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중소기업의 특허

특허·실용신안·의장 등 산업재산권 및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에 대한 기업의 인식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면서 최근 중소 가전업체들까지 조직 내 특허담당팀을 별도로 신설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허 및 실용신안권에 대한 기업간 분쟁이 빈발해지면서 최고경영자를 중심으로 산업재산권 보호에 대한 인식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중소기업에 있어 특허는 일종의 ‘보험’이다. 경쟁사보다 많은 연구개발(R&D)비를 투자해 개발한 제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우발적 사고를 방지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또 후발업체의 시장 진입을 막는 장벽으로 이용되면서 선발업체의 우월적 지위를 활용하겠다는 방어적 차원에서 특허를 출원한다.

 문제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특허분쟁 과정에서 이미 특허를 획득한 기업들이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데 있다. 전세계 특허출원 4위 국가에서 기존 출원된 특허가 법적 소송에서 무효로 판결나는 비율이 30∼40%에 달한다는 것은 심각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원인은 여러 가지다. 변리사나 특허 담당기관이 면밀한 심사 없이 출원을 남발했을 수도 있고 특허 침해기업이 변형된 기술과 제품을 앞세워 해당 특허와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특허청이 발급한 특허증을 갖고 있어도 마음놓고 제품을 개발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특히 정부의 인증서만 믿고 ‘순진하게(?)’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다 세계적인 기업과의 특허분쟁으로 인해 회사가 존폐의 위기에 몰리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만 믿고 ‘특허보험’에 가입한 업체들이 분쟁과정에서 보상금은커녕 손해배상금을 물어줄 수도 있는 가능성이 상존하는 국내 특허 환경은 하루 빨리 바뀌어야 한다. 돈과 시간을 들여 특허출원에 나선 업체들이 특허증을 갖고도 안심할 수 없다면 이는 누구의 책임인가.

 <정보가전부·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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