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권하는 책]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 무하마드 유누스, 알란 졸리스 공저, 정재곤 역, 세상사람들의책 펴냄

 -드림시큐리티 황석순 사장

 

 학부와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필자에게 학창시절부터 계속해서 따라다녔던 궁금증 중 하나는 ‘경제학이 인류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사상의 대립을 거치는 과정에 무수한 경제학 이론이 제시됐지만 아직도 경제적 불행을 느끼는 사람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20∼80이라는 말이 더욱 억압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경제학이란 이론에 머물러 있을 때가 아니라 실천 속으로 들어올 때 그 가치가 발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벤처기업의 CEO라는 자리에 있는 필자는 도덕성을 갖고 회사를 경영하고 기업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것은 탁상공론이 아닌 현실에서의 실천에서 찾아야 함을 더욱 절감하게 됐다.

 그리고 여기에 추천하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라는 책을 최근에 읽고 난 후, 나의 이러한 생각은 더욱 확고해질 수 있었다.

 이 책은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 설립자이자 아시아위크지가 뽑은 ‘위대한 아시아인 20명’에 선정된 바 있는 무하마드 유누스의 자서전이다.

 방글라데시에서 태어나 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 유학을 다녀온 그는 모교의 경제학 교수로 재직하던 76년 고리대금업자들에 시달리고 있는 빈민계층을 위해 교수직을 뿌리치고 돈을 빌려주는 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83년에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인 그라민 은행이 설립되고 이 은행은 현재 방글라데시 전역에 1175개의 지점을 두고 있는 대형은행으로 성장했다.

 이 은행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으로 불리는 것은 유누스와 그라민 은행이 펴고 있는 대출정책에서 비롯된다. 이 은행은 원금과 이자 상환능력이 없는 자들을 배척하는 타 은행과 달리 최빈민층에게 담보도 없이 신용만으로 소액 융자를 해주고 있으며 돈을 갚지 않는다고 재산을 차압하거나 법적 책임을 묻지도 않는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우려와는 달리 이 은행의 상환율은 98%에 이르고 그라민 은행을 통해 방글라데시 240만여명의 사람들이 빈곤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책의 궤적을 따라 읽어가다 보면 어느새 두 가지 생각이 마음 속을 휘어잡는다.

 먼저 유누스 은행장이 보여주는 인간에 대한 굳건한 신뢰다. 그가 보여주는 신뢰는 가난하든 부자든, 남자든 여자든, 또한 어리든 늙든 인간이라는 동물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며, 그러한 신뢰는 빈곤층을 향해 사회에 만연해 있는 편견을 깨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또한 그의 행동은 가난이 개인 탓이 아니고 돈이라는 매개를 통해 꿈과 희망을 가질 때 누구나 큰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신뢰가 바탕이 된 것이다.

 두번째로 이 책은 소위 말하는 ‘지식인’ ‘가진 자’들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일깨워준다.

 엘리트 출신의 대학교수였고 미국 대학에서 교수직까지 제안받았던 유누스가 모든 특권을 버리고 가난한 자를 위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은 자신만의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곧 ‘모든 사람이 더불어 사는 사회’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가 제공되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신념이 그의 삶을 바꿀 수 있게 만들었고 그러한 삶을 우리는 감히 ‘성공적인 삶’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심각한 정신적인 혼란을 겪고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 많은 재화를 벌어들여 자신과 가족의 부유한 삶을 누리는 것이 성공한 삶이라는 그릇된 인식 속에 사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허황된 꿈을 좇아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진정으로 아름다운 삶’ ‘진정으로 성공한 인생’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잣대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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