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론/칼 폰 크라우제비츠 저/ 강창구 역/ 병학사 펴냄/
손자병법·삼국지·수호지 등 전쟁서나 전쟁을 다룬 역사서가 고전으로 남은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인간의 역사가 전쟁의 순환이라는 데에서 기인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즉 국가간 전쟁의 역사를 통해서 개개인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손자병법·삼국지 등이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생활의 지침서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필자가 추천도서로 크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권하는 까닭도 그다지 이러한 논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필자가 크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추천하는 이유는 이 책이 지니고 있는 군사학적·역사학적인 가치, 즉 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뿐만은 아니다.
이 책은 한 학자가 어떠한 방법으로 자신의 주변상황을 관찰하고 그것을 분류해 정리했는지 보여주는 명확한 기술의 예제로서도 훌륭한 텍스트다.
책을 손에 들게 되면 전쟁사에 무지한 사람이라도 내용이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라 예상되는데 그것은 크라우제비츠가 애매한 언어의 사용을 극히 자제하고 명확한 언어와 논리로서 자신의 논지를 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내용뿐만 아니라 기술방법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의 측면 말고도 추천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오늘날 복잡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 대한 지침서로서의 역할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서로 지향하는 바를 조절할 때, 회사와 회사가 계약을 할 때, 국가와 국가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강요할 때 그 모든 순간 전쟁론의 문구들이 파고 든다.
전세계가 미국을 중심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펼치는 지금 미국은 이라크를 상대로, 러시아는 체첸을 상대로 전쟁준비 상태다.
크라우제비츠의 말을 빌리자면 두 개인의 주먹질이 마치 에스컬레이터처럼 강렬해져서 폭력의 무제한적 행사에 돌입하기 직전이다.
공격하는 두 국가와 방어하는 두 국가는 살아남기 위해 자신들이 행사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무제한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여기서 세계 평화, 정치적 안정, 인권보호라는 명분은 폭력의 에스컬레이터식 경쟁에 끼어들 여력이 없어진다. 애초의 명분은 사라지고 전쟁이 완전히 승리하기 전까지 남아있는 것은 점점 무제한적이 돼가는 폭력뿐이다.
크라우제비츠의 전쟁론과 동양고전의 공통분모, 그것은 바로 ‘기본에의 충실’이다.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 있어서건, 국가와 국가의 전쟁에 있어서건 전쟁 이전, 전투 이전 승패를 가로짓는 사항은 대부분 기본을 얼마나 충실하게 다졌느냐 하는 데 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경쟁에 몰입하는 순간 소홀히 여기는 사항을 다시 지적함으로써 이 책이 전쟁의 승리를 장담하는 ‘꼼수’를 전해주는 기술지침서가 아니라, ‘고전’으로 남아있게 된 것이다.
10여년 전 걸프전 당시 연합군측 사령관 스와르츠코프는 전쟁을 치르기 전 이 전쟁론을 다시 읽었으며 자기 자신이 크라우제비츠 전쟁론의 추종자라고 밝힌 적이 있다.
책을 읽는 이가 오늘날의 전쟁을 앞둔 사령관인양 생각하고 이 책을 읽어본다면 매우 재미있는 책 읽기가 될 것 같다.
<임병동 인젠 사장 bdlim@inz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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