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투자의견은 실적에 따라 움직이게 마련이다. 물론 우선 당장 실적이 나쁘더라도 향후 실적 전망이 좋으면 증권사들의 투자의견은 우호적으로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 개별회사의 실적이 좋으면 제 아무리 불경기라도 증권사의 투자의견은 호의적으로 변하고, 반대로 실적이 나쁘면 아무리 경기가 받쳐주더라도 증권사의 시선은 차가울 수밖에 없다.
최근 3분기 실적이 발표되면서 증권사들의 투자의견도 상당부분 바뀌었다. 특히 코스닥 시장의 업종 대표주인 엔씨소프트, LG홈쇼핑, 휴맥스 3사의 투자의견에도 미묘한 변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들 종목에 대한 증권사들의 투자의견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코스닥 시장의 방향성을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엔씨소프트=지난 3분기에 직전 분기 대비 매출이 9.47% 늘어나고, 영업이익이 소폭 오르는데 그쳐 그다지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은 아니었다. 하지만 실적 발표 이후 각 증권사들의 투자의견은 상당히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단기 실적보다는 주력 게임 ‘리니지’가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15세 이용가 및 12세 이용가 등급을 받은데 따른 후속효과의 영향이 컸다.
대신증권이 지난 18일 엔씨소프트의 투자 등급을 매수로 상향 조정한 데 이어 20일에는 동원증권도 투자의견을 매수로 상향 조정했다. 이들 증권사는 ‘리니지’에 대한 영등위의 등급 부여로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신규 게임 런칭 및 해외 사업에 대한 기대감 고조를 투자의견 상향 조정의 이유로 꼽았다.
◇LG홈쇼핑=소비 심리 위축과 실적악화 우려로 한동안 극심한 주가 침체에 시달려온 LG홈쇼핑도 3분기 실적과 10월 실적 발표후 주목받고 있다. 21일 KGI증권은 LG홈쇼핑에 대해 투자의견을 기존 ‘시장 수익률’에서 ‘매수’로 상향 조정했다.
KGI증권은 “LG홈쇼핑의 10월 매출액과 순이익이 전월 대비 각각 17.6%와 42.5%씩 신장되는 등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소비심리 악화에도 불구하고 실적 개선속도가 향상되고 있는 게 돋보인다”며 투자의견 상향 이유를 밝혔다.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소비심리 속에서도 판매물 혼합(믹스)을 통해 마진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긍정적이라는 지적이다.
◇휴맥스=코스닥의 삼성전자로 불리던 휴맥스의 위세는 한풀 꺾였다. 가뜩이나 암울한 셋톱박스 시장 전망속에 증권사들의 잇따른 실적악화 전망과 투자의견 하향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세종증권은 휴맥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시장 평균’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같은 의견 하향은 해킹특수를 누렸던 IRCI모델의 판매가 중단되고, 전반적인 셋톱박스 성장 둔화로 내년도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예상에 따른 것이다.
세종증권은 “고마진 구조가 급격히 위협받고 있으며 2003년 주당수익률(EPS)을 기준으로 주가를 산정했을 때 현 주가가 적정한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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