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로 거듭나는 광역시](4)대구광역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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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택과 집중으로 첨단 지식기반산업을 조성한다.’

 민선 3기 대구광역시장인 조해녕 시장(59)은 지난달 초 취임 100일을 즈음해 정보기술(IT)을 근간으로 한 차세대 첨단기술만이 향후 시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조 시장은 임기 동안 실천 가능한 공약사항 중 대구의 장기 비전을 제시할 혁신역량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산업구조 고도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시에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역시 경쟁력있는 산업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것이라고 해석된다.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해 그가 추진해야 할 구체적인 사업내용은 섬유, 기계·금속 등 전통 주력산업의 고부가가치화, 전자·정보·통신 등 미래유망산업의 육성, 첨단기술의 벤처기업 육성 등이다.

 “21세기형 첨단산업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시는 앞으로 다양한 시책들을 개발하고 추진할 계획입니다. 기반조성, 자금지원, 창업보육, 기술개발 지원, 인력양성 등 기업이 필요로 하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입니다. 특히 첨단과학연구단지인 대구테크노폴리스 건설은 향후 대구가 첨단과학기술의 중심지로 발돋움하는 핵심사업이 될 것입니다.”

 대구시가 지난달 말 발표한 대구테크노폴리스 구축사업은 위천국가산업단지 조성 예정지역에 1719만㎡(520만평) 규모의 과학기술 및 IT연구단지(e밸리)를 조성하는 것이다.

 오는 2004년부터 추진할 이 사업은 위천산업단지 주변 낙동강 일대에 e밸리와 함께 IT대학원 설립, 신도시 및 레저·위락시설 등을 조성해 친환경적인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타당성이 결여된 사업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사업추진을 위한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방법들이 제시되고, 산·학·연이 힘을 합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입장도 제기돼 향후 추진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구시의 주력사업인 섬유, 기계·금속은 앞으로 IT와의 접목을 통해 새로운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부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외 반도체·디스플레이·생물산업 등 차세대 유망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대학에 관련 연구소를 적극적으로 유치할 계획입니다.”

 대구시는 지역 제조업 가운데 41.6%를 차지하는 기계·금속 전통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지난 7월 말 대구기계부품소재기술혁신센터의 기공식을 가졌다. 이와 관련, 조 시장은 앞으로 첨단시험장비 및 기술정보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기계·금속산업의 경쟁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혁신센터의 기능과 역할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처럼 지역의 비교우위산업인 메카트로닉스, 섬유, 기계·금속 산업에 IT를 접목해 자동화·정밀화를 추구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대구기계부품소재기술혁신센터, 엔터테인먼트로봇산업화센터, 나노부품실용화센터, 전통천연물산업화센터 등을 설립해 첨단 IT산업을 적극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조 시장은 이와 함께 최근 소프트타운으로 지정된 대구소프트웨어(SW)비즈니스타운을 지역 최대의 소프트웨어산업 중심지로 키울 계획이다. IT와 문화기술(CT) 관련 연구개발에서 수출에 이르는 전과정이 이곳에서 원스톱으로 이뤄지며 정보통신교육원 등 교육기관을 통해 관련분야의 전문가를 배출하는 벤처생태계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대구테크노파크를 중심으로 한 동대구벤처벨리의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성서첨단산업단지 조성 및 성서벤처공장 건립, 경북대내 테크노빌딩 건립 등을 통해 지역에 IT벤처기업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IT는 기술 그 자체를 사업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지역의 경우 기존 전통산업과의 접목을 통해 신기술이 개발되고 이를 사업화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최근들어 지역의 제조기반 업종이 IT를 만나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 시장은 이밖에 IT산업을 육성하고 IT기업들의 마케팅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벤처산업전, 디지털문화산업박람회, 국제정보디스플레이전시회, 국제자동화기기전 등 전문화된 전시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기로 했다.

 특히 최근에 대구전시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아시아사이언스파크(ASPA)회의와 관련, ASPA사무국을 대구에 유치하는 한편, IT투자유치를 위한 국내외 로드쇼를 잇따라 개최해 대구가 아시아 IT의 맹주이자 IT의 중추 관리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 시장은 또 IT는 대구시의 관료주의적 행정체제를 혁신하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시가 행정자치부의 시범사업으로 개발한 사이버 복지시스템을 전국 각 지자체로 확산시키는 한편, 행정종합시스템을 통한 논스톱 대민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사이버 시정 구현을 위한 다양한 시책들도 준비돼 있다. 밀라노 프로젝트와 시메릭, 관광정보 홈페이지 등 모두 14개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대구시는 이들 홈페이지의 하루 평균 접속자수가 3만7000여명으로, 민원실 하루 방문객(500여명)을 압도하는 만큼 앞으로 사이버 행정서비스도 대폭 보강할 방침이다. 특히 시청 사이버 민원실의 절차를 간편하게 개편해 온라인 민원처리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한편 지역의 첨단과학기술과 관련해 조 시장은 “과학기술의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조직개편을 통해 내년부터 과학기술을 전담할 과학기술담당관을 운용할 것”이라며 “정부에서 추진하는 각종 첨단기술 개발사업에 대한 참여는 물론,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개발 및 인력양성에 대한 투자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IT산업 현황

 대구시의 정보기술(IT)산업은 아직 인프라 조성단계라고 볼 수 있지만 내년부터는 기반구축과 함께 활성화라는 두개의 과제를 함께 풀어가게 된다.

 IT벤처를 지원하는 기관들은 최근 막바지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는 가운데, 제품 개발을 마친 IT기업들이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기 시작했다.

 중소기업청의 벤처기업 확인제도가 도입된 지난 98년 대구경북지역의 IT벤처기업은 고작 6개 업체에 불과했으나, 4년이 지난 현재 140여개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 가운데 벤처기업으로 확인받은 대구지역 IT기업은 100개 업체로, 벤처기업 확인을 받지 않은 IT기업을 모두 합치면 현재 250여개의 IT기업들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구시 IT산업의 핵심 인프라는 역시 대구테크노파크를 중심으로 한 동대구벤처밸리와 최근 소프트타운으로 지정돼 IT 및 CT의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대구소프트웨어비즈니스타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의 중심인 성서첨단산업단지 등을 꼽을 수 있다.

 또 대구지역에서는 섬유, 기계·금속 등 전통 주력산업의 IT화도 빠른 진척을 보이고 있다. 세계적인 섬유패션도시를 지향하는 대구시의 역점사업인 밀라노 프로젝트는 사양산업으로 경쟁력을 잃어가는 섬유산업에 IT를 접목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섬유정보지원센터, 패션정보실, 봉제기술지원센터, 패션디자인 창업보육센터 등은 IT를 통해 그동안 지역경제를 이끌어온 섬유의 고부가가치화를 실현하고 있다. 대구기계부품소재기술혁신센터도 향후 기계산업에 IT를 도입, 첨단화와 정밀화를 주도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대구시는 이처럼 대구시의 IT벤처산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우선 지역의 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매년 50억원 이상의 벤처산업육성자금과 3000억원의 경영안정자금, 590억원의 창업 및 경쟁력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시는 또 올해 벤처산업 육성을 위해 성서첨단산업단지에 벤처협동화생산공장 조성, 한국벤처산업전 개최, 소호벤처창업박람회 개최 등의 사업에 14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벤처생산공장은 이미 지난 9월 착공식을 갖고 공사를 시작했다.

 반도체 제조장비와 평판디스플레이(TFT LCD) 제조 등 지식형 고부가가치산업 유치를 위해 조성된 성서첨단산업단지는 앞으로 5년 안에 매출 1조6000억원에 고용인력 2000여명에 달할 전망이다.

 

◆현안과 과제

 대구시의 IT산업이 본궤도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문기술인력 수급이 급선무다. 최근들어 대구시의 IT기업들은 기술개발에 투입할 수 있는 기술인력을 제때 구하지 못해 프로젝트 진행이 어렵다고 호소한다.

 정보통신교육원과 각 대학의 IT관련 학과 등 정부지원 IT교육기관을 비롯해, 대학이 배출하는 IT인력은 한해 3만여명에 달하지만 이들은 정작 지역 IT기업이 현장에서 요구하는 인력이 아니기 때문에 지역 IT업계의 인력수급 불균형은 심각한 상태다. 따라서 IT기업이 요구하는 양질의 현장전문인력 양성이 무엇보다 아쉽다는 지적이다.

 또 하나는 지방 IT기업들이 점차 수도권 대규모 IT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역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가운데 이미 상당수가 수도권 IT기업의 지역총판사업자로 전환했으며, 나머지 업체들도 지역 프로젝트에 대규모 업체를 앞세워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기업을 유지하는 실정이다.

 이같은 모든 문제는 IT 및 전통산업에 투자할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따라서 대구 IT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대구시와 중앙정부의 충분한 예산지원이 가장 시급하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

<조해녕 시장 프로필>

 △43년 경북 경산 출생 △61년 경북고등학교 졸업 △65년 서울대학교 법과대 행정학과 졸업 △69년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취득 △71년 제10회 행정고등고시 합격 △79년 경북 영양군수 △85년 대구시 기획관리실장 △90년 대통령비서실 정무비서관 △93년 대구직할시장 △96년 총무처 장관 △97년 내무부 장관 △98년 세계청년봉사단 대표 △2002년 대구광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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