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통신강국으로 간다]2부 일본·중국(4)깨어나는 통신거인,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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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제가 바뀌면 신하도 바뀐다(一朝天子 一朝臣).’

 오랜 역사를 통해 명맥을 유지해온 중국의 전통이다. 기자가 베이징을 방문한 10월말은 ‘황제가 바뀌는’ 중국공산당전국대표대회를 일주일 앞둔 시점. ‘모든 신하를 바꿔야 하는’ 민감한 시기의 베이징은 도시를 덮은 부연 대기처럼 오리무중이다. 차이나모바일의 장샤오린 종합부 담당자(vice director)는 약속을 며칠 앞두고 돌연 연기를 요구했다. “11월중에는 외국기자를 접촉할 수 없다. 상부의 지시라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현지의 국내기업 관계자들은 “권력이양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서 차이나모바일 내부의 극단적인 입조심일 것”이라며 “그만큼 정치상황에 민감한 조직”이라고 해석했다. 관계자들은 또 “요즘 같은 시기에는 성별로도 앞으로 어떤 사람이 실권을 쥐게 될지를 전혀 알 수 없다. 당분간은 그저 상황만 지켜볼 뿐”이라며 혀를 내두른다. 이처럼 관측이 어려운 정책시스템과 인사가 운용되는 중국에서 권력핵심부가 던진 정책화두는 오히려 막강한 힘을 가진다. 그런 중국정부가 통신부문에 던진 화두는 다름 아닌 ‘경쟁’이다.

 ◇통신경쟁체제 초입= 94년 차이나유니콤의 설립으로 시작된 통신경쟁체제는 조만간 ‘4개 종합사업자 체제’로 일단락될 전망이다. 우지촨 신식산업부 장관은 유선, 무선, 백본망, 부가통신 등 모든 분야를 동시에 제공하는 4개 종합사업자 체제를 제시했다. 4개 사업자로는 차이나텔레콤,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넷콤이 꼽힌다. 또 우지촨 장관의 교체와 함께 차기 통신정책 수장으로 온건·자유주의자 등용, 신식산업부 해체와 통신위 기능의 별도 유치 등의 ‘설’은 본격 경쟁체제의 개막을 점치게 한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 중 차이나텔레콤과 차이나넷콤이 이동통신 면허를 획득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실시되고 있다. 양사는 이미 시내전화의 연장선상에서 허가받은 PHS방식의 무선시내전화 서비스로 8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 사실상 무선통신 영역에 발을 들였다. 이와함께 차이나텔레콤은 베이징, 광저우, 상하이에서 2G 주파수를 받아 화웨이, 노키아, 유티스타콤 등과 함께 무선시험국을 운영하고 있으며 차이나넷콤도 에릭슨, 노키아, 루슨트 등 10여개 업체들과 협력해 시스템 및 장비기술을 시험하고 있다. 이들 사업자의 이동통신 진출은 2㎓대역 주파수 배분과 함께 음성을 중심으로 한 낮은 단계의 3G서비스로 시작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아울러 WCDMA, cdma2000 혹은 중국 고유의 기술표준인 TDS CDMA 적용여부와 차이나유니콤 GSM사업의 처리방법 등이 관심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차이나유니콤의 모이신 종합부 부장은 “향후 사업영역과 지역을 넘어선 사업자간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다. 사업영역간 시너지를 확보한 사업자가 유리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차이나유니콤 CDMA서비스 활기로 이통 경쟁 진입=“매월 200위안씩 2년동안 통화료를 낸다는 조건으로 단말기를 무상 지급받아요. 요즈음 주변에서 CDMA서비스로 교체한 친구가 많습니다.” 현지에서 만난 쳉산지양(25)의 말이다. 이밖에도 200∼300원짜리 단말기 판매 등 보조금을 활용한 다양한 고객유인책이 그야말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쳉양은 전했다.

 차이나유니콤은 이에 힘입어 서비스 개시 1년새 600만명에 육박하는 CDMA 가입자를 확보했다. 아직 가입자수가 차이나모바일(1억2200만명)의 반 이하인 5400만명에 그치지만 증시상장으로 확보한 9조여원 등을 투입해 cdma2000 1x망의 전국 구축이 완료되면 GSM과 확연히 차별화, 성공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차이나모바일의 GPRS에 대해서도 바른 데이터 송수신을 원하는 고객을 유인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차이나모바일은 차이나유니콤의 시장확산 정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5G서비스인 GPRS에 이은 3G로의 행보를 밟으며 ARPU 확대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베이징지사의 한창호 시장부 부장은 “중국 이통사간의 경쟁은 2.5세대 인프라 확충에 따라 얼마나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느냐 하는 점과 인프라 확충과정에서 그 효율성을 최대화해 얼마나 적은 비용으로 커버리지를 확보하느냐 하는 점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꿈의 네트워크’ VS ‘새로운 시간과 공간’=베이징 차이나월드타워에 있는 SK텔레콤 사무실에는 차이나모바일과 차이나유니콤 관계자들이 빈번히 드나든다. 무선인터넷과 관련된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서다. ‘꿈의 네트워크’를 표방하고 있는 차이나모바일은 컬러사진, 목소리, 문자 등을 전송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메시징서비스(MMS)를 시작했다. 이들은 또 전송속도 53.6Kbps의 무선인터넷을 이용해 동영상, 게임, 증권정보, 관광정보 등을 다운로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위치기반 서비스, 모바일결제서비스 등도 적극 추진하는 한편 GPRS와 PC를 연결해 전자우편, 채팅, 온라인회의, 동영상게임과 산업분야에 활용하는 모델을 제시한다. 한 전문가는 “차이나모바일은 차이나유니콤에 비해 성숙된 네트워크의 안정도와 풍부한 게임, 무선인터넷 콘텐츠 부문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차이나모바일은 이에 따라 올상반기 가입자당평균매출액(ARPU)을 차이나유니콤(71.6위안=1만1456원)보다 많은 121위안(1만9360원)까지 올렸다.

 그러나 ‘새로운 시간과 공간’을 내세운 차이나유니콤도 만만치 않다. 최근 차이나유니콤의 신규가입자 ARPU는 155위안(2만4800원)까지 올라간 것으로 발표됐다. 차이나유니콤은 GPRS보다 고소득층 소비자층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문자서비스, 인공비서, 음성메일, 증권, 비행기시간정보, WAP방식 인터넷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 모이신 부장은 “1x망 개통시 다양한 부가서비스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GSM과의 차별화는 물론 GPRS보다 훨씬 빠른 데이터 통신이 가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에 따라 차이나유니콤은 부가서비스와 관련, 별도의 부서를 설립하고 플랫폼 등 기술표준과 서비스 구분작업을 완료하고 외국의 SP, CP와의 협력을 강화해 킬러 애플리케이션 찾기에 나서고 있다.

 <베이징=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중국 통신시장의 변화와 전망>- 이 영 희 (KT 베이징사무소장·상무보) 

 지난 5월 차이나텔레콤의 남북 분할 완성과 차이나넷콤의 확장으로 중국 통신사업자 구조조정이 한 고비를 넘었다. 향후 중국의 통신사업자는 유선, 무선, 백본망, 부가통신을 통합한 종합통신사업자로 차이나텔레콤, 차이나넷콤,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4개 사업자가 시장을 적절히 분할할 전망이다. 종합사업자 정리는 중국정부의 3G사업권 부여에 따라 정리가 완성될 것이다. 2005년으로 예상되는 이 시점은 WTO에서 규정한 유선, 무선, 부가통신의 대외개방일정 시점과도 들어맞는다.

 2000년부터 본격화된 외국사업자의 중국시장 진출은 2003년 외국지분이 49%까지 허용되는 부가통신사업을 우선으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향후 중국통신시장은 음성을 비롯한 기본통신분야의 인프라 확충이 거의 완료됨에 따라 새로운 부가서비스 및 이동통신 분야의 발전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사업자들의 고객관리 등 내부 시스템 구축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중국의 각 통신사업자는 각기 특색있는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경쟁을 위해 솔루션 및 콘텐츠, 초고속통신망 등의 부문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종합사업자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통신사업자의 활발한 해외증시 상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에 이어 내년에는 차이나넷콤이 상장에 나설 예정이다. 해외사업자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직접적인 외자도입도 꾸준히 추진될 것이다. 중국은 2000년 ‘전신조례’를 발표해 통신관련 법규를 정비하는 한편 외국의 통신기업 투자에 관한 관리규정을 만들어 중국식 관리를 기본으로 한 외자유치를 추진중이다.

 정책 측면에서 신식산업부가 해체되고 주요 기능은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와 비슷한 기능의 통신위원회(가칭)로 이관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전국적인 유선TV망을 보유한 광전국이 통신사업에 진출할 것이고, 전력부와 교통부 등 자가망을 보유한 부서도 계속 통신사업 참여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결국 4대 종합사업자 위주로 통신시장이 귀결되면서 몇몇 지역사업자가 살아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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