장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모바일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육성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모바일 분야에서도 네트워크 및 IT인프라가 구축된 이후에는 이를 통해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내 모바일콘텐츠 시장은 크게 멀티미디어형 서비스와 다운로드형 서비스, 모바일게임과 정보제공형 서비스 등 4개의 카테고리를 형성하며 발전하고 있다.

 지난해 약 38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한데 이어 올해는 약 2580억원 규모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것을 추정되고 있다. 컬러휴대폰 누적 보급량이 지난해 150만대에서 올해말에는 약 1000만대로 늘어났다는 점과 지난해 6월 이후 이통사별 무선데이터 서비스 가입자당 월평균 매출액이 2175원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해 최대규모로 계산해낸 수치다.

 오는 2005년에는 컬러휴대폰 보급이 3017만명으로 확대되고 가입자당 월평균 매출액이 5775원으로 늘어난다는 가정하에 총 2조원에 달하는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치도 나오고 있다.

 분야별로는 모바일게임 시장이 버추얼머신(VM)기반 콘텐츠의 79%에 달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지난해 143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했다. 올해는 360억원(이통사 수익 제외) 정도의 규모를 형성하고 내년에는 이보다 280%가 늘어난 1274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또 지난 2000년 25억원 수준이었던 모바일캐릭터 다운로드 시장도 지난해 100억원대를 형성한 데 이어 올해는 5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방송 시장도 지난해 110억원 규모에서 올해 700억원, 내년에는 12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처럼 국내 모바일콘텐츠 시장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이동전화 및 무선인터넷 사용자가 급증한데다 최근 출시되는 이동전화 단말기에 모바일콘텐츠 유통의 근간이 되는 VM이 기본적으로 내장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모바일게임과 모바일캐릭터 및 음성서비스 등 모바일콘텐츠 서비스 업체 및 종류가 늘고 있는데 따른 결과다. 또 모바일콘텐츠는 무료서비스를 중심으로 발전해온 유선부문과는 달리 처음부터 유료서비스를 중심으로 시장을 형성하고 있은 점도 시장이 급성장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밖에도 모바일콘텐츠 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예측케 해주는 요인은 많다. 유선과 유사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이동하면서 즐길 수 있기를 원하는 수요자가 많다는 점과 이동전화업체들이 이를 수용할 수 있는 단말기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점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아직 국내 모바일콘텐츠 산업이 세계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걸림돌이 많다. 모바일콘텐츠 비즈니스의 경우 아직 불합리한 수익배분 구조를 지니고 있는 점은 시급히 개선돼야 할 사항이다. 모바일 환경의 활성화로 통신환경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증가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수익을 이동통신사업자가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라 콘텐츠 서비스 업체들의 불만이 높아가고 있다.

 이는 콘텐츠 제공자의 수익성 악화 및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선택을 폭을 넓혀주지 못하고 질높은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다. 또 결과적으로 이동통신사들이 서비스할 수 있는 콘텐츠 부족현상으로 연결돼 후속 투자가 막히게 되는 악순환을 발생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현재의 복잡한 수익배분 구조를 개선, 관련업체들의 수익성을 높여주기 위한 법과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또 통신망 개방과 제품 표준화 및 무선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콘텐츠 유통환경도 재정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콘텐츠 업체들이 영세하다는 것도 문제다. 국내 모바일콘텐츠 업체들은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가 연간 매출액 1억원 미만의 영세업체라 콘텐츠제작 및 개발인력 운영과 마케팅 프로모션 비용 등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중소업체의 수익성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콘텐츠 개발툴과 장비 및 콘텐츠의 네트워크 적합성을 테스트하기 위한 테스트 랩 등 인프라 차원의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개발업체의 마케팅 지원도 필요하다. 모바일콘텐츠시장은 최종 유통망을 이동통신사업자가 장악하고 있는 시장 특성상 개별 업체들이 이들 이동통신사업자와 직접 거래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마스터 CP와 신디케이터 등 중간 유통업자에 대한 전략적 지원을 통해 중소개발업체의 마케팅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모색해 볼 만하다.

 특히 세계시장에서는 아직 내놓을 만한 국산 브랜드가 없다는 점도 해외시장 진출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실제로 최근 일본에 이어 유럽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한 모바일게임 업체 사장은 유럽시장의 경우 이미 일본의 내로라하는 업체들이 장악한 상태라 새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투자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야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한다.

 국내 모바일콘텐츠 업체들의 세계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국내 모바일콘텐츠 기업과 현지 서비스 제공업체들을 연결시켜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현지의 이동통신 환경과 기술 및 표준문제 등 현지 시장에 대한 정보와 저작권·콘텐츠 내용에 대한 등급심의 제도 등의 정보제공은 해외진출을 활성화하기 위한 기본 토대가 될 것이다.

 이밖에 모바일콘텐츠 산업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모바일콘텐츠시장은 국내외적으로 아직 태동단계에 있기 때문에 관련 전문인력의 공급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이를 보완할 개발인력과 콘텐츠 기획자, 비즈니스 개발 및 전문 마케터 등 모바일콘텐츠 전문인력 양성기관의 설립이 요구된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기고-박지영 컴투스 사장 young@com2us

 지난 두달 동안 1주일에 평균 두세명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대부분은 중국진출 관련 파트너를 소개해주신다는 얘기였다. 모두다 ‘차이나모바일’ 또는 ‘차이나유니콤’에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거나 중국정부와 ‘관계’가 좋다는 업체들이었다.

 하지만 다들 모바일 비즈니스에 대한 비전보다는 돈을 벌 수 있을것 같아 적극적으로 한국의 파트너 업체를 찾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평소에 중국이라고는 베이징에 콘퍼런스 참석차 몇번 가본 적 외에는 전혀 아는 것이 없던 터라 중국측의 한국행 러시가 한편으로는 재미있게, 한편으로는 어리둥절하게 생각되기도 했다.

 지난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국내 모바일 콘텐츠는 서비스 3년째인 올해들어 1조3000억원이 넘는 시장으로 성장했다. 우리나라는 모바일 콘텐츠 시장의 테스트베드로 3년간 여러가지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를 경험하면서 왔지만 사실상 유럽이나 중국과 같은 시장은 이런 상황을 3여년간 지켜보다가 이제 본격적으로 무선 콘텐츠 시장을 여는 시점에 와있는 것 같다. 하지만 한국이 겪었던 과정들을 모두 경험해서 나가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단기간에 상당한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유럽이나 중국의 모바일 시장은 빠른 시간 내에 상당 수준의 모바일 콘텐츠 시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유명 콘텐츠 브랜드를 가지고 있지 않은 국내 모바일 콘텐츠 업체들이 내년을 놓친다면 시장진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상당히 줄어들 것임에는 분명하다. 이것은 내년 한해야말로 국내 모바일 콘텐츠 업체들이 해외시장 진출에 가장 호기가 될 것이라는 것을 예견해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모바일 콘텐츠는 해외시장이 열리는 시기에 선진입에 성공하더라도 2∼3년의 버티기 끝에 수확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자본력과 해외인력이 부족한 한국 업체로서는 절대로 유리한 건 아니지만 3년간의 콘텐츠 제작 및 운영 노하우와 실패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이를 해외업체들이 배우고 싶어하는 상황이라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해외업체들은 단기적으로는 한국업체의 도움을 받고자 하지만 결국 경쟁을 해야 하는 상대가 될 것이므로 장기적으로 현지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또한 지속적인 콘텐츠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위해 다음 사항을 고려, 진출 지역별로 치밀한 전략을 준비하도록 하자.

 첫째, 무선 콘텐츠는 수명이 비교적 짧고 유행 또는 문화적 환경에 편승한 ‘철저히 현지화된’ 콘텐츠 제작이 필요하며 지역 무선사업자의 콘텐츠 전략에 부응하는 양질의 발빠른 콘텐츠 제작능력이 중요시 된다. 이 부분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무선 사업자와의 직접적인 마케팅 채널 보유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국내 콘텐츠 업체들이 이 부분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둘째, 해외 콘텐츠들은 인지도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 콘텐츠’ 위주의 서비스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모바일 콘텐츠가 가진 환경 제약탓으로 대형 브랜드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전환되는 부분이 있으며 국내 업체들은 이러한 기회를 틈타 비교적 브랜드가 약하지만 뛰어난 콘텐츠로 서서히 인지도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기존의 콘텐츠에 해외 브랜드를 덧입히는 시도도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직접 진출하기 어렵거나 시장이 작은 국가에 진출할 경우에는 현지 파트너를 선정하되 수익분배 방식뿐 아니라 계약금이나 미니멈 개런티 형식의 계약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업체들이 해외진출을 했으나 이렇다할 매출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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