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 노무현 민주당 후보는 IT·벤처 활성화의 당위성을 역설하면서 현 정부하에서 빚어진 많은 문제점을 보완·발전시키겠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정부정책 중심에서 시장기능 확대로의 전환 △자금 선순환을 위한 다양한 투자회수방안 마련 △금융시장 투명화를 통한 건전기업 선별육성 등에서 공통된 공약을 내놓았다. 이는 IT·과학기술을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으로 삼기 위해선 IT·벤처의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두 후보의 산업비전이 같은데다 정부 주도 정책이 각종 버블과 게이트 등 부작용을 낳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행계획의 제시없이 당위성만 강조한 부분도 적지 않다.
◇시장중심 육성전략엔 공감=두 후보는 민간중심 벤처자금 조달시장 형성, M&A 활성화, 해외IPO 지원 등 IT·벤처 육성방향을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보다는 시장에 맡기겠다는 생각이다. 정부의 역할은 정보화투자를 통해 민간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정도로 그치고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정부 지원시스템 전환(이 후보), 기술개발-구매연계 프로그램의 확대(노 후보) 등 외곽지원에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이 후보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을 막아야 한다’는 표현으로, 노 후보는 ‘시장논리에 충실한’이라는 말로 시장기능의 중요성과 정부의 직접지원 폐단을 강조하고 있다. 양 후보의 IT·벤처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와 시장중시는 적극 환영할 만하다는 게 관련 업계의 반응이다.
◇금융제도개혁 과연 가능한가=두 후보의 시장중심 벤처활성화 공약은 당위성만 강조한 나머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는 반응이다. 대표적인 것이 벤처특성에 맞는 금융시스템의 도입방안이다. 이 후보와 노 후보는 벤처에 대한 민간자금 지원책으로 기술거래 활성화를 위한 기술평가 등 관련 인프라 대폭 강화, 중소기업 대출 신용위주로 전환, 기술담보 대출제도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금융제도개혁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도 기술평가와 기술담보대출의 금융제도 개선을 추진했지만 담보없는 대출은 없다는 금융권의 벽에 부딪혀 실효를 보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기술을 담보로한 대출은 정부자금에서조차 매우 까다롭고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업계는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금융거래 관행과 시스템의 문제점을 개혁하지 않고서는 벤처특성에 맞는 금융지원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경기회복 방안 없다=두 후보는 벤처확인제도의 개선, 코스닥시장과 기업의 투명성 강화, 벤처캐피털의 전문화와 건전화를 강조했다. 벤처확인제도의 개선은 관계자의 공통된 요구인데다 두 후보의 의지가 강한 만큼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코스닥시장과 기업의 투명성도 이미 시장과 시장참여자 모두 대세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점진적으로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벤처캐피털의 전문화도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평가기법이나 투자기법이 날로 향상되고 있는 추세여서 제도적인 보완만 이루어지면 생각보다 쉽게 실현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코스닥 진입에 대한 합리적인 제도와 침체된 경기회복도 매우 중요한 관건으로 지적돼왔으나 두 후보는 이 문제에 대한 방안을 설득력있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코스닥 등록요건이 강화되면서 부작용과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 아무리 우수한 벤처라도 매출이 적으면 등록이 어렵다는 하소연과 이로 인한 우수벤처들의 덩치불리기로 인한 부실화가 또다른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현재와 같은 IT·벤처산업 침체속에서는 제도개선만으로 민간자금이 유입되기가 어렵다는 게 공론이다.
◇M&A 활성화 이루어질까=민간자금의 유입을 위해서는 진입장벽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연하게 회수할 수 있는 퇴로도 제공해 주어야 한다. 두 후보는 모두 코스닥의 건전화와 투명화, M&A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다. 코스닥의 건전화와 투명화가 활성화의 기본 조건이기는 하지만 이 역시 경기와 직결돼 있다. 오히려 두 후보의 코스닥 건전화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퇴출요건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투자자 보호와 코스닥의 건전화가 코스닥시장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핵심조건이고 이는 곧 활성화로 이어질 공산은 크다.
하지만 하루하루 연명하기에 급급한 벤처업계는 이같은 장기적인 시장의 건전화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의 효과를 고대하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건전하고 우수한 기업마저 고사하는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M&A 활성화 공약은 이보다 더욱 회의적이다. 업계에서는 국내에서 M&A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것은 제도적 문제에도 기인하지만 부정적인 인식을 더 큰 요인으로 꼽는다. 인수자는 성공자, 피인수자는 실패자라는 생각과 인수기업의 피인수기업 가치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 비리성 M&A 선례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두 후보는 이같은 문제 개선에 대해서는 언급없이 활성화라는 당위성만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대선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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