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임금 등 우리나라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들이 주요 경쟁국보다 열악한 상황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이 가격경쟁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수출가격 인상 시 수출액이 늘어나기보다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는 업체들이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한국무역협회가 일본·중국·대만·싱가포르 등 4개국과 수출품 가격경쟁력 결정요소를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노동생산성을 제외하고는 여타 요소에서 우리나라가 전반적으로 열세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의 경우 올 상반기 원화의 대미 달러 환율은 작년 수준을 유지한 반면 일본의 엔화는 절하폭이 7.7%에 달해 대일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제조업 임금상승률도 상반기 중 우리나라가 9.0%로 일본(-1.0%), 대만(-0.8%), 싱가포르(-0.5%)보다 높아 제조원가 상승압력이 강했으며 대출금리 역시 연 6.8%로 대만(5.7%), 싱가포르(5.4%), 중국(5.1%)보다 높았다.
이밖에 물가·지가·물류비 등 다른 요소를 비교한 결과에서도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에 비해 열악한 상황이었으며 다만 노동생산성은 2000년 이후 한 자릿수로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유리한 편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무역협회가 752개 무역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출품의 71.3%가 세계적으로 표준화됐거나 시장 특성에 맞게 설계변형 가능한 ‘범용제품’이어서 가격경쟁력이 수출에 중요한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수출가격 인상 시 수출액이 늘어난다는 응답은 전무한 반면 크게 감소(49.3%), 약간 감소(43.9%), 변화없음(6.8%) 등의 순이어서 우리나라 수출품의 경쟁력이 여전히 저렴한 가격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격경쟁력에서 불리한 요소로는 선진국의 경우 환율이, 경쟁국의 경우 임금이 가장 많이 지적됐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최근 회복되고 있는 수출이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위해서는 가격경쟁력의 개선이 시급하다”면서 “환율·금리 등 주요 결정요인이 경쟁국에 비해 불리하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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