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과 통신의 융합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기술에서 비롯된 방송과 통신의 융합은 앞으로 이용자를 겨냥한 서비스, 사업자 융합으로 급속히 발전하는 양상을 나타낼 전망이다.
특히 우리의 IT산업은 지난 2년 동안 유무선전화, 초고속인터넷을 비롯한 데이터통신의 한계성장치 도달에 따라 연관산업이 내수를 중심으로 정체현상을 나타내왔다. 이 때문에 방송과 통신의 융합은 국가성장동력이란 평가를 받아왔던 우리의 IT산업에 새로운 활력소일 뿐더러 이 이슈를 새로운 엔진으로 활용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인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가에 모아진다. 우선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 새로운 국가성장엔진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새로운 인식틀이 요구된다.
민관 모두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 대해 지금까지와 같은 협소한 시각으로 대응한다면 그 파급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지금은 국가중추산업으로 발돋움한 통신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통신은 80년대까지의 보편적 서비스 개념이 대세를 이뤘으나 90년대 이후 산업적 개념에 입각해 민관이 총력 대응함으로써 IT코리아의 신화로까지 이어졌다.
이같은 관점을 대입한다면 방송·통신 융합시대에서의 방송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방송은 철저히 공익성, 공영성의 틀내에서만 이뤄져왔고 과거 정부는 이를 이데올로기 관점으로까지 접근한 적이 있다. 대선구도 하의 현재 상태에서도 방송은 정치적인 범주로만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농후하다. 이 때문에 방송을 공영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산업적 관점을 극대화하는 민관의 새로운 인식틀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그간 행적을 보면 정부 차원의 체계적 대응도 중요한 과제다. 특히 현재 방송과 통신의 융합과 관련한 이슈에 대해서는 4개 정부부처가 독립된 영역을 갖고 있다. 통신 전부문과 방송기술의 경우 정보통신부가, 방송일반정책 및 행정규제는 방송위원회가 독립적으로 담당하고 있으며 산업자원부와 문화관광부도 관련기기산업 및 콘텐츠산업을 관장하고 있다.
과거 IT산업을 둘러싼 각 부처의 움직임이 밥그릇싸움으로 특징지어졌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방송과 통신의 융합시대에 맞는 체계적인 틀의 정비가 필요하다.
특히 방송과 통신의 융합시대에 정책·행정·규제기구의 통합 또는 기능조정 등의 부처간 관계 재정립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처간 역할관계 재정립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 진행된다면 부처이기주의에 따라 관련산업이 왜곡되는 결과를 빚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일반정책과 산업정책, 그리고 규제기능의 재조정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시대에서 민간의 국제경쟁력과 밀접한 관련을 맺을 수 있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 대한 새로운 인식틀 및 제도 차원의 효율적 체계정립과 함께 방송·통신 융합시대를 이끌기 위한 몇가지 원칙이 가미돼야 한다. 우선 초고속인터넷이나 CDMA의 성공에서 볼 수 있듯이 따라잡기가 아닌 선도하는 전략을 펼치겠다는 정부 차원의 원칙마련이 요구된다. 선도성 전략은 정책개발과 실행의 파급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 뿐더러 초기시장 형성을 유도하는 데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 대해서도 규제 중심이 아닌 선도성을 원칙으로 한 육성전략을 펼친다면 새로운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공정·개방성의 원칙이 적용돼야한다. 통신과 방송으로 나뉘었던 양 분야의 법제도적 융합을 통해 시장진입의 불공정한 장벽을 철폐, 시장의 폐쇄성을 경쟁체제로 개방해야 하며 정책운용에 있어서도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환경에서 정부는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융통성있게 펼쳐 나가야 한다. 특히 투자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를 중점적으로 육성해 나가는 전략을 펼쳐야 한다. 이와 관련, 사업자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는 방송분야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전략적 지원과 함께 풍부한 산업자본이 유입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줘야 한다.
국제경쟁력이 부족한 콘텐츠부문에 대해서도 블록버스터 프로젝트 수행과 함께 내수시장에 국한되는 우물안 비즈니스를 지양하고 기획·투자단계부터 철저하게 글로벌 마켓을 겨냥하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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