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결합서비스` 논쟁 한창

통신업계에 결합서비스 논쟁이 한창이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나로통신이 최근 시내전화와 초고속인터넷을 결합해 시내전화요금을 사실상 할인해주는 효과가 있는 ‘결합서비스’를 전격적으로 시행함에 따라 법규상 이를 제공할 수 없는 KT가 결합서비스 규제조항이 차별적 조항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결합서비스’란 두 가지 이상의 서비스 상품을 패키지로 제공하는 것으로 개별상품의 단순결합과는 달리 새로운 가격(대부분은 할인가격)을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전기통신사업금지 행위의 유형 및 기준’에 관한 고시에서는 전기통신역무와 다른 전기통신역무 또는 전기통신역무와 관련이 있는 재화와 용역을 묶어서 판매하는 행위’를 결합서비스로 간주한다.

 하나로통신은 최근 자사의 초고속인터넷서비스인 ‘하나포스’와 시내전화를 동시에 가입할 경우 5200원(시내전화만 하면 7700원)만 내면 무제한 통화할 수 있는 결합서비스상품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KT의 정액요금상품에 맞서 출시된 상품이기는 하지만 현행 법규상 지배적사업자인 KT가 제공할 수 없는 결합서비스라는 점에서 KT의 가입자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KT 관계자는 “하나로통신이 내놓은 시내전화와 초고속인터넷서비스를 연계한 결합서비스는 실제 가입자 모집 과정에서 큰 위력을 발휘한다”며 “이 같은 상품을 하나로만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의 3대 시장지배적 시내전화사업자와 캐나다·일본·영국·호주 등 주요 국가의 시장지배적사업자도 이미 결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시대에도 뒤떨어지는 조항을 우리나라만 유독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하나로통신 관계자는 “지배적사업자인 KT에 시내·시외·국제·초고속인터넷·이동전화부문의 결합을 의미하는 결합서비스를 허용한다면 후발사업자들의 가입자를 송두리째 빼앗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나아가 통신시장의 경쟁체제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 관계자는 “유효경쟁체제가 구축될 때까지만이라도 현행 결합서비스에 대한 규제조항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하나로가 내놓은 결합서비스상품의 경우 시내전화요금을 비교하면 KT의 절반가격에 불과하다. KT의 시내전화 정액제는 현재 1년 평균 통화요금에 1000∼5000원을 더 내면 무제한 통화할 수 있다. KT 시내전화 가입자 1명당 월평균통화료 4096원과 기본료 5200원을 감안하고 여기(9296원)에 추가요금 1000원을 더하면 고객들은 1만1000원 가량을 내고 전화를 마음껏 쓸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비해 하나로의 결합서비스를 이용하면 시내전화의 경우 5200원이면 가능하다.

 KT 관계자는 “이제 우리나라도 고객차별적인 규제조항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통신시장의 개방 취지를 살려 시장에서 사업자가 어떠한 결합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하는지는 전적으로 시장에 맡기고 시장경쟁을 저해할 수 있는 여지만 규제하겠다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통신시장이 경쟁체제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규제조항의 개선이나 폐지를 반대하는 후발사업자와 소비자 효용극대화, 통신시장의 흐름을 왜곡하는 결합서비스 금지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선발사업자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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