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아젠다-u코리아비전]U도시와 환경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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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태훈 중앙대 도시및지역계획학과 교수

 

 11월 1일부터 전자정부 서비스가 시작됐다. 이제는 정부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온라인 상에서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주민등록, 등기부 열람 등 그간 발품을 팔며 다녀야 했던 민원서비스 393종이 이제는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인터넷 혁명이 우리들의 생활모습을 구체적으로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정보혁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일본의 한 업체가 도쿄에서 선보인 미래주택은 앞으로 우리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미래주택에서 특히 눈을 끄는 대목이 ‘실험실 화장실’이다. 화장실의 변기는 이용자의 배설물 성분을 분석해 요당량, 단백질, 체지방 등을 체크한 뒤 수치를 인터넷으로 의사에게 자동으로 전송한다. 건강수치에 이상이 발견되면 곧바로 의사와의 예약일자가 잡혀지고 이는 이용자의 휴대단말기로 전송된다. 병원 예약시간이 되면 이용자의 승용차에 장착된 컴퓨터와 자동항법장치는 위성추적시스템(GPS)과 연결돼 가장 단거리의 교통로로 이용자를 예약된 병원으로 안전하게 데려다 준다. 병원에서는 이용자가 병원으로 오기 전에 필요한 기록들을 의사의 컴퓨터에 올려놓음으로써 진료 채비를 모두 갖추게 된다. 생활공간 속에 컴퓨터와 센서들이 서로 연결돼 전통적인 물리공간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같은 새로운 공간을 제3의 공간 혹은 유비쿼터스 공간이라 한다. 유비쿼터스 공간은 특정 기능이 내재된 컴퓨터가 미래주택의 변기에 심어진 것과 마찬가지로, 환경과 사물에 컴퓨터가 심어지고(embedded computing) 이들이 서로 네트워크화해 사람이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정보를 주고받으며 생활과 업무처리의 편의를 극대화하는 고도로 지능화된 공간을 말한다. 산업시설, 오피스텔, 학교, 주택, 도로, 자동차, 기계부품, 가전제품, 애완동물과 같은 물리공간의 사물들에 배지, 태그, 칩, 센서, 마이크로기계, 로봇, e에이전트시스템 등과 같은 전자공간의 인자가 심어짐으로써 제3의 공간인 유비쿼터스 공간이 탄생한다. 정보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생활을 단지 편리하게 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유비쿼터스 공간에서 실현되는 유비쿼터스 컴퓨팅 네트워크는 인구가 밀집한 도시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폭넓게 응용될 수 있다. 특히 유비쿼터스 기능을 도시환경 문제에 응용한다면 현재의 환경관리의 방식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도시환경 중 시민으로부터 가장 많은 불만과 민원이 제기되는 것이 바로 도시의 대기질 문제다. 도시 대기질의 주된 오염원은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인데 서울시의 경우 수송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의 양이 전체 오염물질 발생량의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의 자동차 배출가스 저감정책은 제작차나 운행차의 배출허용기준을 강화하고 이에 대한 단속을 철처히 하는 것, 그리고 청정연료를 사용하는 저공해 자동차를 보급하는 사업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자동차 배출가스 단속의 가장 큰 문제는 운행차의 배출가스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여기에 유비쿼터스 컴퓨팅 기술을 활용하면 자동차 배출가스 단속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배출가스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컴퓨팅센서를 자동차에 부착하고 이 정보를 자동차 배출가스 정보시스템과 연결시킨다. 그리고 이 정보를 자동차정비소, 담당부서, 운전자와 네트워킹하면 자동차 배출가스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되면서 과다한 배출가스를 배출할 때에는 경고장과 함께 정비소에 언제까지 입고하라는 메시지가 운전자의 휴대단말기에 자동으로 전달된다. 또 비산먼지의 감소를 위해 통행이 제한되는 구역이 있을 때 이 구역을 통과할 수 없도록 경고가 전달되고, 위반시에는 자동으로 관련 정보를 전송함으로써 운전자가 통행제한구역을 넘나들지 못하도록 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공장 등으로부터의 오염물질배출을 저감하기 위한 유비쿼터스 컴퓨팅 기술은 이미 초보적인 형태로 적용되고 있다. 바로 원격모니터링시스템(TMS)을 이용한 원격굴뚝감시시스템이 그 예다. 대형 굴뚝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자동으로 환경관리전산센터에 전송함으로써 지도점검반이 직접 배출농도를 정기적으로 측정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정확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어 즉각적인 행정조치도 가능하다. 또 그 결과를 주민들에게 신속하게 확산시킴으로써 공장에서의 오염물질 배출 억제를 유도한다. 경기도에서도 이미 이와 유사한 시스템을 시험운영 중이다. 소위 상시점검을 위한 그린칩(green chip)을 1, 2종 사업장 중심으로 운영 중인데 배출업체에 자동감시센서 칩을 설치해 상시단속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환경오염정보센터를 설치하고 수도권 대기측정시설과 대형사업장의 대기·수질 TMS와의 네트워킹을 통해 배출량과 오염상황을 상시 측정하고 분석하는 체계를 구축해 가고 있다. 배출량의 정확한 모니터링이 가능해지면 배출량을 기준으로 환경세금을 부과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를 기반으로 기존의 규제 위주의 환경관리가 경제적 유인을 바탕으로 한 인센티브시스템으로 전환하게 되는 것이다.

 유비쿼터스 컴퓨팅 네트워크는 폐기물 관리방식의 개선에도 활용될 수 있다. 도시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폐기물을 관리하고 처리하는 것은 도시위생뿐 아니라 도시생태계의 균형과 에너지 순환의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특히 음식쓰레기와 산업폐기물, 그리고 최근 관심이 제고되고 있는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관리가 가장 시급한 문제인데 이러한 폐기물관리 역시 유비쿼터스 컴퓨팅 네트워크 기술을 적용해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폐기물관리의 대책으로 정부는 발생 폐기물의 감량화, 폐기물 재활용의 극대화, 신기술을 활용한 폐기물의 안전한 처리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같은 원칙아래 도시 폐기물관리의 효율화를 위해 최근 제안되거나 입안된 정책들은 폐기물배출제로화 도시구상,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도입 등이다. 산업생태학의 개념에 입각한 폐기물관리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를 도입해 ‘폐기물배출 제로화도시’ ‘자원순환형 도시’를 구현하자는 것이다. 유비쿼터스 컴퓨팅 네트워크 기술의 적용은 배출제로화도시, 생산자책임제도의 확산, 음식쓰레기의 감량과 재활용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우선 제로(zero) 폐기물 배출 체제의 구축을 위해 활용되는 방식은 산업생태학적 방식을 이용해 공정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원료로 재활용하는 업체들을 가까운 공간에 입지시킴으로써 산업폐기물의 재활용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정부는 지역 업체들을 서로 연결해 특정 업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이나 부산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다른 업체들과 연계해주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유비쿼터스 컴퓨팅 네트워크 기술의 적용은 이러한 네트워킹을 가장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게 한다. 각 업체들이 생산하는 제품의 원료가 무엇이고 또 이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산업폐기물이 어떤 종류라는 것이 각 제조업체에서 상세히 명기되고 업체들간에 이러한 정보가 유비쿼터스 네트워킹을 통해 긴밀히 상호 교환될 수 있다면 공간적인 격리문제는 쉽게 극복될 수 있다. 공간적으로 산업군을 재배치하지 않더라도 유비쿼터스 공간에서의 군집화가 가능해 질 것이며 재활용은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될 수 있다. 폐기물이 자원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직접 개입할 필요도 없다.

 유비쿼터스 네트워킹의 기술이 응용될 수 있는 환경분야는 비단 대기나 폐기물 문제만은 아니다. 수질, 토지이용, 생태계의 보호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 더나가 유비쿼터스 기술은 환경관리 분야뿐 아니라 미래 도시관리 방식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thmoon@post.cau.ac.kr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와 유비쿼터스 컴퓨팅 네트워크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는 생산자로 하여금 제품의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폐기물의 발생을 최소화하는 제품을 설계하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제품의 생산, 소비, 폐기 등 상품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발생량을 최소화하고 재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정책이다.

 EPR는 과거 지방자치단체와 소비자에게 부과되던 재활용의 의무를 생산자에게로 이전함으로써 기업이 상품의 제조 단계에서부터 판매 이후의 단계에까지 제품의 전 생명주기에 걸쳐 재활용을 책임지도록 하는 획기적인 제도다. OECD 회원국들은 이미 활발히 도입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2003년부터 냉장고, 세탁기, 컴퓨터, 휴대폰 등의 가전제품들을 우선적인 대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만약 EPR 제도의 관리대상이 되는 제품에 제품의 상태와 위치를 알릴 수 있는 유비쿼터스 칩이 내장돼 제품상태와 위치정보가 계속적으로 모니터링되고 상호 네트워킹된다면 제품의 생산, 소비, 회수, 폐기 등 상품 소비의 전 과정에 대한 관리가 일목요연하게 행해질 수 있다. 생산자재활용책임제도의 집행 과정을 정확하게 모니터링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유해화학물질의 관리에 있어서도 이같은 방식을 적용하면 유해화학물질의 안전한 관리와 적정한 처리에 대한 모니터링을 상시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

 음식물쓰레기의 재활용에도 유비쿼터스 컴퓨팅 네트워크 기술을 적용하면 생산자와 소비자를 유비쿼터스 공간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매칭시킴으로써 음식물쓰레기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줄일 수 있으며 이미 발생된 음식물쓰레기는 퇴비화, 사료화로 최대한 재활용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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